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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줄요약
1 .아무도 웃지 않는다. 말도 안한다. 컴퓨터만 미친듯이 보고 있다.
하루에 20시간은 자기자리에만 있는 듯하다.
2. 기쁨유통기한 딱 3개월.. 기본급 4,026만원이라는 돈에 저당 잡힌 인생.
3. 8시까지가 출근시간인데, 7시55분에 도착했다가 엄청 욕 먹는다.
5. 남는 건 숙취요.. 다음날에 갈굼뿐..
6. 문득문득 '개새끼들 인간미도 없나..' 하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7. 자기전에 눈만 감으면 다음날 눈뜨기가 무섭다.
12월말.
지독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그리고 지독히도 술을 많이 마셨다.
4차였는지 5차였는지.. 가물가물한데 새벽 3시까지 마셨던 것 같다.
택시들은 욕나올정도로 도망간다. ㅠ
그래도 끝까지 윗분들 다 태워보내드리고 나만 남았다.
거리가 애매해서 택시들이 더 도망가는 바람에.. 결국 4시반이 다되서야 모범택시를 잡았다.
집에 와서 침대에 앉았는데.. 내가 머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너무 메스껍고 졸립고 어지러운데, 한시간 반만 있으면 일어나서 출근해야한다.
더 무서운건.. 그 좀비들은 나보다 먼저 와있을 게 분명한 것이다.
월화수목금금금... 일/술/일/술/일/술...
일도 적성에 안맞고, 재미도 없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정말 힘들다. 회식이 너무 싫다.
그만둘 생각이 처음으로 든다.
나에게 기대했던 모든 사람들의 눈초리와 실망어린 말투가 밀려오지만,
이건 도저히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그만 둔다는 폭탄 선언을 하고.
3일동안 돌림빵 상담이 들어갔다.
역시 삼성은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나가는 것도 힘든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이사와의 면담만 앞두고~ 몇 사람을 제외한 윗분들은 날 쳐다보지도 않는다.
'개새끼들 인간미도 없나..' 하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사님이 질문하셨다.
1. 왜 그만두려고 하는가?
2. 사업을 하려면 돈을 모아야하지 않을까?
3. 사업을 하려면 경험을 쌓아야하는데 넌 경험이 없지 않느냐?
미련도 안남은 난 삼성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밝고 쿨하게 대답하고 사표처리가 되었다.
1. 업무가 정말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 개발시간이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저에게 가장 소중한 가족을 챙길시간도 없네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친구들과, 결혼하고픈 여자친구도 못챙기면서...
제가 무엇을 성공적으로 해낼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사업을 하고싶은데.. 사업에 관해 배울 것도.. 배우고 싶은 점도 없으며,
대리들과 과장들을 볼 때, 제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못하겠습니다.
2. 연봉 4천이 굉장히 많은 돈 같지만...
일년에 미친듯이 모아서 2500만원씩 5년을 모은다고 모아도.. 1억이 간신히 넘습니다.
1억이 간신히 넘는 돈으로는 창업을 하기에도 힘든데..
그 사이에 전 결혼을 해야하고, 애까지 생긴다면... 다시 원점입니다.
다시 5년을 모아보면? .....
제 나이는 40살이 넘어가고.. 애들과 마누라는 저만 바라보고 있을텐데...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습니다. 결국 저 사람들처럼 되겠죠.
3. 연매출 9조짜리 회사에서 사업을 어떻게 배울지 모르겠습니다.
다 배우고 나면 정년퇴임할 나이가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제 위에 선임들이 5~10년정도 이 회사에서 경험을 쌓아왔지만,
지금 당장 저랑 같이 맨땅에 사업을 시작하라고 하면 과연 잘들 할까요?
삼성엔지니어링.
대한민국 최고 기업 '삼성'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해외플랜트업계에서는 국내 최고의 기업이다.
솔직히 진짜 좋은 회사다.
그리고,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있는 나에게 기본급 4,026만원이라는 숫자가 주어졌다.
정말 큰 돈이다.
나라에서 주는 소량의 용돈과 부모님께서 주시던 용돈으로 먹고 살던 나에게는! ㅋㅋ
저 기본급에 PS와 PI까지 붙는다는 상상을 하니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저 굵은 글씨들의 농간에 놀아났다고 표현해야하나..
첫 시작부터 뭔가가 잘못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교만함과 어리석음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취업준비를 시작하여 가장 처음 지원했던 '삼성'에 바로 합격했던 것이,
이 취업난에 큰 행복과 행운이었을 수도.. 아니면 섣부른 판단을 하게 한 것일 수도 있다.
1달간의 연수를 통해 동기들과도 친해지고, 우리의 미래도 설계해보았다.
다들 CEO가 꿈이란다. ㅋㅋ 나마저도. ㅋㅋ
계열사는 다양했지만, 그냥 우린 마냥 좋다. 삼성맨이니까!!
정장 딱~! 차려입고. 삼성 목줄하나 딱~! 걸고. 파란색 로고박혀있는 명함 딱~! 내미는 상상.
졸라 간지있다는 상상만 몇번이고 했었다. (겉으로는 전혀 안 티를 안냈었지만ㅎ)
월급받으면 차부터 하나 뽑고..
소개팅 주선이 많이 들어올거고.. 여자친구가 그때쯤이면 생기겠지..
그럼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돈도 많이 모으고~ 은퇴해서 개인사업하고~
이래저래 무난하지만 멋진 삶이라는 생각도 했던 기억이 난다.
가장 핵심이라고들 하는 파트에 들어갔다.
동기들은 부러워하는데 먼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좀비같다. 젠장.
아무도 웃지 않는다. 말도 안한다. 컴퓨터만 미친듯이 보고 있다.
