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해밀 정맥팀이 한남금북정맥 졸업을 하는 날입니다.
도상거리 약 158.8km의 한남금북정맥은 이름 그대로 한강과 금강을 구분하는 산줄기입니다.
우리나라 산들의 족보인 산경표를 보자면 그렇습니다.
이 산경표라는 책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1800년 이후로 보는 게 통설입니다.
그렇다면 19세기 초 유학 혹은 유교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을 당시에 만들어졌다는 것인데 사실 이 산경표를 지금 우리의 잣대로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당시 조선은 우리나라의 연호를 쓰는 게 아니고 중국 황제의 연호를 가져다 그대로 쓸 정도였고 선비들이라는 사람들이 짓는 모든 시가詩歌가 주자나 공자의 그것들을 모방했다든가 우리나라의 많은 지명들이 중국의 그것들을 본따 지었을 정도이니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산경표의 산줄기가 산자분수령이라는 대원칙에 맞지 않다는 말입니다.
- 산자분수령의 정확한 어의에 대해서는 아래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참조-
관계되는 곳에서 더 말씀드리기로 하고
오늘 구간은 한남금북정맥의 마지막 구간으로서,
들머리는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수레티고개 ~ 삼정맥 분기봉입니다.
이 고속도로를 가로 지르는 829번 도로는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과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을 잇고 있는데, 화봉육교는 그 고속도로 위로 가설되어 있습니다.
화봉육교를 낀 829번 도로에서,
오늘 산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즉 오늘 정맥길은 도계로서,
4등급 삼각점(안성423)이 있는,
도고리봉351.8m(황색골산은 잘못 표기된 것임, 신산경표의 산경도에서 잘못 제작)에 이르러 죽산면을 만나 죽산면과 삼성면의 도계를 따르며 걷다가,
358.7봉(산바골산은 여기서 북쪽으로 600여m 도 진행하여야 하므로 이 봉이 산바골산이라는 산패는 잘못 된 것임)을 지나 온전하게 죽산면 안으로 들어,
삼정맥 분기봉에서 구간을 마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 마지막 구간은 정맥 전구간을 무탈하게 완주할 수 있게끔 도와주신 산신山神께 완산제를 지내는 날이기도 합니다.
완산제를 마치고는 칠장사 방향으로 하산을 하여 칠장사 인근 식당에서 뒷풀이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구간 종주자 외에 이 졸업을 축하해 주기 위해 봉회장님께서 심한 독감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셨고 저 역시....
한편 이 부근의 중심은 칠장산492.1m입니다.
행정구역 상 칠장산이 안성시 죽산면, 금광면 그리고 삼죽면이 갈리는 삼면봉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산봉우리 측면에서 조금 넓게 본다면 이 칠장산을 삼정맥 갈림봉으로 보는 게 맞을 것도 같습니다.
정맥을 하고 있는 대원들 정도라면.....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는 대원들이 하이 파이브를 마치고는 칠장산을 향합니다.
삼정맥에서 서진西進을 하자마자 바로 오르는 조금 너른 곳.
헬기장이 있는 이곳에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지만,
실은 여기서 50여 m 북쪽에 있는 삼각점이 있는 이 봉우리가 실제 칠장산입니다.
3등급 삼각점(안성303)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죠.
여기서 좌틀하는 줄기가 삼죽면과 금광면을 구분하고, 직진하는 줄기는 한남정맥 산줄기로 이는 죽산면과 삼죽면의 면계가 됩니다.
착하고 어질게 생긴 좋은 인상의 '거호'님이 물으시는군요.
저 뒤의 산들은 무슨 줄기냐고.....
"가까이는 한남정맥의 문수봉에서 가지를 친 경안지맥(신산경표 상으로는 앵자지맥)에서 가지를 친 복하지맥(신산경표 상 독조지맥)의 마국산이 보이니 그 좌측 뒤에 늘어선 줄기가 한강지맥(신산경표 상으로는 한강기맥)이겠고,
그 우측 그러니까 사진의 좌측 밋밋한 줄기 위에 뾰족하게 솟은 것이 섬강지맥(신산경표 상으로는 영월지맥)의 맹주 치악산 비로봉1282.0m이니, 그 우측이 남대봉1180.0m일 것이며 맨 우측이 백운산1086.1m(신산경표 상으로는 백운지맥의)일 겁니다."
