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엔 몇가지 다짐을 실천해야 할 해인것 같다.
아내의 나이가 벌써 회갑년을 맞이 했고, 내 나이가 또한 노동으로 일할 나이가 지난 탓일까?
하루의 도배 일이 끝이나면 부쩍 피곤이 뼈속까지 쌓이는 듯 하여 육체적 한계를 느낀지 오래이다.
IMF가 닥친 후 13년의 어렵던 시간속에서. 도배를 배우고 지물포를 시작하여 그래도
둘째를 장가 보내고 집도 마련하여 살게 하였고, 우리의 노후 대책은 아쉬운 듯 하지만 계획이 잡혔다.
그래서 나는 서울 생활을 뒤로하고 다시 농촌으로 돌아갈 생각이고,
아내는 매일 성당 교우들과 어울려 모임후에는 언제나 술을 먹고 들어 오는 나의 모습이 보기 싫어서 인지(?)
시골로 들어가자고 때론 말을 하기도한다.
13년전, 건설업계를 사직한 후, 전원주택 사업을 하다 말고, IMF의 찬 서리에 발목이 잡혀 3년을 농촌에서 살아 봐서
잘 알지만 농촌생활이란 생활 할 수 있는 일정한 수입이 있어야 하고,
또한 농사라도 붙일 수 있는 전답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분명 소일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그럴만 곳을 찾아 보던 중에
어느 성당의 하늘 공원에서 공원 관리인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현지를 달려가 봤다.
낮으막한 야산 허리에 관리주택은 고느적히 자리잡고 있었고, 잠든 영혼들의 영택이 그 주위를 병풍으로
드리워져 있는 만장의 하늘 공원이 펼쳐져 있는 곳. 그 하늘공원이 편하게 마음에 와 닿았다.
연령회 활동을 오래한 탓일까? 선종자들의 죽음이 영원히 쉬고있는 무덤들이 마음에 편하게 와 닿았다.
노력하면 아름다운 하늘공원으로 더 잘 꾸밀수 있을 것 만 같은 안식을 느꼈다.
나도 언젠가는 저들처럼 저렇게 잠들어 있으리라...
그날 이후 달포를 기다렸다. 2월 주일 주보에 그 하늘 공원의 관리인 모집공고가 났다.
그 성당으로 달려가 첫번째로 구직 원서를 접수 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다.
그 하늘정원으로 보낸 나의 소개서가 이렇게 첩부 되었다.
<자기 소개서>
본인(박 시몬)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상북도 대구에서 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졸업 후,
일찍이 진학을 접어두고, 설계사무소에 취직하여 정직과 충실로써 설계 기술을 익히다가 군에
입대하여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군 제대후, 다시 설계사무소에 복직하여 근무하다
마침 포항제철에서 제2차 680만톤 확장사업의 건설 역군으로 공체에 지원하여 당당히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에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착한 아내(세실리아)를 만나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오랜 세월을 건설현장을 책임 맡아 열심히 살았습니다.
신심깊은 아내의 끝없는 기도로 1981년에 영세를 받았습니다만, 건설현장 기술자로 살다보니,
신앙인으로써의 깊은 신심을 쉽게 가질수가 없었습니다.
1997년 IMF가 닥치던 해에
세상 물정 모르고, 감리회사의 단장직을 사직한후,
전원주택 사업을 해보고자 서울 근교에다 땅을 마련하여 전원주택 사업을 펼쳤다가
뼈아픈 실패의 시련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그 후 3년의 세월을 실의에 빠져 방항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실의에 빠져있던 때에 아내의 의연한 권유로 도배기술을 함께 배워 부부 도배사 로써의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후 10여년의 세월 속에서 저는 다시 태어낫으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금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인생의 삶을 살면서 개포동 본당의 신자로서 레지오 활동에 열심하고 있으며,
주님께 부족한 저의 신앙심을 채워주시는 은총으로, 연령회 활동과, 성찬 봉사 및 울뜨레아 활동을 겸하는
시간속에서, 아내의 소중함과 주님의 크신 사랑 안에서 우리 가족 모두가 주님이 주시는 안식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진정 깨닭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월이기도 합니다.
제 나이가 벌써 61세입니다만, 아직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기쁘고 할기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경인년 새해부터는 지나온 삶과, 남은 인생 여정을 다시 한번 정리하여 생각해 봅니다.
아내와 항상 함께하는 고된 노동(도배)일을 이젠 정리하고, 아내가 원하는 고요한 기도생활과
나 자신 또한 신앙인으로써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수있는 생활로 나아 가야 할 때가 아닐까를... 올 새해
벽두부터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때 마침, 00동 00본당의 영혼의 안식처인 하늘공원의 구인소식에 접하여, 두서없는 본인의
소개서와 함께 구직 희망을 제출하여 봅니다.
선처를 기원해 봅니다.
2010년 2월 14일
박 시몬 올림
* 하늘공원으로부터의 결과 소식은 3월20일 이후가 될 듯 합니다.
적지않은 분들이 접수하였다는 소식입니다.
그후: 4/20일 최종 선발되었다는 소식으로, 5월 1일부터 수습 출근, 8월 22일부로 인수인계.
10월 27일 현재 아직도 배우며 열심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곳, 하늘정원지기로써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시몬)
첫댓글 주님께서 꼭 안배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주여, 도우소서~~~
감사합니다.
꼭 ...되시면 좋겟어유^^.마음으로 응원 보냅니다^^ ...성실하신 소개서에 옷매무새가 여며지네유^^
곱게 봐주시니 송구스럽고... 감사드립니다.
진솔한 나눔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시몽님의 생을 아주 편안하고 담담하게 써 주셨군요. 아주 잘 사신분 같아요. 자기 일생을 돌아다보며 나를 객관적으로 쓰는 일이 쉽지만은 않겠어요. 한 사람의 생을 엿본 아주 소중한 글이었습니다.
찬미에수님. 감사합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잔잔한 감동이 전해지네요. 솔직한 글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소식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주님께서 함께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찬미 예수. 감사드립니다.
꼭 시몬 형제님께 그 자리가 안배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결과를 기다립니다. 환절기에 건강도 챙기시구요...
네,고사랑님께서도 늘 건강하십시요. 감사드립니다.
꼭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은 우리 맘에 려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