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주장으로 한껏 재미를 본 우크라이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이 또다시 '북한 위협론'을 내세워 한국으로부터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의 지원을 노렸으나 실패했다는 보도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24일 나왔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이날 '"북한의 위협"은 효과가 없었다. 서울은 왜 우크라이나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았을까?' ("Северокорейская угроза" не подействовала. Почему Сеул отказал Украине в поставках противоракет?)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한 달 넘게 북한의 추가 파병 계획과 러시아군의 북한산 KN 미사일 사용 등 북한 위협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면서 "이는 한국이 공동의 적(북한)과 싸우기 위해 방공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도록 설득하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에 북한 미사일을 이스칸데르 등 자국 미사일과 섞어쓰고 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주장은 서방 언론을 뒤덮었다"고도 했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식 군사퍼레이드에 참석한 북한군(위)와 단상에서 지켜보는 북한측 인사들/텔레그램 영상 캡처
이 매체가 정리한 '북한 위협론'과 그 진행 과정은 이렇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한달 전부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최대 5만 명의 병력을 파견할 계획(러시아 국경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라는 또다른 주장도 있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평양은 추가 병력 파견을 부인했고, 한국 국방부도 24일 북한의 추가 병력 파병 징후가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을 사실상 반박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에 탄도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나아가 한국 언론은 키예프(키이우)가 북한의 위협론을 제기하기 시작한 바로 그 시점인 지난 7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고문인 알렉산드르 카미쉰(Александр Николаевич Камышин, 전 전략산업부 장관)이 서울을 방문(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를 만났다)해 패트리어트 미사일 체계용 PAC-3 미사일의 제공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PAC-3는 최대 고도가 40㎞에 이르는 최신 기종으로, 변칙 기동을 하는 러시아 이스칸데르-엠(M)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 말 방한한 안드레이(안드리)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방공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비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사진출처:엑스@andrii_sybiha
한국을 방문한 카미쉰 우크라 대통령 고문, 전 전략산업부 장관/유튜브 캡처
한국 언론들은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북한 위협론'과 PAC-3 요격 미사일 지원 요청 사이에 숨은 상관관계과 우크라이나 측의 의도를 밝혀냈다.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대한 한국 당국의 답변은 끝내 '노(NO)'였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에다 한반도의 긴장된 안보 상황 속에서 미사일 비축량을 소모하거나 러시아도 자극하고 싶지 않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키예프가 또 미국을 통해 서울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 측에 한국에 요격 미사일을 공급하도록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또 23일 키예프 방문 중 CNN과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미사일 지원 요청을 소개한 뒤 “미국을 통해 한국의 정교한 요격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우회 배치하는 방안"을 주장하며, "이번주 (젤렌스키) 대통령과 한국 간에 몇차례 교류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트라나.ua는 그러나 "미국을 통한 압력 역시 한국을 설득하는데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의 '북한 위협론'은 결과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왜일까?
요격 미사일이 바닥나 우크라이나 키예프 인근 옥수수밭에 방치된 미사일 발사대/CNN 영상 캡처
스트라나.ua는 "키예프가 모스크바와 평양 간의 군사 협력 확대를 언급한 것은, 모스크바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한국의 입장을 더욱 강화했을 뿐"이라고 먼저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요격 미사일 제공이 어떻게 러-북한 간 협력이나 북한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스크바가 북한을 이용해 한국에 보복할 위험도 존재한다.
반면, 서울은 크렘린에 미사일 공급을 거부하는 것을 건설적인 대(對)러 노선의 증거로 내세우고, 그 대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긴장 고조를 자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다고 스트라나.ua는 봤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우크라이나 측에 불리한 국면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을 칭찬하고 이란과의 전쟁에서 미국을 돕지 않는 한국을 비판하며 한국과의 군사 훈련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고,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들(러시아와 중국 등)과의 갈등을 고조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사일 비축량을 늘려야 할 판이다. 키예프의 방공 물자 지원 요청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인 반응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된다고 스트라나.ua는 썼다.
우크라이나는 한국에 이어 일본에도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요격 미사일 부족으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에 대책없이 당하고 있다.
러시아 본토를 향한 우크라이나군의 보복 공격과 러시아 측 피해 상황이 국내(서방 외신 인용) 언론에 자주 올라오고 있으나, 우크라이나의 인적·물적 피해에 비하면 미미하다는 게 객관적인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온라인 매체 스트라나.ua. '북한의 위협은 효과가 없었다'는 기사를 실었다/웹페이지 캡처
참고로 러시아 전문 매체 바이러시아(buyrussia21.com)이 자주 인용하는 우크라이나 매체 Strana.ua는 온라인 매체로,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크라이나 안팎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정보만을 선별, 제공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본질을 파악(전문적인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 활동을 감시하고 △수준 높은 저널리즘(보도와 심층 분석)을 지향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