"치악산이 여기서 보입니까?"
"날씨가 좀 이러니까 봉우리 끝만 보이지만 사실 직선거리로 100km 정도 밖에 더 되겠습니까?"
조금 당겨보니 비로봉과 그 우측으로 향로봉까지 보이고 맨 끝에 남대봉이 잘렸으나,
그 우측 앞으로 백운산이 좀 더 가깝게 다가오는군요.
자세한 산행기는 함께 산행을 한 꼼꼼한 성격의 존경하는 산우 '풀내음' 님의 그것을 참조하시고 저는 산줄기 얘기나 조금 더 하겠습니다.
마침 어제 해밀 대간팀이 갈령 ~ 화령재 구간을 갔다오셨으니 그 구간 중 봉황산에서 분기하는 보청지맥부터 얘기를 시작하기로 하죠.
이 대간 팀이 지난 봉황산 얘기에 이어 정맥 얘기를 계속하겠습니다.
어제 대간팀들의 대간길을 복기하자면,
갈령에서 하차하여 된비알을 치고 올라와 갈령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좌틀하면 바로 견훤의 전설이 깃들여진 '못제'를 만나게 되고.....
거기서 직진하면 충북알프스 구병산으로 진행하게 되니 대간길은 살짝 좌틀하여 비스듬히 내려가셨을 겁니다.
그러고 이 못제 삼거리에서 얼마를 진행하면 둥그런 나무 의자가 있는 봉황산으로 떨어집니다.
조망 좋은 이 봉황산에서 대간길은 직진을 하는데 우측으로 산패 하나가 달려 있었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이 산패입니다.
산패에는 팔음지맥 분기점이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신산경표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대한산경표에서는 보청지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의문점이 생기죠?
산경표는 무엇이고 신산경표는 무엇?
거기에 또 대한산경표는?
그 차이점은 과연 무엇이고 또 지맥은 무엇인가!
또 지맥支脈과 枝脈은 어떤 차이가 있나!
제가 2017년 마지막 산행을 이 보청지맥에서 했기에 그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산경표에는 대간, 정간, 정맥까지만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선조들께서는 그 하위 개념은 20세기를 살아갈 우리 후손들이 선용하도록 우리에게 위임하여 주셨습니다.
슬기로운 우리 선조들의 지혜의 산물인 것이죠.
정간에 대해서는 애기가 길어지므로 시간이 될 때 다시 보기로 하고...
기맥(岐脈) 보충
여기서 팁 하나. 기맥이라는 개념은 산경표에는 없는 개념이다. ‘태백산맥은 없다’의 저자인 조석필 선생이 산경표를 더욱 유용하게 쓰기 위하여 ‘일정한 세력은 있으나 산경표에서 이름을 얻지 못한 몇몇 산줄기’를 기맥으로 부르자고 했다. 남한의 산줄기 중에서는 가령 남한강과 북한강을 가르는 한강기맥. 영산강의 서쪽 벽인 영산서기맥 등이 그것이다. 대한산경표에서는 이외에 몇 개의 줄기를 더 제시했는데 이것도 다음 기회로 미루자.
- 졸저 전게서 132쪽
기맥岐脈이라....
저도 이 기맥이라는 말을 정맥과 지맥의 중간자적인 위치 혹은 계급으로 보아 이를 인정하였고 나아가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에도 마찬가지 취지로 기술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저는 이 기맥이라는 개념을 과감히 포기하였습니다.
산경표 이하의 개념은 모두 지맥枝脈으로 일원화 하자는 것입니다.
산경표에도 없는 개념인 하위 개념들을 쓸데없이 세분화 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에서 입니다.
