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한파와 함께 겨울 실내 스포츠의 꽃 ‘배구’가 찾아왔다. 프로배구 도드람 2021-2022 V리그가 10월 16일 막이 올라 내년 4월 5일까지 6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이번 시즌 V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여자부에서 페퍼저축은행이 10년 만에 신생팀으로 참가하면서 남녀부 모두 7개 구단 체제가 됐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난 시즌 일주일에 두 번 휴식을 가졌던 여자부도 올 시즌에는 남자부처럼 월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에 경기를 진행한다. 또한, 정확한 판정을 위해 주심이 직접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셀프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다.
아쉬운 점은 코로나19 판데믹 여파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인 수도권 경기는 무관중으로 개막됐다는 점이다. 다행히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 방침이 발표돼 19일(화) 경기부터는 수도권도 비수도권 지역처럼 백신접종 완료자에 한해 경기장 수용인원의 20%까지 입장이 가능하게 된다. 리그 중단의 아픔에 이어 오랜 시간 TV로만 경기를 봐왔던 배구팬들에게는 가뭄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개인기술은 기본, 조직력이 생명
배구는 6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가로 18m, 세로 9m 크기의 코트에서 2m가 넘는 네트(남자는 2.43m, 여자는 2.24m)를 사이에 두고 상대 코트에 공을 넘겨 공이 바닥에 닿으면 득점하는 경기이다. 상대편 코트로 공을 돌려보내기 위해 공을 최대 3회 접촉할 수 있는데, 한 사람이 연속해서 접촉할 수는 없다. 경기는 5세트 중 3세트를 가져가는 팀이 승리하는데, 세트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먼저 25점을 득점해야 한다(단 5세트는 15점).
1895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홀리오크시의 YMCA 체육부장 윌리엄 모건은 격렬한 농구보다 유연하고 차분한 게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배구를 창안했다. 처음에는 5명이 경기하다가 1918년 6명이 세트당 15점으로 경기하고 득점에 성공하면 선수들이 시계방향으로 한 칸식 이동(로테이션) 하는 6인제 국제규칙이 확립됐다. 2000년부터는 세트당 25점 랠리포인트제로 국제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64년 도쿄 올림픽부터다.
2021-22시즌 도드람 V리그가 10월 16일 개막해 내년 4월 5일까지 6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는 각각의 선수들이 서브, 세트, 리시브, 스파이크, 블로킹 등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데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유기적인 조직력이 아주 중요한 스포츠이다. 득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격할 때 함께 참여해서 상대 팀 수비를 교란해야 하고, 반대로 방어할 때는 상태 팀의 공격을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팀 기술이 중요하다.
경기에서 한 팀을 구성하는 6명의 선수는 각각의 위치에서 이미 약속된 전술적 작전에 따라 알맞은 행동을 하게 된다. 선수 포지션은 공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세터 1명, 주공격을 담당하는 레프트 공격수 2명과 라이트 공격수 1명, 중앙에서 블로킹과 속공, 시간차공격 등에 참여하는 센터 2명, 그리고 후위로 빠진 센터를 대체해서 서브리시브 등 수비를 전담하는 리베로 1명으로 구성된다.
시속 120km 넘는 광속 서브와 스파이크
배구 경기는 상대팀으로 공을 넘겨주는 ‘서브(Serve)’로 시작된다. 과거 배구 경기에서는 상대방 공격수를 묶어 두기 위해 공격수한테 공을 보내는 목적타 서브를 주로 이용했는데, 최근에는 득점을 위한 다양하고 강력한 스파이크 서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스파이크 서브는 파워가 있고 위력적이어서 리시브하기 까다로운 서브임에는 틀림없으나 실패할 확률이 높아 양날의 검과 같다.
스파이크 서브는 엔드라인 뒤쪽에서 공을 높이 띄운 후 앞으로 달려나가면서 힘껏 뛰어올라 허리를 뒤로 젖힌 후 앞으로 숙이면서 몸 전체의 탄력을 이용해서 공을 내려찍는다. 스파이크와 비슷한 파괴력을 가진 서브로, 세계적인 강서버들의 서브는 시속 120km를 상회한다. 정확한 리듬과 타이밍이 중요한데, 선수들은 볼을 3m 이상의 지점에서 임팩트가 이루어지는 것을 최적의 타이밍으로 생각한다.(강상학 『프로 배구선수들의 스파이크 서브에 관한 연구』 참조)
스파이크를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 코트로 공을 스피드가 있고 강력하게 때려 넣어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배구 경기에서 득점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공격기술은 ‘스파이크(Spike)’다. 스파이크 공격은 높은 타점에서 스파이크하는 오픈 공격, 세터와 공격수의 호흡을 통해 정확하게 토스된 볼을 빠르게 스파이크하는 속공, 세터의 토스에 대해 다른 공격수의 위장 점프를 이용하여 스파이크하는 시간차 공격, 세터가 토스한 볼을 후위에 있는 공격수가 네트에서 3m 떨어진 어택라인 뒤쪽에서 점프하여 스파이크하는 후위공격 등이 있다.
