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盧대통령님 서거] 청와대 손석희로 불렸던 김경수 비서관님의 노통과의 여행후기...

[일산봄봄]

    김경수비서관과 두 아드님...^^

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군요.

봉하마을에서는 비오는 날을 다들 좋아합니다. 왜냐면 비오는 날은 '농사일'을 쉬기 때문입니다.

이미 심어놓은 장군차나 매화, 산수유, 산벚나무 등 옮겨 심은 나무들에게 봄비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우리 봉하마을 일꾼들에게도 봄비는 또다른 '생명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지난 주는 휴가(?) 다녀오자마자 광주로 담양으로 함평으로 강행군이 이어졌습니다.

금요일(4.18) 봉하마을로 돌아왔다가 일요일(4.20) 오전 일찍 광주로 출발, 오전에는 노씨종친회의 대제(大際) 행사에 참석하시고 오후에는 망월동 국립묘지를 참배하셨습니다. 종친회 행사는 재임 중에 참석 요청을 받고 퇴임하면 한 번 가시겠다고 약속을 하신 행사였습니다. '황룡포' 입으신 모습이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

망월동 5.18 국립묘지는 아무래도 5월에 다시 광주를 찾기 어려우실 것 같아 미리 들르신 것입니다.

입구에서 방명록에 '강물처럼'이라는 글귀를 남기셨습니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우공이산'만큼이나 대통령님께서 좋아하시고 자주 인용하는 대상입니다. 강물은 때로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구비구비 돌아 흐르지만 결국은 바다로 나아갑니다. 지금은 흐르는 강물처럼... 작은 일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길게 멀리보고 가야할 때... '강물처럼' 네글자 속에, 망월동에 잠들어 있는 민주영령과 대통령이 나누는 많은 대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은 담양에 있는 한 리조트에서 여장을 풀었습니다. 수목원이 잘 가꾸어져 있는 곳으로 재임 중에도 한 번 다녀가신 적이 있는 곳입니다. 여간해서 외박(?)을 하지 않으려 하시는 대통령께서 두번이나 찾을 정도로 편안하고 정갈한 곳입니다. 도착 후 잠깐 휴식하는 둥 마는 둥하고 바로 수목원 산책에 나섰습니다.

'꽃과 나무, 곤충'은 대통령님의 추억의 화두 중 하나입니다. 봉화산을 등산할 때면 '자연생태해설사'가 되어 마주치는 온갖 꽃과 나무, 곤충에 대해 '해박한 지식'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들을 때마다 그놈이 그놈 같고, 또 이름은 왜 그리 안 외워지는지.... 다니시다 처음 보는 나무나 꽃이 나오면 꼭 '저건 뭐지?'하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물론 우리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지요... ㅜㅜ;;

잠시 어색한 침묵을 참고 있으면 그 녀석의 이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 대통령님께서 그 녀석을 찬찬히 살펴보시다가 '아, 00 나무구나!'... 옆에 선 우리는 또 가슴을 쓸어내리고...

그래도 봉하마을에 내려온 뒤로는 우리도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역시 지진아를 탈출하는 유일한 비법은 '반복학습'밖에 없었습니다. 봉화산 등산이나 마을 들판, 화포천 산책 때마다 대통령님의 친절한 해설과 함께 보고 듣고 한 덕분이지요... '대통령과 함께 하는 자연생태학교' 언젠가 이런 프로그램도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담양에서 1박한 뒤 다음날 나비축제가 한창인 함평을 찾았습니다. 올해로 벌써 10년이 넘은 함평 나비축제는 '나비 곤충 엑스포'로 커져서 하루에도 수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은 어릴 때 봉하마을에서 보다가 지금은 찾기 어려워진 물방개, 소금쟁이, 맹근쟁이(?, 대통령님의 말씀 속에서만 등장하는 곤충으로 아직 정체를 확인 못한 놈입니다... ㅎㅎ) 등 수상 곤충들을 혹시 다시 볼 수 있나해서 함평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물방개도 만나고 직접 만져보시기 하고...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시더군요...