용어의 단순화 그리고 개념의 통일을 위한 선결작업입니다.
사실 지금도 기맥을 보는 시각들은 민간 학자들 사이에도 서로 다르지 않습니까?
조석필 선생은 그저 10대강에 속하지 않지만 일정한 세력을 가진 산줄기 가령 영산북기맥과 땅끝기맥 그리고 지류를 구획하는 지맥 산줄기이면서 세력이 큰 산줄기 가령 한강기맥과 압록기맥을 제시하였고,
조석필 선생의 이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게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인데 사실 박선생님은 위 조석필 선생의 이론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 건 사실이고....
나아가 자하 신경수 선생 같은 분은 한강기맥 같은 것을 그 지위에 걸맞게 '한강정맥'으로 급을 격상시켜야 한다고까지 말씀하고 계시니....
사실 제가 산줄기를 배운 것은 위 선각자들로부터이고 따라서 그분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그분들의 우리 산줄기에 대한 사랑 백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산경표에 나오지도 않는 그렇다고 하여 우리가 금과옥조로 받들고 있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에 충실하지도 않은 이 기맥을 고집할 이유도, 필요도 없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특히 박성태 선생과 신경수 선생은 우리 선조들이 위 '산경표'에서 당신들께서 암시하여 주신 '산자분수령'으로 정맥의 하위 개념을 도출해냅니다.
바로 지맥支脈입니다.
문제는 산의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대간이나 정맥에서 가지를 친 이 지맥들을 보니 그 수가 너무도 많다는 데 있습니다.
육당 최남선은 이를 두고 '심히 산만하고 계통이 서 있지 않다."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은 선조들이 알려준 산자분수령에 입각하여 도상거리 30km 이상의 산줄기를 지맥-여기서의 지맥은 枝脈임-으로 하자고 약속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냥 30km이상의 산줄기가 아니고 산자분수령에 충실한 30km이상의 산줄기 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지맥을 보겠습니다.
우선 한 가지!
지맥支脈이 위 조건에 합당하면 枝脈이 됩니다.
전제 조건인 산자분수령을 봅니다.
산자분수령이라!
그렇다면 산자분수령이 무엇입니까?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그리고 ‘산줄기’와 ‘물줄기’를 보자. 아까 한 얘기 반복해서 얘기할 게. 가만히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봐. 하나의 산줄기(A)에서 다른 산줄기(a)가 가지를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분명 물줄기(b)가 나오고 그건 분명 계곡을 형성하게 돼. 크든지 작든지 말이야. 그렇지 않아? 산줄기가 분수령이 되는 건 확실하고 그 산줄기에서 내려 온 물들은 다 계곡으로 모이잖아? 그 개울이 모여서 천(川)이 되고 그 천(川)이 모여 조금 더 큰 천(川)이 되고 그러고는 그게 모여서 다시 강(江)이 되고, 그 강(江)들이 모여 바다로 흘러가고... 이게 자연의 이치 아니겠어?”
“그건 알지. 그런데 또 합수점이라는 건 또 뭐야? 산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고?”
“합수점(合水點). 말 그대로 물이 모이는 지점이지. 양수리에 가면 ‘두물머리’ 있지? 합수점의 우리말이 두물머리 아니겠어? 양수리의 양수(兩水)가 곧 두물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한 개의 물줄기 가령 남한강과 다른 하나의 물줄기 가령 북한강이 만나는 곳. 그곳이 두물머리라는 말이지. 그러니까 우리나라에는 두물머리가 무수히 많은 셈이지. 그 두물머리를 한자로 쓰면 합수점이고.”
자전거를 타는 장감독이니 두물머리 얘기를 꺼내니 귀가 번쩍 열리는 것 같다.
“양수리. 나도 잘 알지. 자전거 타고 가봤던 곳이니. 그런데 그 합수점이 산줄기와 무슨 상관이야?”
