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사를 걸고 맞붙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속에 이렇게 기구한 운명을 가진 나라들이 또 있을까 생각이 든다. 도저히 이 지구상에서 같이 살아갈 수 없는 두 민족이자 두 나라이다. 불구 대천지 원수라는 사이이다. 예전 한강유역을 놓고 백제와 신라가 엄청나게 충돌한 것이나 독일과 프랑스가 서로 자국의 땅으로 삼기위해 온갖 전투속에 위치한 알자스 로렌지역과 비교하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차원이 다르다. 무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은 기원전 1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3천년전 이야기이다. 한반도의 백제와 신라의 투쟁이 기원후 4~6세기 경이고 독일과 프랑스의 알자스 로렌 전쟁은 19세기 보불전쟁인 것을 감안하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기구한 운명은 무려 3천년 이상이 된 것이다.
지금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 땅은 중동지역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영토이다. 사막지역에서 그래도 정착이 가능한 지역이 바로 지금의 팔레스타인지역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러니까 기원전 3천년부터 그 팔레스타인지역에 여러 인종이 몰렸다. 나라도 세웠다. 물론 부족국가 정도였지만 말이다. 지금 이스라엘의 조상이라는 히브리인들도 이 지역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도 부족국가를 만들었다. 그 지역을 가나안이라고 불렀다. 당시 중동의 강력한 국가인 이집트가 이 지역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이집트는 이 지역을 속국으로 삼았다. 이집트와 이 지역사이의 뺏고 해방되는 역사가 거듭됐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즉 가나안지역은 유대인 이야기와 구약 성경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삼손...다윗...솔로몬...기원전 10세기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당시 필리스티아(현 팔레스타인)인들을 물리치고 가나안땅을 정복한다. 가나안땅은 히브리인들의 소유가 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시리아와 신 바빌로니아에게 정복당한다. 그 이후 가나안땅은 페르시아의 치하가 되고 로마의 점령국이 된다. 그런 로마의 점령지에서 예수가 태어난다. 로마가 동로마 서로마로 분열되고 서로마는 망하고 만다. 이지역은 동로마 세력권에 포함되지만 동로마가 이슬람 오스만제국의 지배하에 들어간다.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팔레스타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된다. 그들은 비록 독립을 이루지 못했지만 나름 오랜 기간동안 나라를 세울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았다. 그 오랜 세월속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사는 유대인들은 아랍인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유대교보다 상대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이슬람교를 믿는 게 편하다는 심리가 작용했다.
그러다가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한다. 영국은 당시 오스만제국의 팔레스타인지역을 점령한다. 영국은 1920년부터 1948년까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 통치하게 된다. 영국은 1차대전 당시 자신들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준 유대인들에게 달콤한 약속을 한다. 팔레스타인지역에 유대인 나라를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이다. 유대인들은 서서히 팔레스타인으로 모여 든다. 세계에 뿔뿔이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집결한다. 결국 팔레스타인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자신들의 영토라고 여겼던 아랍인과 히브리족의 후예들의 갈등은 높아만 간다. 히브리민족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선포한다. 지금의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에게 밀려난 나머지 팔레스타인 지역 아랍인들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로 나뉘어 조직을 만드는데 그것이 바로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이다. 이스라엘은 공인된 나라이고 팔레스타인은 그냥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라는 이름으로 나라가 아닌 모습으로 남게 됐다. 그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숱한 충돌과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가 2013년 드디어 팔레스타인 해방기구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인정을 받기 시작한다.