도떼기시장 같은 축제장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이미 점심시간... 인근 횟집에서 입에 착착 달라붙는 낙지와 대합조개로 배를 채우고 다시 봉하마을로 돌아왔습니다. 1박2일... 그리 길지 않지만 휴가에 연이은 여행이라 그런지 무척 길게 느껴지는 여행이었습니다.

쓰다보니 '여행기'가 되어 버렸네요... 봉하마을로 돌아간 그날 저녁 저의 '서울 상경기'는 이미 카페에 공개가 되어 있어서 생략합니다. ^^

카페 회원님들이 쓴 글을 읽다보니 대통령님과 저의 인연을 궁금해 하시는 회원님이 계시더군요.

특별한 인연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94년 제가 국회에서 보좌진 생활을 시작할 때, 노짱은 92년 총선에서 낙마해 원외에 계실 때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국회 다른 의원실에서 일하고 있던 노짱의 '동지'들을 먼저 만났습니다.

안희정, 여택수, 백원우, 문용욱, 윤태영, 천호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인 셈입니다. 노짱 캠프에 직접 합류한 것은 노짱 지지도가 바닥을 헤매고 있을 때인 2002년 6월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선, 인수위, 청와대 비서실을 거쳐 대통령을 직접 모시기 시작한 것은 2004년 탄핵 이후 다시 직무에 복귀하신 날인 그해 5월 15일부터였습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가 1부속실로 차출 당해온거죠. 2005년말부터는 수행 비서를 1년 넘게 맡았고... 그 당시에는 거의 하루종일 대통령을 따라다녀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들어 윤태영 전 대변인이 연설기획비서관을 사정상 그만두면서 제가 그 자리를 메꾸게 된 것입니다. 연설기획비서관은 '수행비서'와 거의 항상 같이 다니는 직책이었습니다.ㅜㅜ...

그리고 2008년 퇴임과 함께 봉하마을 생활... 돌아보면 노짱과의 '특별한 인연'보다 '시대의 흐름'에 비껴있지 않고 부닥쳐 왔던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제가 봉하마을로 오게 된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시대의 흐름'은 강물처럼 지금도 구비쳐 흐르고 있습니다.

내일은 마을주민들과 '친환경농업 워크샵'을 하는 날입니다. 올해부터 봉하마을에서도 오리농법을 도입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귀향이 봉하마을에 미친 작은 변화 중의 하나입니다. 오후에는 화포천에서 인근 초등학생들이 화포천 지킴이 활동을 한다길래 대통령께서 가서 함께할 예정입니다.

화포천에는 요즘 잉어들이 떼를 지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잉어들이 산란기가 되어 얕은 물로 올라오는 거라고 하는군요. 제 팔뚝보다 굵은 잉어들이 수십마리씩 헤엄쳐 올라갑니다. 혹시나 그물로 싹쓸이해 갈까봐 최근 마을 청년회에서 조직한 '환경감시단' 단원들이 밤마다 순찰을 돌고 있습니다.

모레는 장군차 잎을 따다 직접 차로 만드는 '제다(製茶)시설'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24절기의 하나인 곡우(4.20) 전에 딴 잎으로 만든 녹차를 '우전(雨前)'이라 해서 최고의 품질로 친다고 합니다. 곡우가 지난 뒤에 딴 잎으로 만들면 세작, 그 뒤가 중작... 제일 마지막에 기계로 잎을 싹 훑어서 만들면 대작이라고 한다는 군요. 모레는 '우전 만들기'를 보러 가는 셈입니다.

봉하마을의 밤이 깊어가네요... 옆 방에서는 농사일을 담당하고 있는 김정호 비서관의 코고는 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고 있습니다. ^.^ 농사라고는 지어 본 적 없는 사람이 이제 반 농사꾼이 다 되었습니다. 저도 이제 저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깐 눈을 붙여야 할 것 같습니다.

회원님들도 오늘밤 좋은 꿈들 꾸시길...

- 봉하마을에서 김경수 드림


http://cafe.daum.net/smilekks

인상이 넘 좋으신 김경수 비서관님이시오........

늘 노무현 대통령님 곁을 지켜주신 분이신데....

쓰신 글을 보니 행복함이 절로 묻어져 나오는구랴..........

이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