“그럴 줄 알았다. 기다리고 있던 질문이야. 조금 전 얘기했어. 이 합수점은 산줄기를 얘기할 때 아주 중요한 개념이야. 나중에 자세히 보겠지만 산경표라는 책은 이 ‘합수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론이야. 그 핵심은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고.”
“정말 머리 아프게 만드네. 산자분수령은 또 뭐야!”
장감독이 짜증을 낼만도 하다. 사실 천왕봉에 아직 오르지도 못했다. 즉 대간길에 아직 한 발도 내딛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슨 복잡한 얘기를 많이 하는가 하는 불평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
“그래. 간단하게 산자분수령을 보자. 앞으로 계속 나올 얘기니까 미리 간 좀 보자는 거야. 지도 좌측을 보면 가장 굵은 선이 백두대간이야. 그리고 좌측 위로 남덕유산이 보이지? 남강기맥도 보이고. 이게 백두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가지를 쳤다는 걸 보여주는 개념도야. 앞으로 자꾸 애기할 거지만 우리나라 산줄기에는 반드시 계급이 존재해. 위계질서가 명백하다는 것이지. 같은 급이라도 서열이 있게 마련이고. 즉 군대에서 병장이라고 다 같은 병장이 아니잖아? 이게 아주 재미있는 많은 것을 보여주게 돼. 그러니까 그 계급 개념들의 한 가지인 기맥(岐脈)이니 지맥(枝脈)이니 하는 것들은 나중에 보기로 하자. 우선 백두대간(A)에서 남강기맥(a)이 가지를 쳤다는 것만 생각하자고. 자, 봐. 대간에서 남강기맥이 갈리는 그 사이로 남강(b)이 흘러나오지? 아까 얘기했잖아. 한 가지에서 다른 한 가지를 가지 칠 때 그 사이에서는 물줄기가 하나 흐르게 된다는.... 바로 그 원리야.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이를 영어로 표현해보면 'Ridgeline is genuine in that it never crosses water,' 정도가 되겠지. 이따 자세히 볼 거니까 우선 개념만 알아둬.”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문법적인 해석은 뒤로 미루고 여기서는 ‘산 곧 산줄기는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고 해석하자. 이를 ‘산자분수령의 제1법칙’이라고 한다. 여기서 ‘自’를 스스로란 ‘부사(副詞)’로 본 거다. 고로 산줄기는 물을 건너지 못하니까 물을 만나면 그 산줄기는 맥을 다하게 된다. 그 물도 그냥 물이 아니라 두 물줄기가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합수점도 그냥 합수점이 아닌 자신보다 상위등급의 물줄기와 만나는 합수점에서!
졸저 전게서 39쪽 이하
그런데 이 산자분수령을 우리 산줄기의 대원칙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어법상 문제가 좀 있습니다.
산경표는 곧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다.
“골머리 아프네. 결국 산경표의 저자는 모른다는 얘기구만. 앞으로 할 얘기는 산경표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다는 거 그런 거잖아?” 머리에 쥐가 오른다.
“그렇지 아까 얘기했지? 산경표는 그 당시 조선 지리정보의 총아라고! 뭐 다 아는 내용이니까 그냥 지나가도 되지만 중요한 건 이것과 뒤에 나올 박성태 선생의 신산경표와 비교해 보는 일이야. 이런 건 지금 당장 산행을 하면서 써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니 골머리 아플 필요도 없어.”
“형, 그건 그렇고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 산자분수령하는데 그 산자분수령이란 말이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 혹은 스스로 분수령이다.’ 그 말 맞아? 다른 얘기도 있던데.”
장감독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고 언젠가 해줘야 할 말이었기 때문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그래. 맞아. 이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라는 문구는 대동여지도 발문에 나오는 말이야. 그리고 처음에는 나도 그걸 그렇게 이해했었지.”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산경표는 당연히 조선광문회본 산경표이다. 그리고 우리는 산경표의 대원칙은 ‘산자분수령’이라고 알고 있다. 그 산자분수령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짐작컨대 대동여지도다. 대동여지도의 발문에 보면 바로 그 구절이 나온다.
한 번 읽어 보자.
