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연 김선생께서 해남의 지인이 좋은 술과 맛닭을 보내왔다고 같이 먹게 내외 같이 오라신다.
안동 시제 후 고흥읍에서 만회헌유고와 춘담집 출판 기념회 안내장을 쓰기로 했기에 하루 늦춰달라고 한다.
바보에게 일찍 퇴근하라해 처음엔 걸어가려 했으나 차를 끌고 금당 아랫돔으로 간다.
바보는 죽순나물을 무치고 말린 생선도 담는다.
6시에 도착하니 최한우 선생은 탁자 앞에 막걸리를 놓고 계시고 아침부터 닭요리를 하신다는 월연 선생은
부엌에 계신다.
술을 마시며 최한우 선생의 금당 귀촌기를 듣는다.
국가직 공무원을 하다 가족과 자주 떨어지는 것이싫어 지방직 공무원을 하다
유학한 자녀 따라 미국을 다녀 온 후 정리해 애틀랜타로 이민을 가셨댄다.
코인 빨래방으로 부지런히 일해 돈을 벌고 봉사활동도 하는 차에
부인이 향수병에 걸려 돌아오셔 고흥의 도양에서 블루베리를 잘 키우셨단다.
초기에 큰 이익을 얻었으나 재배 농가가 늘어나고 일손이 달려 처분하고
금당으로 오셔서 정말 잘 살고 있는데 최근에 부인이 마음의 병을 앓고 계셔 여행 떠나기가 어렵다 하신다.
그 분이 대서 땅을 이리저리 걸어다니시는 코스까지 들으니
참 부지런하고 건강관리도 잘 하시는 분이다.
김 선생은 스카치 블루는 잘 내 놓지 않으신다면서도 계속 따뤄 주신다.
아껴마신다지만 홀랑 마셔버리는 바보에게 찔벅여 천천히 마시라고 한다.
진한 막걸리보다 양주에 손이 더 간다.
커다란 닭을 찢어 먹고 또 찰밥을 국물에 말아 먹는다.
배가 부르고 술도 취하는데 잘 넘어간다.
김 선생은 한시를 시창하며 내게도 한시를 지어 보라고 하신다.
난 한자의 평측을 몰라 엄두를 못낸다고 하니 그게 뭐가 어렵냐고 하신다.
지난 가을 그 분에게 한시의 압운과 평측에 대해서 배웠으면서 변화가 없으니 나의 공부는 참 게으르다.
김선생은 젓대를 불으시며 한시의 시창을 보여 주신다.
최 선생한테 전화가 와 사모님꼐 가 보아야 하신다고 일어나신다.
우린 월연 선생의 산과 차 이야기와 골동품 수집, 그리고 공부와 인생살이에 대해 흠뻑 빠진다.
바보는 부러워하면서 다 돈이 있어야 하지 않으냐고 하고, 난 돈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한다.
여러 골동품과 책을 보여 주시면서 필요하면 가져가라시지만 난 염치가 없어 말을 꺼내지 못한다.
더 익혀야 한다며 수북히 쌓인 보이차를 주시고, 뜯지도 않은 중국 그림을 주신다.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쫒겨가며 문화재 목록을 적은 봉인이 그대로이다.
막걸리도 없어지고 블루도 바닥났다. 또 좋은 술이라며 양주를 꺼내시는데 그것도 줄어든다.
고양이 한마리가 축 늘어져 눈을 감고 있다가 주인의 말소리가 들리거나 하면 눈을 떠 빛낸다.
난 너 팔자가 상팔자라고 하니 김선생은 함께 자는데 말을 다 알아듣는다고 한다.
사람과의 대화 보다 말 못하는 짐승과 대화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방안에서 책과 골동품을 보다가 옆 창고의 수장고로 간다.
반달이 서쪽 구름에서 밝다.
바보는 물건들을 보고 가탄하는데 선생님은 거북이와 꽃병 등을 안겨준다.
두손으로 하늘을 받쳐 든 포대화상도 주신다.
난, 염치없이 받는다고 뭐라면서도 말리지 않고 같이 들어준다.
공짜로 골동품과 그림을 차에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