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1반은 공룡을 잘 따라 했다
이예진
1학년 1반은 모두 반장을 좋아했다
반장은 노래도 축구도 잘했다 공룡에 대해 제일 많이 알았다 선생님도 웃길 수 있었다
우리는 반장이라면
유명한 공룡학자가 될 거라고 믿었다
졸업하고 한참 뒤 스승의 날
꽃을 사 들고 돌아온 학교
반장은 이제 졸업사진 속에 있다
그때 1반은 우유를 먹거나 우유를 먹으면 배가 아픈 아이들로 나눌 수 있었다 방과 후엔 학원에 가거나 놀이터에 모이는 친구로 나눌 수 있었다 학교가 끝나면 운동장에서 공을 차다가
영어학원에 가는 반장이 있는가 하면
곧장 집으로 향하던 나도 있다
사물함엔 언니 오빠들이 두고 간 공이 있었다
찌그러진 채로 골대를 향하던 그 공을
더러워하면서도 좋아하면서도
튀겨보았다
그 공을 쫓아 달리면 무서울 것이 없다
졸업하고 나면 왜 교가를 다 까먹어버릴까
1학년 1반 담임 선생님은
언제나 학생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가르쳤다
좋은 학생이란
학생으로서
너희들은 학생이라서
선생님은 학생답게
서로를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다
짝꿍의 손을 꼭 잡고 모두가 유원지로 소풍을 간 적이 있다
나는 선생님을 보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을 한 아름 안고 묻는다
선생님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모두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선생님은 선생님처럼 그때 그 자리에서 말하고
지금은 수학을 가르친다 나눗셈할 때 딱 떨어지지 않는 수를 나머지라고 한다 나머지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무한하게 가능성을 상상해 보자고 하면
아이들은 내가 숙제를 많이 내준다고 생각한다
반장이 좋아하던 데이노수쿠스 모형을 들고
다음 주 주말에
우리끼리 납골당에 갈래?
공룡 놀이를 할 땐
티라노사우루스를 맡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다
나는 트리케라톱스
반장이 골라준 공룡이다
ㅡ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4,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