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축으로 이어진 두 개의 주택 '강릉 낭만가옥'
옛 집과 증축한 주택의 기묘한 만남. 서로 다른 이미지의 두 공간이 어우러져 각각의 매력을 발산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KTX 역사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강릉 교동. 그 역사의 맞은편, 옛 도심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대지 위로 낭만을 품은 증축 주택, ‘낭만가옥’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증축이라 하면 기존 주택 옆으로 잇거나 그 위로 얹는 방식으로 설계하지만, 이 주택은 기존 구옥(가동)과 증축 주택(나동)이 분명히 나뉘어 있는, 조금은 특이한 형태를 띠고 있다.
SECTION ① 현관 ② 주방 ③ 거실 ④ 욕실 ⑤ 보일러실 ⑥ 소거실 ⑦ 방1
굽이진 골목 옆으로 증축된 새하얀 주택의 모습
위에서 바라본 ‘낭만가옥’. 기존 구옥과 증축 주택이 나란히 붙어있다.
이곳에서 거주하며 패션·섬유공예 가게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인 김남희 씨. 5년 전, 이 주택에 올 때부터 늘 집짓기를 꿈꿔왔던 그녀는 사촌 동생이자 광장건축사사무소의 소장인 최원석 건축가에게 의뢰하여 마침내 그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저는 계속 집을 짓고 싶다고 요구했지만, 길이 협소하고 좋지 않아 안 된다는 대답만 돌아왔어요. 건축법상 신축은 불가능해 해결책은 증축뿐이었는데, 기존 구옥은 벽돌집이라 그 위로 올리기 어려웠고 결국 뒤편 작은 대지를 활용하게 됐죠.”
남희 씨가 운영 중인 구옥 1층의 가게 내부. 그녀가 만든 공예품이 눈을 즐겁게 한다.
그녀의 취향으로 꾸민 구옥 2층의 거실. 자개장과 같이 옛 가구들로 빈티지하게 꾸몄다.
소장은 기존 구옥의 부지와 고저 차가 3m 정도 나는 뒤편 대지 형태를 이용해 기존 구옥 2층이 증축 주택 1층의 외부 현관을 통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원래 대지를 유지한 덕분에 주위의 좁은 골목길과 그곳에서 묻어나는 옛 도심의 정취를 그대로 품고 갈 수 있었다.
구옥의 1층은 패션·섬유공예 가게로, 2층은 남희 씨가 거주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남희 씨는 실내 인테리어를 손수 작업했는데, 구옥은 세월이 묻은 모습과 어울리는 빈티지·레트로 스타일로 꾸며 정감 있는 인테리어를 구현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강릉시 | 대지면적 ▶ 196㎡(59.3평)
건물규모 ▶ 가동 - 지상 2층, 나동 - 지상 2층 | 거주인원 ▶ 1명 + 반려견 1
건축면적 ▶ 95.93㎡(29평) | 연면적 ▶ 187.17㎡(56.6평)
건폐율 ▶ 48.94% | 용적율 ▶ 86.95%
주차대수 ▶ 1대 | 최고높이 ▶ 9.5m
구조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 지상 - 철근콘크리트 구조
단열재 ▶ 비드법단열재(나등급) THK160, THK220
외부마감재 ▶ 외벽 - 스터코플렉스 / 지붕 - 컬러강판 THK0.7
창호재 ▶ 이건창호 CSS 210LS, CWS 67TT, 로이복층유리 35㎜
시공 ▶ 건축주 직영
설계 ▶ 광장건축사사무소 033-652-9088
앤티크한 분위기의 구옥 2층의 작은 주방
그녀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구옥 한편에 마련한 작업실. 주택으로 사용했던 기존 구옥을 직접 리모델링했다고.
