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무어 바랍의 오페라 '버섯피자'
양송이 버섯을 송송~ 썰어서 얹어 구워 만든 '풍기 피자', '풍기 (Funghi)'는 이탈리아 어로 버섯이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버섯이 들어가는 이탈리아 음식들을 '풍기 피자', '풍기 파스타', '풍기 리조토' 이렇게 부르죠. 깊은 향과 잘 어우러지는 고급진 풍미를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버섯 요리인 '풍기 피자 (Funghi Pizza)'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는 음식인데요.
치즈와 어우러져 그 고소함이 두 배가 되는 풍기 피자와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예 제목을 풍기 피자로 하고 있는 미국의 작곡가 '세이무어 바랍'의 희극 오페라 '버섯 피자 (La Pizza con Funghi)'는 어떨까요?
미국의 작곡가이자 첼리스트, 그리고 오르간 연주자인 '세이무어 바랍 (Seymour Barab, 1921-2014)'은 시카고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오르간을 배웠으며, 13세의 나이에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하였습니다. 또한 첼로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고등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주자를 맡는 것을 시작으로, 인디애나폴리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심포니,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와 CBS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의 첼리스트로 활동하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바랍은 이 시기에 많은 노래들을 작곡하며 작곡가로서의 꿈도 함께 키워나갔습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현악사중주 등 다양한 음악가로서의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1962년 오페라 '빨간 망토 (Little red riding hood)'의 대성공으로 가장 많이 올려지는 오페라를 작곡한 20세기 이후의 미국 작곡가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바랍이 미국의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작곡한 오페라 '필립 마샬 (Phillip Marshall)'은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으며, '신데렐라', '하멜의 피리부는 사람',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와 같은 여러 편의 어린이 오페라와 '모든 것은 완벽해야 해 (Everything must be perfect)', '바그너를 참을 수 없어 (I can't stand Wagner)' 등의 희극 오페라도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바랍의 대표적인 오페라 중 하나가 바로 코믹 오페라 '버섯피자 (La Pizza con Funghi)'입니다. 1988년 초연이 올려진 단막의 오페라 '버섯피자'는 19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늙은 '포르마지오' 백작, 백작의 젊은 아내 '볼룹투아', 볼룹투아의 내연남 '스코르피오', 그리고 포르마지오 백작을 짝사랑하는 볼룹투아의 하녀 '포비아'의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늙은 포르마지오 백작을 죽이고 사랑하는 스코르피오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볼룹투아는 백작이 좋아하는 음식인 버섯 피자에 독버섯을 넣고자 합니다. 이 계략을 알아차린 포비아는 백작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동시에 자신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또 스코르피오가 지금 장롱 속에 숨어있다는 사실도 알립니다.
화가 난 백작은 총을 꺼내들고 스코르피오를 위협하며 볼룹투아가 요리한 버섯 피자를 먹게 만듭니다. 한 조각을 먹은 스코르피오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맛있다며 버섯 피자를 계속 먹습니다. 포비아가 거짓말로 이간질을 했다 생각한 백작은 포비아를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난리통 속에 볼룹투아는 몰래 와인 속에 독약을 풀어넣습니다.
백작에게 스코르피오와 볼룹투아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 이야기하고 세 사람은 오해를 푸는 의미의 축배를 들게 됩니다. 유일하게 독이 든 와인을 마신 백작은 죽어가고, 간신히 손에 쥔 총으로 스코르피오를 쏩니다. 그리고 자신의 전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스코르피오는 백작이 자신의 아버지인 것을 알게 됩니다. 스코르피오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며 볼룹투아를 칼로 찌르고 결국 4명 모두 목숨을 잃게 됩니다.
블랙 코미디의 성격을 가진 세이무어 바랍의 희극 오페라 '버섯 피자', 이제 스코르피오처럼 풍기 피자를 맛있게 먹으며 이 희극 오페라를 음미해보면 어떨까요?
박소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