로맹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를 볼 때 잠시 멘붕에 빠졌다가,
책에 실려 있는 다른 단편을 보고 만족하고 바로 다음책으로 골라놨던 책이
'자기앞의 생'이다.
로맹가리는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받고, '하늘의 뿌리'로 공쿠르상(프랑스의 작가
에드몽 공쿠르(Edmond de Goncourt)의 유언에 따라 1903년 제정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
을 받았다.
이 후 '에밀아자르'라는 이름으로 본 '자기앞의 생'을 발표하고 다시 한번 공쿠르 상을 받았다고 하며,
이 권위있는 공쿠르상을 두번 수상한 사람은 로맹가리 밖에 없다고 한다.
왠지 에밀 아자르가 로맹가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받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자르 하면 에당 아자르가 생각나서, 벨기에 출신인가 하는 엄한 생각도 잠시 했다.
큰 줄거리는
파리의 어느곳, 유태인이었기에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이 된 적이 있는 로자 아주머니와
모모(모하메드)의 이야기 이다.
(유태인으로 태어나 2차 세계대전을 겪은 로맹가리는 "유태인, 전쟁 등"이
그가 쓴 책의 핵심 화두로 많이 등장 한다)
로자 아주머니는 한 때 거리의 여성이었고 지금은 나이가 들어 거리의 여성이
낳은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가 돌와주는 아이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이다.
책의 뒷편을 보면 <자기 앞의 생은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이다>라고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 말에 100%공감한다.
머랄까, 그저 결말만 보면 도저히 아름다운 얘기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모모가 로자 아주머니와 겪은 일들, 같은 건물에 살고 있는 롤라 아주머니나
하밀 할아버지 등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며 생에 대해서 겪은 일들을 알고 나면 왜
아름다운 이야기로 결말이 나는지를 알 수 있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와의 삶이지만,
가장 중요한 말은 하밀 할아버지의 입으로 부터 나온다.
"사랑은 사랑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
"너를 낳아준 사람이 있다는 유일한 증거는 너뿐"
로자 아주머니가 병에 걸려 죽기 직전까지 모모는 아주머니를 돌봐준다,
로자 아주머니와 주위 사람들을 잘 돌봐주던 의사는 병원으로 옮겨 조금이라도 삶을 연장하게끔
하려 하지만 모모는 로자 아주머니의 뜻을 이루어 준다.
모모가 듣고 보고 겪은 생의 의미들은 바로 내 앞에 있는 삶과 마주하고 있다.
"슬프로고 아름다운 이야기"는 단지 모모의 삶뿐 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