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오른쪽은 상원산, 그 앞은 반론산, 왼쪽은 고양산, 앞 가운데는 자후산
인생이 끝날까 두려워하지 말라.
당신의 인생이
시작조차 하지 않을 수 있음을
두려워하라.
(Don't be afraid your life will end; be afraid that it will never begin)
―― 그레이스 한센(Grace Hansen, 1922~1985, 미국 신학자)
▶ 산행일시 : 2016년 4월 23일(토), 맑음, 미세먼지
▶ 산행인원 : 12명(버들, 영희언니, 모닥불, 악수, 대간거사, 상고대, 두루, 제임스, 해피,
승연, 대포, 메아리)
▶ 산행시간 : 10시간 20분
▶ 산행거리 : 도상거리 17.3km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0 : 24 - 동서울터미널 출발
04 : 03 ~ 05 : 05 - 정선군 임계면 용산리 갈버등 마을, 계속 취침, 산행시작
05 : 45 - 낙엽송 숲 두른 무덤가, 아침 요기
06 : 00 - 능선마루, 전망바위
06 : 18 - 임도
06 : 27 - 무인산불감시시스템 산불감시초소
07 : 42 - 중봉산 주릉, 1,261.6m봉
08 : 00 - △1,249.6m봉
08 : 34 - △1,285.8m봉(부항산 缶項山)
09 : 13 - 1,235.4m봉
09 : 34 - 중봉산(中峰山, △1,262.0m)
10 : 37 - 유천 Y자 계곡 와폭
11 : 08 ~ 11 : 48 - 임도, 점심
12 : 14 - △1,107.8m봉(매바위산)
13 : 07 - 993.3m봉
13 : 23 - 기추목이, 임도 삼거리
14 : 12 - 석이암산(石耳岩山, △973.2m)
14 : 29 - 926.4m봉(당치산)
15 : 25 - 정선군 임계면 송계리 샛벼리 마을, 임계대교 앞, 산행종료
15 : 27 - 임계종합복지회관(목욕)
16 : 50 - 주문진(저녁)
21 : 4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중봉산 정상에서, 왼쪽부터 대포, 대간거사, 제임스, 해피
2. 얼레지
3. 자작나무 숲
▶ 중봉산(中峰山, △1,262.0m)
차안에서 히터 틀어 놓고 일부러 늦잠을 자기로 한다. 경치 좋고 분위기 좋은 갈버등 산길을
좀 더 훤할 때 가야 되지 않겠느냐 해서다. 그렇다고 새벽 잠 없는 버릇이 쉽게 고쳐질 리는
없고 어둠 속 부스럭거리다 차문 열고 나간다.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칙칙하여 서산 넘어가
려는 열이레 둥근 달마저 잔뜩 찌푸리고 있다.
그래도 ‘이화에 월백’한 갈버등 마을 고샅길을 지나고 농로 따라 산기슭을 향한다. 밭두렁 위
에는 야생 짐승의 내습을 막기 위한 전깃줄이 처져 있고 실제 전류가 흐른다. 덤불숲 옅은 지
능선을 찾아 오른다. 하늘 트인 데는 헤드램프를 켜지 않고도 갈 수 있을 만큼 훤한데 하늘
가린 빽빽한 소나무 숲은 한밤중이다.
낙엽송 숲으로 사방 빙 두른 너른 무덤이 나와 제임스 님이 한산 소곡주로 먼저 망자에게 헌
주하고 이른 아침 요기한다. 완만한 숲속 길 한 피치 오르면 능선마루이고 등로를 오른쪽으
로 살짝 벗어난 바위 절벽 위는 전망대다. 미세먼지로 천지가 뿌옇지만 골지천 건너 문래산
연봉의 가경을 다 가릴 수는 없다. 일행 모두 서둘러 가고 나 혼자서 감상한다.
산허리 도는 임도 지나고 능선이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중 되똑한 봉우리에 무인산불감시초
소가 있다. 날이 훤해지기 기다린 뜻을 살리려 사면을 누비며 오른다. 노랑제비꽃 홀로 이 산
중에 봄소식을 알리지만 능선에 부는 바람은 쌀쌀맞다. 사진은 발로 찍는 것. 왼쪽 사면을 잡
목 헤치고 약간 내려가면 골지천 건너 산첩첩 가경이 펼쳐진다.
무박산행이라고 항상 이런 멋진 경치를 약속 받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박산행이라야 이
런 경치를 만날 수 있다. 각희산, 문래산, 자후산, 위령산, 고양산, 반론산, 옥갑산, 상원산, 왕
재산, 덕우산 …. 그리운 이름들이다. 어느 봄날 위령산을 내리다가 무수한 곰취와 참나물을
만났고, 고양산에서는 발이 돌에 걸려 엎어지면서 창처럼 베인 나무줄기에 목이 살짝 스쳤
고, 반론산의 천연기념물인 철쭉은 잘 있는지, 옥갑산을 오르다가 상고대 님은 벌에 쏘여 그
만 하산하였고, 비 오던 날 덕우산에서는 산아 님을 잃어버렸지.