엄청난 역사를 짧게 요약했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정말 기구한 운명이 존재한다. 지금의 팔레스타인 그리고 이스라엘의 땅인 가나안은 종교의 땅이었다. 지금의 기독교의 본류인 유대교의 발상지이자 아랍인들의 종교인 이슬람교의 원천적 태생지역이기도 하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사이에는 정말 닮은 것이 너무도 많다. 그야말로 형제 종교이다. 이슬람교의 예언자와 유대교의 예언자 그리고 천사들도 비슷하다.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이스라엘 족과 아랍족은 형제 또는 사촌이다. 햄족 셈족이 바로 그렇다. 아주 옛날에는 같은 지역종교였지만 유대인들은 기독교라는 종교를 만들었고 아랍인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를 만들었다. 그 핵심 요소들이 담겨 있는 곳이 바로 지금 팔레스타인이자 예루살렘이기도 하다. 한쪽은 기독교의 성지이고 다른 한쪽은 무슬림의 성지이기도 하다. 그런 장소이니 종교적 정치적 역사적으로 아주 살벌하게 얽키고 설킨 애증이 혼재된 그런 지역이다.
나라를 잃은 유대인들은 전세계를 떠돌았다. 유목민같은 삶을 수천년동안 살았다. 결국 히틀러에 의해 유대인 대학살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도 경험했다. 유대인들은 나라세움이 절실했다. 이스라엘을 다시 세웠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다. 그리고 그 지역에 거주하던 아랍인들을 가자지구 서안지구로 몰아 넣었다. 1~4차 중동전쟁을 치르면서 이스라엘은 중동의 강국중의 강국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에 거주하며 그곳에서 금융등을 지배했던 유대인들의 도움으로 만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땅만 넓었지 별 볼일 없는 중동에서 땅은 아주 작지만 강력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똘똘 뭉친 이스라엘 국민을 중동국가들이 당할 수 없었다. 그런 이스라엘을 숭배하는 집단이 지금 한국에도 존재한다.
자신들의 나라를 정말 오랜 세월속에 확립한 이스라엘은 자신들이 나라를 세운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기존의 팔레스타인을 제거하고 싶었다. 일부 온건주의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유화정책을 펴기도 했지만 극우의 상징인 현 네타냐후는 강력한 팔레스타인 압박정책을 폈다. 이스라엘에 둘러싸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수시로 얻어터지는 것은 물론 물과 전기등 생활필수품을 오로지 이스라엘로 부터 지급받는 가자지구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가자지구를 실질적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정파는 바로 하마스이다. 팔레스타인 지역민들은 그래도 이스라엘의 횡포에서 자신들을 구원할 세력은 하마스밖에 없다고 굳게 믿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스라엘 현 총리인 네타냐후는 자신의 탈법 편법적인 문제점을 숨기고 집권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요상한 사법개혁을 내세우며 이스라엘 국회를 무력화하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탄압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었다. 이스라엘 국민들 대다수가 네타나후의 독재화정책에 반발하면서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고 있던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팔레스타인이 국가로 승인 받은 지 이제 10년이되는 2023년은 팔레스타인지역에서 뭔가 터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네타냐후가 만드는 이스라엘의 극한 상황과 네타냐후가 조성하는 가자지구 탄압정책이 맞물려 터진 것이 바로 지금 이 시점이 아닌가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물론 민간인들을 대량으로 사상케하고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으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조직의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당연히 없다. 하지만 왜 하필 지금 이런 엄청난 대충돌이 발생하는지는 조심스레 들여다 볼 필요가 당연히 있다.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는 네타냐후는 이번 사태를 자신의 정권 연장을 위해 대단한 호재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는 그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데 왜 하필 이 시점에서 그런 대규모 도발을 일으킨 것인가를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너무도 잔혹하게 코너에 몰리는 쥐는 결국 고양이를 물게 되어 있다. 마지막에 고양이의 밥이 될 지언정 그래도 쥐는 마지막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절박함이 부른 정말 슬픈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팔레스타인 즉 가나안 지역에서의 히브리인들과 아랍인들의 기구한 운명의 대결이 바로 지금 이스라엘 팔레스타인...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전쟁이다. 슬픈 역사를 지니지 않은 민족이 어디 있겠느냐만 정말 팔레스타인의 아랍인족과 이스라엘의 히브리인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구한 운명속에 놓여 있는 것이다.
2023년 10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