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블랙번(Elizabeth Blackburn, 1948~)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와 캐럴 그라이더(Carol Greider, 1961~)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바로 그 늙지 않는 욕망의 꿈을 실현시켜 줄 ‘존재’를 연구해 세포의 노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들이 찾아낸 인체의 노화 시계를 멈춰줄 구원 투수는 염색체 끝에 있는 DNA 조각 ‘텔로미어’(telomere)였다.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Tetrahymena)’라는 작은 원충류의 DNA를 연구하고 있었다. 블랙번은 테트라하이메나의 텔로미어를 분석해 염기서열이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생물은 탄생과 함께 수많은 세포의 분열이 시작된다. 세포가 분열하면서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인 텔로미어의 길이는 짧아진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의 손상을 막고 근접 염색체와의 융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염색체 끝에 달려있는 DNA가 노출된다. 세포는 이러한 상태가 되면 분열하지 않았다. 블랙번은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 짧아지면 염색체가 제대로 복제되지 못하고 세포도 분열을 멈추며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블랙번은 텔로미어가 마치 운동화 끈 끝에 달린 보호용 플라스틱(aglet)이라고 말했다. 이 플라스틱 조각이 신발 끈을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텔로미어도 염색체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