두루 님과 나는 이따가의 휴식을 반납하고서 이 경치를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데 우리가 너무 성급했다. 조금 더 올라가면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될 등로 바로 옆이 걸
음걸음 경점이었다. 삼척시와 정선군계이자 중봉산 주릉의 준봉인 1,261.6m을 오른다.
1,261.6m봉 정상은 미역줄나무가 우거진 덤불숲이라 그 너머에서 잠시 휴식한다.
이제 중봉산 장릉의 고원을 간다. △1,249.6m봉 삼각점은 낡아 판독불능이다. 길 좋다. 참나
무 숲, 더욱 새파란 겨우살이, 키 작은 산죽 숲, 여태 자고 있는 얼레지, 나뭇가지 수렴의 청
옥산, 아직 냉기가 묻어 있는 살랑살랑 이는 봄바람. 춘경이다. △1,285.6m봉. 북쪽 가까이
로 넓덕동산을 북동쪽으로 중봉산을 거느린 (높이로는) 이 근방의 맹주다.
4. 낙엽송 숲 두른 무덤가에서 아침요기
5. 문래산, 능선마루 전망바위에서
6. 등로 주변의 진달래꽃
6-1. 등로 주변의 진달래꽃
7. 청옥산
8. 청옥산, 오른쪽 뒤는 두타산
9. 앞 뾰족한 봉우리는 위령산
10. 고양산
11. 덕우산
12. 덕우산
13. 앞 뾰족한 봉우리는 위령산
서래야 박건석 님과 3000산 오르기의 한현우 님이 낯선 ‘부항산(缶項山)’이라는 표지판을
달아 놓았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나 영진지도 등에 없는 부항산이라는 산 이름이 어디
에서 연유하는지 알지 못하겠다. 걷기 좋은 참나무 숲길은 계속 된다. 예전의 중봉산의 그 공
포스럽던 산죽은 개화병으로 다 스러졌다. 도리어 팔과 발이 심심하다.
푹 꺼진 안부인 당골목재 지나고 봉봉을 넘는다. 1,235.4m봉 넘고 중봉산이 눈에 잡힌다. 푸
짐한 청옥산을 연신 곁눈질하며 평탄한 산상 원로를 간다. 이윽고 중봉산 정상. 삼각점은 옛
날의 것인 ‘418 재설, 77.6 건설부’이다. 작달막한 바위에 올라 발돋움하면 사방 조망이 트인
다. 백두대간 고적대, 청옥산은 늘 듬직하다.
사방 산세 자세히 살피고 나서 오늘도 해피 님의 짐을 덜어주고자 해피 님이 가져온 칠면조
만한 크기의 통닭을 안주하여 정상주로 시원한 탁주 마신다.
▶ 석이암산(石耳岩山, △973.2m)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중봉산 정상에서 북서진하여 유천 골로 갔다가 다시 산
릉을 올라 기추목이로 가는 것이다. 백두대간 고적대가 바로 저기인데 바라만 보고 발걸음을
돌리려니 아쉽다. 중봉산 북릉 초입은 선답의 인적이 갔으나 우리의 길이 아니라서 곧 왼쪽
지능선으로 갈아탄다. 이제야 잠 깬 얼레지를 엎드려 들여다보며 쭉쭉 내린다.
임도 지나고 지능선은 이내 맥을 놓고 그때마다 갈아타기 여러 번이다. 마침내 너덜 더듬어
아까부터 골을 울리던 계류에 다다랐다. Y자 계곡 합수점이다. 와폭과 그 옆에 온몸으로 핀
진달래가 어울린 비경이다. 대희(戴熙, 1801~1860, 중국 청나라 화가, 작가)의 「공산춘우
도(空山春雨圖)」의 그런 현장이 아닌가 한다. 다만 여기는 ‘복숭아꽃 살구꽃’이 아니라 ‘진
달래꽃 산괭이눈’이다.
빈산에 봄비 흠뻑 내리고 空山足春雨
복숭아꽃 살구꽃 울긋불긋 피었네 緋桃間丹杏
산중이라 꽃이 피어도 봐주는 이 없고 花發不逢人
혼자서 개울 속 그림자로 비춰보네 自照溪中影
협곡의 오르막이 거의 수직사면이다. 나무뿌리 풀뿌리 움켜쥐어가며 오른다. 더하여 간벌하
여 널려 있는 나뭇가지를 추스르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그러는 우리를 거목의 노송들이 수
대로 지켜보고 있음에야 이마의 구슬 같은 땀방울이 낙엽을 적신다. 가쁜 숨을 엎드린 자세
그대로 몰아쉬며 오른다. 임도. 주저앉고 아예 점심밥 먹는다.
