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로잔에서 개최된 제1회 로잔대회는 세계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이 우리가 전하는 복음의 내용이 좁은 의미의 영혼 구원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 세상의 불의와 고통에 대해 응답하는 총체적 복음임을 합의하고 선언한 역사적 의미를 가진 대회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한국교회에 상당 기간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이 독재 정권하에서 순응하며 외쳐왔던 영혼 구원과 교회 성장, 정교분리와 내세 신앙의 토대 위에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80년대를 거치면서 복음주의 청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 세상의 불의와 고통에 침묵할 수 없다는 외침과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때 복음 전도와 사회참여가 그리스도인의 두 의무라는 ‘로잔 언약’(The Lausanne Covenant)의 총체적 복음이 알려지면서 복음주의 사회선교 운동은 날개를 달게 되었다. 복음주의 신앙에 기반하여 우리 사회의 불의와 고통에 응답하고자 헌신했던 사람들에게 로잔 언약은 든든한 신학적 토대가 되었고,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도 세계 복음주의 교회가 합의하고 채택한 로잔 언약에 대한 신뢰 때문에 복음주의 사회 선교라는 낯선 움직임에 대해서 경계를 완화하고 협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1991년 <복음과 상황>, 1992년 남북나눔운동 등이 창립되면서 복음주의 사회선교 운동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경우 스포츠신문 음란 폭력물 근절 운동에서 이룬 성과들은 시민운동이 언론과 싸워 이긴 성과로 높이 평가받고 있고, 공명선거운동을 통해 금권선거와 관권선거를 막는 선거법 개정을 이뤄내기도 했다. 남북나눔운동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식량난 위기 상황에서 복음주의 교회들과 에큐메니칼 교회들이 연대하여 교회들이 북한의 식량난 해소와 남북 긴장 관계 완화에 실제적으로 기여하도록 이끌어 한국 교회의 통일운동에 크게 기여를 했다. ‘희년함께’는 성경적 토지관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토지 공개념을 전파했고 노무현 정부 이후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복음주의 사회선교 운동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복음주의 사회선교 운동의 성과는 한국 교회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냄으로 가능했었다. 그리고 교회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이러한 운동에 참여함으로 총체적 복음의 의미를 몸으로 체득하고 세상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자신의 직업 영역 속에서 총체적 복음을 실현하는 기독 전문인 운동들이 활발하게 일어났는데, 좋은교사운동, 기독법률가회 등이 이 시기에 출범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복음주의 사회선교 운동은 분화와 왜곡을 겪게 된다. 2004년 서경석 목사가 중심이 된 ‘기독교사회책임’, 2005년 김진홍 목사가 중심이 된 ‘뉴라이트전국연합’ 등이 출범하면서 사회선교 운동이 양분화되고 왜곡되기 시작한다. 이들은 미국의 보호 아래 반공 이념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해온 나라가 반미와 공산화로 가고 있다는 과거에 대한 미화와 현실에 대한 왜곡된 진단을 바탕으로 주류 복음주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위기감을 고취하고 정치적 행동으로 이끌었다. 2010년대 들어서 이들은 반동성애, 반이슬람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들은 동성애와 이슬람 관련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통해 한국 교회의 위기감을 고취하고 이를 특정 정파에 대한 정치적인 선택으로 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특정 이념이나 정파와 연결하여 교회를 선동하는 흐름이 교회를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교회 내에 조금씩 확산되던 복음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실천의 흐름은 대폭 축소되었다. 그동안 한국 복음주의 주류 교회들은 그동안 목회 세습, 재정 비리, 목회자 성(性) 문제, 공세적 선교 등으로 인해 사회적 불신을 받고 선교가 위축되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이 문제를 총체적 복음의 회복과 사회 선교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특정 이념과 정파에 편중된 왜곡된 사회참여의 흐름에 치중하여 이념과 정파 갈등의 한 축을 형성하고 소수자에 대한 혐오 이미지를 강화함으로 더욱 사회와 젊은이로부터 외면당하고 약화하는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제4차 로잔대회 개최국이 되었다. 이를 위해 한국 교회는 많은 재정적인 헌신을 했고 주최국으로 세계 각국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잘 영접하기 위한 준비를 잘하고 있다. 하지만 로잔 선언부터 시작되어 ‘마닐라 선언’(Manila Menifesto), ‘케이프타운 서약’(The Cape Town Commitment)에 나타난 로잔 정신이 총체적 복음을 한국 교회 가운데 어떻게 회복하고 확산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나 논의, 노력은 변방에서 지극히 작은 목소리로 존재할 뿐이다. 열심히 수고하지만 정말 중요한 핵심은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2024 로잔한국대회를 마치면 로잔 언약, 마닐라 선언, 케이프타운 서약에 이은 서울대회의 결과물도 나올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 네 차례 대회의 결과물들에 담긴 총체적 복음을 함께 학습하고 이에 비추어 교회를 개혁하며 사회 선교를 실천함으로 교회 갱신의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한국에서 제4차 로잔대회를 개최하도록 하신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어갈 수 있을 것이다.
첫댓글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이루어 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