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인간다운 삶을 위해
두텁게 연대하고 뜨겁게 항쟁한 사람들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1번째 책. 역사책이나 교과서에서는 자세히 알 수 없는 우리 현대사 속 ‘항쟁’의 모습과 의미를 4명의 작가가 각자만의 사려 깊은 시선으로 짧지만, 감동적인 소설로 풀어냈다. 4·19혁명에 앞서 강원도 원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시위(〈그날의 소리〉), 광주대단지사건이라 불리는 철거민들의 투쟁(〈구두 열 켤레〉), YH무역사건으로 알려진 공장노동자들의 궐기(〈들꽃들의 함성〉), 막장보다 어둡고 힘겨운 삶을 견뎌야 했던 강원도 사북 탄광 광부들의 항쟁(〈검은 4월〉). 비록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 항쟁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원했던 민중들의 뜨거운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목차
그날의 소리_ 최고봉
구두 열 켤레_ 정명섭
들꽃들의 함성_ 박경희
검은 4월_ 권오준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최고봉
그림책 관련 책을 내고 얼떨결에 그림책협회 회원까지 된 사람. 몇 개의 독서 모임에 참여하며 책읽기-토론-글쓰기가 어우러지는 사회를 꿈꾼다. [북수다] 운영진으로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독서 자율연수를 진행 중이다. 초등학생 시절에 책의 매력에 빠져 평생 책을 읽으며 살고 싶은 꿈을 꾸었다. 강원도 철원 민통선 북쪽 학교에서 초등교사 생활을 시작해 시골 학교 아이들과 그림책과 책읽기, 글쓰기를 공부한다. 함께 읽기, 감정 나누기, 독서 토론에 관심을 갖고, 홍천 오안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쓴 책으로는 『이야기가 꽃피는 교실 토론』(공저), 『재잘재잘 그림책 읽는 시간』(공저) 등이 있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기억, 직지』로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으며 2019년 ‘원주 한 도시 한 책’에 『미스 손탁』이 선정되었다. 2020년에는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주요 출간작으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일상 감시 구역』, 『귀신 초등학교』, 『앉은뱅이밀 지구 탐사대』, 『미스 손탁』 등이 있다.
박경희
1960년 경기도 양평에서 출생, 20년간 방송 구성 작가로 활동했다. 2006년 한국 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한국방송라디오 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2004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하여 소설, 르포, 동화, 에세이 등 경계선을 넘나드는 글을 쓰고 있다. 탈북학교인 하늘꿈중고등학교에서 10년간 '인문학 수업' 지도를 했다. 2017년부터 중학교 2학년 도덕 교과서와 『중학교 소설 읽기』(전국국어교사모임 엮음)에 「류명성 통일빵집」이 수록되었다.
장편 탈북동화 『리무산의 서울 입성기』(2019), 청소년 장편소설 『난민 소녀 리도희』(2017), 청소년 엔솔로지 소설집 『여섯 개의 배낭』(2016), 청소년 소설집 『류명성 통일빵집』(2013)이‘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장편소설 『리정혁의 백두산 하이킹』(2022), 장편동화 『리루다네 통일밥상』(2021), 단편소설집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2020), 청소년 성 소설집 『버진 신드롬』(2019), 청소년 장편소설 『고래 날다』, 장편 동화 『몽골 초원을 달리는 아이들』, 탈북청소년을 위한 하늘꿈학교 르포집 『우리의 소원은 통일』, 탈북동화 『엄마는 감자꽃 향기』, 『감자 오그랑죽』 『Potato Porridge』(영문 번역 해외 보급), 에세이로 『손주는 아무나 보나』 『여자 나이 오십, 봄은 끝나지 않았다』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 『이대로 감사합니다』 『천국을 수놓는 작은 손수건』 『김혜자와 차 한잔을』 등 다수가 있다. 공저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소설집 『대한 독립 만세』, 4.19 60주년 기념 소설집 『민주를 지켜라』, 청소년 소설집 『내가 덕후라고?』,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공모 선정작 『알바의 하루』가 있다.
권오준
생태 작가이자 전국의 학교 ‘작가와의 만남’ 최다 강연자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성인 인문학 강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청중을 열광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며, 한중일 3개국 동화 교류 특강을 맡기도 했다. KBS 라디오 생방송 고정 게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했으며 동아일보사 톡톡글쓰기 전문 강사로도 일했다. 환경정의 시민연대에서 최고의 환경 책 저자에게 주는 ‘올해의 한우물상’(2013)을 수상했으며, EBS 자연 다큐 [하나뿐인 지구] ‘우리가 모르는 새 이야기’ 편에도 출연했다.
지은 책으로는 생태동화 『날아라, 삑삑아!』, 『꼬마물떼새는 용감해』, 『둠벙마을 되지빠귀 아이들』, 『홀로 남은 호랑지빠귀』 등이 있고, 그림책 『비비를 돌려줘!』, 『편지 받는 딱새』, 『미운 동고비 하야비』, 『숲속의 어느 날』, 『개똥이의 1945』, 『포포 부부의 떠내려간 둥지』 등이 있으며, 논픽션 책으로는 『사계절 생태 캠핑』, 서평집으로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공저)이 있다.