14. 멀리 오른쪽은 상원산, 그 앞은 반론산, 왼쪽은 고양산, 앞 가운데는 자후산
15. 앞 뾰족한 봉우리는 위령산
16. 오른쪽 멀리는 고양산, 왼쪽은 문래산
17. 오른쪽은 문래산, 왼쪽은 각희산
18. 주릉 등로
19. 얼레지
20. 왼쪽은 백두대간 고적대, 오른쪽은 청옥산, 중봉산 정상에서
21. 백두대간 청옥산
22. 유천 골로 가는 중
23. 유천 Y자 계곡, 상고대 님
24. 유천 Y자 계곡 와폭
25. 유천 Y자 계곡에서 잠시 휴식
배낭이 훨씬 가벼워졌다. 배는 힘주어 뱃심을 내도록 불렀다. 절개지 기어올라 산릉에 붙는
다. 간벌지대는 계속 이어진다. 대간거사 님과 몇몇은 산모롱이로 돌아 오르겠다고 하는데
빈 눈일망정 사시되도록 눈은 사면을 지향한다. 뒤돌아 멀리 괘병산 암봉이 내 눈높이가 되
고 능선마루 △1,107.8m봉이다. 가시덤불 삼각점은 ‘임계 418, 2005 재설’이다.
서레야 박건석 님 등은 ‘매바위산’이라는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하기는 북쪽에 ‘매바위’라는
지명이 있다. 낙엽송 숲 아래 산죽 숲이다. 산죽 짙은 숲에 낙엽송 고사목이 쓰러져 누워 있
어 함부로 지나다가 된통 정강이를 차인다. 몇 번 영금을 보고 나서 발로 예의 살피며 간다.
993.3m봉은 첨봉이다. 오를 때도 그랬지만 직하하여 쏟아져 내린다.
안부인 기추목이는 임도 삼거리다. 기추목이란 말을 달리면서 활을 쏘는 곳으로 이곳이 옛날
에 대규모 군사훈련소가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장찬산성이 옆에 있고 쇠를 녹여 무기를 만
들었다는 점구비 마을도 인근 북쪽에 있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월간 사람과 산).
석이암산 가는 길. 기추목이(810m)에서 고도 160m 남짓 올라야 한다. 촘촘한 등고선 그대
로 가파르다. 등로 옆의 우람한 적송 우러러 그 기를 받아가며 오른다. 스퍼트 낸다. 오지산
행의 초행길이 아니지만 하도 옛적 일이라 눈과 발에 설다. 석이암산 전위봉을 꼬박 오르고
오른쪽으로 직각 방향 틀어 조금 더 가면 석이암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314 재설, 77.7 건설
부’이다.
이 산을 석이암산이라 부르게 한 ‘석이암’은 어디에 있는가? 오늘도 다만 궁금해 할 뿐이다.
서쪽에 집채만 한 바위에 석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고 그 바위에 올라서면 일망무제라는데.
이런 속도로 진행하면 어중간한 시간에 하산할 것 같아 공론하여 16시를 데드라인 정하고
그 이전에 마치게 되면 주문진으로 회 먹으로 가기로 한다.
상고대 님과 해피 님을 비롯하여 회를 좋아하는 이들은 아연 눈빛이 달라지고 생기가 돌더니
발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줄달음하기 시작한다. 926.4m봉에는 ‘SEOUL MOUNTAIN’ 산악
회에서 지도에 없는 ‘당치산’이라는 표지판을 달아놓았다. 926.4m봉 넘고 넙데데한 사면이
도상 산행 시에는 손맛 볼 최적지라고 여겼는데 노송 아래 가시덤불이다.
공사 중인 임도를 지나고 능선이 워낙 엷어 마루금을 꼭 붙들기 어렵다. (정체 모를) 표지기
를 따라 가는 것이 아니라 가다보니 표지기와 동행하게 된다. 긴 산줄기를 용케 놓치지 않았
다. 자작나무 이 봄날 화려한 숲을 지나고 묵은 임도를 내달아 자작나무 숲 빠져나오니 산자
락 밭두렁이다. 대로인 농로를 내리면서 둘러보는 송계리 샛벼리 마을이 영락없는 ‘고향의
봄’ 꽃대궐이다. 그런데 해가 중천이니 어째 산행하다 만 것 같다.
(부기) 임계종합복지회관 목욕탕이 날머리인 임계대교에서 불과 2분 거리로 아주 가까웠다.
복지회관 목욕탕은 요금이 3,500원으로 무척 싸다. 더운물과 찬물이 다 잘 나오고 수건도 넉
넉하다. 다른 데는 6,000원 한다. 그리고 입이 즐거울 시간, 임계에서 주문진 회센터까지
5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더덕주는 회에도 썩 잘 어울린다. 18시 15분에 주문진을 출발하여
서울 오는 길은 고속도로 초입(?)에서 공사 중이라 한참 지체하였는데 3시간 25분 걸렸다.
26. 산괭이눈
27. 가파른 오르막 길
28. 암봉은 괘병산
29. 얼레지
30. 기추목이 가는 길에서 전망
31. 석이암산 가는 길
32. 괘병산
33. 하늘금은 백복령을 향하는 백두대간
34. 자작나무 숲
35. 조팝나무꽃, 샛벼리 마을에서
첫댓글 그 한현우님은 간암 수술후 후유증을 이기지 못하고 60중반인 지난해에 돌아가셨다 합니다....ㅠ
그런 비극이... 한현우 님도 이제 산꾼들의 전설이 되었군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산행기도,사진도 감탄 할 뿐입니다!
산들이 악수님 생각에서 품어 나오는 듯 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