스파이크를 성공해 득점하기 위해서는 공격수는 높이와 힘을 바탕으로 스피드가 있고 강력한 볼을 상대편 코트를 향하여 때려 넣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낮은 준비자세로 세터의 토스 진행 방향과 타이밍, 공격하고자 하는 방향을 잘 보고 토스한 볼의 낙하지점으로 빠르게 도움닫기를 하여, 발 구름을 통해 수평력을 수직력으로 전환해 도약하는데 팔의 뿌려 올리기와 허리 움직임, 무릎 반동을 이용하여 체공시간이 있는 점프를 한다. 도약한 후 정점에 도달하게 되면 팔은 백스윙 상태에서 팔을 쭉 편 상태로 팔꿈치가 팔목보다 먼저 이동하도록 하면서 공을 강하게 때린다.
스파이크는 네트 위에서 공격하는 기술로 공격 가능면적을 넓히기 위하여 기본적으로 높은 타점을 확보하고 좌우 상하 각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스파이크 된 시점부터 수비수나 코트에 닿았을 때까지 소요시간은 0.4초 내외다. 숙련된 수비선수의 반응시간이 0.24초이고 운동시간 0.11초로 합하면 0.35초이다. 따라서 몸을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비수 근처로만 공을 보내지만 않으면 스파이크로 쉽게 득점할 수 있다는 계산서가 나온다.
송곳 막는 블로킹, 디그와 서브리시브
스파이크를 내리꽂는 족족 쉽게 득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 경기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이유는 바로 수비팀에는 송곳 갖은 스파이크 공격을 막아내는 ‘블로킹(Blocking)’이 있기 때문이다. 1964년 도쿄 올림픽 때부터 블로킹할 때 오버네트는 반칙이 아니라고 경기규칙이 개정되면서 블로킹은 단순 방어기술을 넘어 상대의 공격을 직접 셧아웃(Shut-out)하는 공격기술로 발전했다. 수비팀 입장에서는 실점도 막고 점수도 따내니 1점 이상 가치를 지닌다.
성공적인 블로킹은 좌·우측 방향으로 이동할 때 스텝 방법의 선택,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원하는 위치로의 빠른 이동, 블로커의 점프 높이 등에 달려 있다. 수직점프 시에는 양팔을 수직 방향으로 빠르고 강하게 들어 올릴수록 더 큰 탄력을 받게 되는데, 상지 스윙은 속도의 약 10%, 점프 높이에는 약 21%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숙련된 대학 배구선수와 체육학과 학생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동작 소요시간은 미숙련자보다 숙련자가 오히려 더 길게 나타났는데, 도약 전 무릎 등 하지 관절을 최대한 굴곡시켜 관절의 가동범위를 넓혀 긴 체공시간과 점프 높이를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상지 관절에서는 팔꿈치를 최대한 신전 시키고 어깨와 손목 관절은 네트에 닿지 않는 한도에서 최대한 굴곡시켜서 블로킹 성공률을 높였다.(김정수 외 『배구 수직 점프 블로킹 동작에 대한 생체역학적 분석』 참조)
배구 여자경기는 끈질긴 수비로 랠리가 계속돼 파워풀한 남자경기 못지않게 인기다. ⓒ 한국배구연맹
상대방의 강력한 스파이크를 코트에서 받아내는 수비 기술을 ‘디그(Dig)’라 한다. 디그는 수비의 꽃으로 블로킹을 뚫고 날아오는 스파이크를 제대로 받게 되면 우리 팀이 반격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특히 상대방의 첫 번째 공격인 서브를 받아내는 것은 리시브(Receive)라 부른다.
세계 상위팀들은 강력한 서브를 넣어 조직적인 세트플레이를 어렵게 한 후 상대의 오픈공격을 두터운 블로킹으로 차단하여 득점하는 전술을 주로 구사한다. 따라서 배구 경기에서 정확한 서브리시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계 각국의 배구팀들은 리시브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많은 포메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 프로배구팀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서브리시브 성공률이 리그 1위 팀은 74.4%인 반면 7위 팀은 63.8%로 성적과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으며, 서브리시브가 성공하였을 경우 속공 공격을 시도할 확률이 높았고 실패했을 경우 모든 팀들이 오픈 공격을 하였다. 서브리시브 후에는 7개 팀 모두 96% 이상 세트가 세터에 의해 이루어졌다. 결국, 서브리시브 성공률이 낮은 하위팀 세터는 빠른 움직임으로 서둘러 공을 올려야 했고 정확도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상위팀(56.9%)에 비해 하위팀(47.7%)의 낮은 공격 성공률로 이어졌다.(김종원 외 『배구 서브리시브에 따른 팀 간 공격 차이 분석』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