구옥의 2층 현관을 열면 증축 주택과 이어지는 외부 현관 통로와 마주하고, 벽돌 구옥과는 대조되는 콘크리트구조의 새하얀 주택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옥이 빈티지하고 예스러웠다면 증축 주택은 새 건물답게 깔끔하며 모던함을 갖추었다. 외부 현관을 따라 들어선 1층 내부는 오른편엔 주방과 다이닝 공간, 왼편엔 거실을 구성했다. 1층은 2층까지 층고가 개방되어 있어 층 면적이 넓진 않지만 시원시원한 공간감을 가져온다. 주변 주택, 골목길과 접하는 벽면은 사생활 보호를 위해 모두 막고 위쪽에 작은 세 개의 작은 고창을 두어 부족한 채광을 확보했다. 대신 맞은편 벽면엔 외부 데크와 직결되는 큰 창을 내어 답답함을 줄였다. 데크 공간은 건물을 두른 울타리가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하고, 좁은 길로 골바람이 불어 언제든 시원한 쉼터가 되어준다.
구옥과는 다른 화이트톤의 증축 주택의 거실.
심심한 벽면에는 그녀가 직접 만든 조각보로 장식했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또 하나의 골목길을 연상케 한다. 좁지만, 굴곡지게 계획되어 남다른 구조미가 느껴진다. 2층에 다다르면 큰 원목 시스템창호를 통해 KTX 역사와 드넓은 광장, 월대산의 원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방에 들어서기 전, 입구에는 아담한 소거실을 마련했다. 남동향의 창으로 따스한 햇볕이 들어오는 이곳에는 작은 옷장을 두어 미니 드레스룸으로 활용했다.
INTERIOR SOURCE
내부마감재 ▶ 벽 – 제비스코 드림코트 / 바닥 – 수-사하라G(포세린 타일), 이건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네브라스카 라이트블루, 이누스
수전 등 욕실기기 ▶ 바노스, 이누스
조명 ▶ 제일조명, YLED, Casa Light | 현관문 ▶ 마메든도어
데크재 ▶ 방부목
화이트와 우드 조합으로 인테리어한 주방과 다이닝 공간
2층으로 올라가는 굽이진 목재 계단
PLAN ① 현관 ② 주방 ③ 거실 ④ 욕실 ⑤ 보일러실 ⑥ 소거실 ⑦ 방
POINT 1 침대 뒤 창고 공간
침실 뒤편 목재로 막아놓은 벽에는 알짜배기 공간으로 활용 가능한 창고가 숨어있다.
POINT 2 2층 목재 창
2층에는 큰 목재 창을 두어 아래층과의 공간감을 공유하고 남동향의 채광을 확보했다.
2층의 소거실에 마련한 드레스룸
2층의 메인 공간인 침실. 다락방을 연상케 하는 경사진 천장과 목재가 아늑함을 더한다.
침실 옆에 마련한 작은 서재 공간. 정면의 창은 증축하며 창호를 가장 중요시했던 그녀가 특별히 주문한 원목 시스템창호이다.
화이트와 핑크 투톤의 타일이 눈에 띄는 2층 욕실
레일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마침내 2층의 메인 공간인 침실과 마주한다. 간소하게 꾸며 아늑함을 더했고, 한쪽 창가에는 미니멀한 서재 공간을 따로 두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주택 곳곳에는 그녀의 감각적인 인테리어 포인트도 엿볼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예술 공예품들을 소품으로 활용하여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기존 구옥의 2층 현관과 증축 주택의 1층 현관을 이어주는 외부 통로
증축 주택 외부에 마련한 데크 공간. 울타리로 시야를 막아 프라이빗한 공간을 형성했다.
“이곳에 오신 분들이 조용한 환경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가셨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만든 패브릭이나 조각보를 구경하며 좋은 기운을을 받고 오래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해요.”
모두에게 낭만적인 주택이 되길 바라면서 짓게 된 ‘낭만가옥’. 구옥과 증축,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진 공간에서 아름다운 작품의 숨결을 마시며 오늘도 지친 하루를 달래본다.
취재_ 이래현 | 사진_ 변종석
출처 월간 전원속의 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