출판사 리뷰
인간다운 삶을 위해
두텁게 연대하고 뜨겁게 항쟁한 사람들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1번째 책. 역사책이나 교과서에서는 자세히 알 수 없는 우리 현대사 속 ‘항쟁’의 모습과 의미를 4명의 작가가 각자만의 사려 깊은 시선으로 짧지만, 감동적인 소설로 풀어냈다. 4·19혁명에 앞서 강원도 원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시위(〈그날의 소리〉), 광주대단지사건이라 불리는 철거민들의 투쟁(〈구두 열 켤레〉), YH무역사건으로 알려진 공장노동자들의 궐기(〈들꽃들의 함성〉), 막장보다 어둡고 힘겨운 삶을 견뎌야 했던 강원도 사북 탄광 광부들의 항쟁(〈검은 4월〉). 비록 다른 시간, 다른 공간에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이 항쟁들 속에서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원했던 민중들의 뜨거운 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민주주의는 살아 있다!”
독재에 짓밟힌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학생들
재춘은 초등학생인 동생 정수와 할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강원도 원주에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새 학기 시작으로 한창 설레고 바쁠 시기이자 정·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둔 1960년 3월 어느 날, 선거 유세 차량이 학교까지 들어와 시끄럽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번 선거가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는 정황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그 소식은 재춘과 친구들에게까지 전해진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학생들이 부정선거 규탄과 민주주의 사수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에 재춘은 친구들과 함께 시위에 나설 준비를 하는데….
경찰의 진압 앞에서도 학생들은 의연했다. 아니, 의연한 척 보였다.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경찰의 쇠 곤봉이 자신들의 어깨와 팔, 머리를 때릴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재춘의 선창에 맞춰 다시 일제히 구호를 외쳤다. 학생들은 중앙시장에 있는 백화점 앞까지 진출해 전단을 뿌렸다. 이제 10분만 버티자는 생각을 했다. 그때였다.
_ 최고봉, 〈그날의 소리〉
“우리는 살고 싶다!”
대도시의 난개발로 빼앗긴 삶의 터전을 되찾고자 궐기한 빈민들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영기는 서울 청계천 판잣집에서 살고 있다. 영기네를 비롯한 청계천 사람들은 늘 가난과 싸우면서도 삶의 희망을 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영기 엄마는 경기도 광주로 이주하면 싼값에 땅을 살 수 있고, 집도 지을 수 있다는 솔깃한 얘기를 듣는다. 엄마가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드디어 ‘광주 대단지’로 이사하게 된 영기네. 그런데 처음 들었던 얘기와는 달리 그곳은 허허벌판에 낡은 군용 천막들만 즐비할 뿐, 서울 판잣집보다 못한 환경이었다.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주민들은 서울시장 방문에 맞춰 항의 시위를 벌이는데….
불길이 더 거세게 치솟았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불길은 맹렬히 타올랐다. 사람들의 분노가 장작처럼 불을 지피는 것 같았다. 그사이 어른들은 큰길로 나와서 가설 탑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러고는 구호를 외쳤다.
_ 정명섭, 〈구두 열 켤레〉
“노동자 인권 보장하라!”
자본의 탐욕에 맞서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단결한 공장노동자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고향 근처 여러 공장에서 일하던 경숙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향한다. 경숙은 번화하고 낯선 서울에 적응할 틈도 없이, 고향에서보다 더 부지런히 일한다. 하지만 경숙이 일하는 하도급 공장들에선 폐업을 핑계로 임금을 주지 않기도 하고, 고된 노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던 경숙에게 ‘YH무역’이라는 큰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고, 그곳에서 경숙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는 한편 노동조합에서도 활동하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던 중 YH무역에서도 이전 공장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임금 체불과 폐업이라는 위기가 닥치는데….
나는 피를 토하듯 외쳤다. 사투였다. 뒤이어 동지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렸다. 동지들의 외침은 절규이자, 눈물이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절절했다.
_ 박경희, 〈들꽃들의 함성〉
“우리도 인간답게 살아 봅시다!”
막장보다 어둡고 두려운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한 광부들
서울 변두리에서 운영하던 양돈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고 강원도 사북 탄광 마을로 쫓기든 오게 된 석호네. 시커먼 석탄 가루와 열악한 판잣집 생활을 하면서도 조금만 고생하면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광업소 간부들의 횡포와 열악한 대우를 견디다 못한 광부들이 시위를 벌이는 일이 발생하고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과 맞서는데….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튿날이 되자 광부들은 더욱 흥분했고 분노했다. 곧 경찰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광부 수천 명이 광업소 앞에 집결했고 가족들까지 모여들었다. 안경다리 지나 광업소로 이어지는 길에는 광부들과 주민이 뒤섞여 있었다.
_ 권오준, 〈검은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