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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에 보이는 약(若)은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두발(頭髮)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을 본뜬 형태이다. 소전(小篆)에 이르러 초(艸)와 우(右)가 결합한 회의(會意)로 바뀌는데 이는 두발을 손질하는 것과 같이 오른손으로 풀잎을 한 방향으로 가지런히 누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설문해자는 '나물을 고르다[若, 擇菜也]'라고 하여 시든 잎을 떼어내고 먹을 수 있는 것만을 고르는 뜻으로 해석하였다. 이는 어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만약(萬若) 비녀를 풀어 머리를 빗으며 화장을 하는 것이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와의 은밀한 약속을 전제로 했다면 그 자체가 바로 허락을 표시하는 일종의 신체언어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약간(若干)이란 말은 예기에서 비롯된 것[問天子之年, 對曰聞之始服衣若干尺矣]으로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대략적인 수를 나타낸다. 누가 알아달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중엔 지기(知己)가 없고 천성산 도롱뇽만이 그의 이웃이라는 사실이 슬프고 부끄럽다.
김영기.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 |
첫댓글 천성산 도룡농을 지극히 사랑하니 사람이 알아주는군요. 무엇이나 지극하면 모두 통하는가 봅니다. 세상에 헛된 것이 없습니다. 우천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