나를 앞으로 쭈욱~~ 책임질 사수라며 날카롭고 차가워보이는 여자가 다가왔다.
근데 일도 너무 잘하고, 정말 일만 한다. 하루에 20시간은 자기자리에만 있는 듯하다.
모르는 건 물어보라면서... 물어보면 인상을 쓴다.
간간히 서로를 알아가자는 행동을 취하면 굉장히 귀찮아 한다.
8시까지가 출근시간인데, 7시55분에 도착했다가 엄청 욕도 먹는다.
그래도 난 군대를 다녀왔지!!! 하며 이등병때 생각을 한다.
시키지도 않은 일 해가면서 이쁜 짓만 골라하며 빠릿빠릿하게 신입티를 내었다.
28년 살면서 어느 그룹이나 조직에서도 이쁨과 칭찬만 받았었기에 자신있었다.
아.. 젠장.. 그래도 똑같다. 웃지도 않고, 말도 안하고, 컴퓨터만 미친듯이 본다. ㅠㅠ
나에게 드디어 업무가 주어진다.!! .........
엑셀과 파워포인트 무한작업이다.
컴퓨터에 정말 약한데...
엑셀은.. 셀병합조차 잘 모르는 상태라.. 생각보다 심각했다.
처음으로 느꼈다.
난 정말 무능하구나..
이공계는 안맞는다고 못하고.. 컴퓨터는 약점이라 못하고..
난 도대체 중/고등학교, 대학교생활때 멀 하며 살았나 하는 자책감만 든다.
아니나 다를까 느려터졌다고 마구 혼난다. 사실 진짜 느렸으니까 할말없다.
아주 내 뒤에 서서 다 할때까지 느리다고 갈군다 ㅠ 개색희ㅠ
자존심이 상해서 속도를 무지하게 증가시켰더니..
이번엔 숫자들이 마니 틀린다ㅠ 꼼꼼하게 생겨서 엄청 덤벙댄다고 자존심을 마구 깍아내린다.
자판을 치고 있는 손이 차가워지고 벌벌 떨린다.
사수와.. 다른 선임들이 시키는 업무들이 이젠 두렵고 제발 피하고 싶다.
벌벌떨고 있는 나에게.. 그래도 날 기대하고 있는 과장님이 과제를 내준다.
'사업분석'이라는 굉장히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과제를 내주신다. ㅋㅋ
인터넷을 다 뒤지고.. 사업부사람들한테 전화를 해대며 최선을 다하지만..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겠다 ㅠ
그리고.. 사업부는 우리 본부사람들을 시러하기에.. 잘 갈쳐주지도 않는다.
자꾸 실망만 안겨드리지만.. 머 딱히 방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번엔 회식이다.
일을 못하면 술이라도 잘 마시고 회식분위기를 띄워야한다.
근데.. 난 크리스천이다. 그리고 이런거 해본적도 별로 없어서 멍때리고 만다.
물론 혼자 맥주나 와인같은 술을 조금씩 마시긴했지만..크리스천을 욕되게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단번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맨날 건배사에.. 폭탄주제조에..마이크잡고 노래만 부른다.
진심이었을 수도 있고, 장난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폭탄주를 왜이렇게 못타냐, 왜이렇게 재미없게 얌전하냐, 술자꾸 안마실꺼냐...
개새들 진짜 너무한다ㅠ
업무와 인간관계에서 부적응을 하고 있던 터라...
저 농담들은 더 이상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친구들과 가볍게 수다떨면서 먹는 맥주는 음료수이지만,
안주도 못먹고.. 제조-건배-원샷-노래-제조-건배-원샷-노래...이건 고문이다.
욕을 하다가도..대부분의 회사원들이 버티는 거 보면..
내가 이상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망했다. 결국 회식자리에서도 난 무능하게 되버렸다.
몸과 마음이 몇 개월 사이에 너무 지쳤다.
바보같이 이럴때 기도하고 주님을 찾아야했는데..
멍청하게 자취방에서 술만 먹는다.
내 친구들과 이런게 인생이라며 멋진척도 해보고~ 회사욕도 실컷하며 서로를 위로해준다.
하지만..
남는 건 숙취요.. 다음날에 갈굼뿐..
자기전에 눈만 감으면 다음날 눈뜨기가 무섭다.
첫댓글 부적응자 후기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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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놈들은 뭐임? 어벤저스?
아 ㅆㅂ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 이 퍼온 글쓴이 고맙다. 요즘 힘들었는데...
근데 술을 저리 맨날 처먹으면 어떻게 견디냐 부적응자 타령할게 아닌거 같은데
나도 삼엔인데 저거 완전 개오바구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신병?
개오바다.... [현직자]
ㅇㅇ
매일 20시간 근무래 ㅋㅋㅋ
그러한듯 ㅎ
나랑 비슷하네. 그래도 나보다는 좋은 직장 다니구나. 근데 나 저렇게 생활 비슷하게 하는데 매일 퇴근할때즘 구역질이 나온다. ㅠㅠ
얼추 방향은 알겠는데, 진짜 저런 부서가 있나? 오바가 심하다...
삼엔 현직잔데 지금 3년차다 씨발 개소설 쓰지마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 오바 아닌거 같은데. 난 타 대기업이지만,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 팀마다 천차만별이니, 자기가 그 팀 아니면 오바다 뭐다 소리 하지마. 정말 갑갑하고 힘든팀 걸리면 진짜 답없다. 나도 입사한지 별로 안됐지만 다른 팀에 있는 동기들하고 생활이 너무 다른 힘든 생활을 해보니 글쓴이한테 공감이 많이 간다. 간혹 `그 회사 안그런데?` 이런말 하면 당사자는 맘 아프고 괴롭다. 우리 회사는 안그렇지만 우리팀은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