東史曰 朝鮮音潮仙 因仙水爲名 又云鮮明也 地在東表日先明 故曰朝鮮
‘동사’에 이르기를 조선(潮仙)이라 소리나는 ‘朝鮮’은 선수(仙水)로 말미암아 이름을 삼음이요 또한 이르기를 선명(鮮明)한 것이라, 땅이 동쪽에 있어 해가 뜰 때 먼저 밝아오므로 조선이라 한다 하였다.
山經云 崑崙一枝 行大漠之南東 爲醫巫閭山 自此大斷 爲遼東之野
‘산해경’에 이르기를 곤륜의 한 갈래가 대막(넓은 사막)의 남동으로 가 의무려산이 되고 이로부터 크게 끊어져 요동 벌판이 되었다.
漉野起爲白頭山 爲朝鮮山脈之祖 山有三層 高二百里 橫亘千里 其巓有潭 名謂達門 周八百里 南流爲鴨綠 東分爲豆滿
마른 벌이 일어나 백두산이 되니 조선산맥의 시조다. 산은 셋으로 층졌는데 높이는 200리, 가로는 1000리에 걸쳐 있으며, 그 산꼭대기에는 못이 있어 이름은 달문이라 하고 둘레는 800리이며, 남으로 흘러 압록이 되고 동으로 나뉘어 두만이 된다.
山自分水嶺 南北逶迤 爲燕脂峰小白山雪寒等嶺 鐵嶺一枝 東南走起 爲道峰三角 而漢水經其中
산은 분수령으로부터 남북으로 구불구불 이어져 연지봉 소백산 설한 등의 재가 되고, 철령의 한 갈래가 동과 남으로 달려 일어나 도봉과 삼각이 되니 한수가 그 가운데를 지난다.
위에서 보다시피 山自分水嶺은 ‘산은 분수령으로부터’라는 뜻으로 읽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산자분수령 즉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는 대원칙이 무너지게 된다.
졸저 전게서 455쪽
계속하여,
어쨌든 학자들은 산자분수령에 대해서 콧방귀를 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분노하고 싶은가? 그럴 필요는 전혀 없다. 뒤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우선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산자분수령.
절대적인 개념이라고. 지금도 눈으로 보고 있지 않은가! 산줄기에서 다른 하나의 산줄기를 가지 칠 때 분명 그 사이에서는 골이 형성되고 그 골에는 물이 생겨 그 물은 내려오면서 천이 되고 그 천들이 모여 강이 되어 바다로 가지 않는가?
그리고 그 천이 합칠 때 반드시 하나의 크던 작던 산줄기 하나가 그 합수점으로 잠기는 것을 보지 못했던가? 즉 그 산줄기는 천이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을 만나면서 그 맥을 다 한다는 말이다. 그것도 두 물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적어도 5,000만 년 정도는 진리였다. 움직이지 않는 진리.
“태양은 동쪽에서 뜬다.”라는 문장도 진리다. 하지만 앞으로 1억 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
山自分水嶺은 “분수령으로부터 오는 산은....”이라고 해석하여야 한다며?
맞다! 그러나 그것은 일반 문장 속에 들어 있는 걸 해석할 때 그렇고 우리가 얘기하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관용구(慣用句)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산자분수령을 두 가지로 읽었다고 보면 된다.
관용구가 무엇인가? 사전에서는 “관용적으로 둘 이상의 단어가 결합하여 특정한 뜻을 나타내는 언어 형태. 흔히 비문법적이거나 문법적이더라도 구성 요소의 결합만으로 전체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山自分水嶺을 얘기할 때 ‘분수령(分水嶺)’이라는 것을 고유명사로 인식하지 않고 보통명사로 이해하는 것이다.
필자만 그런가? 다들 그렇게 이해했던 거 아닌가?
또 다른 견해를 보자. 대동여지도 숭실대 본을 보면 ‘東分爲豆滿江 自分水嶺’이 되어 강자분수령이 된다. 위의 다른 대동여지도를 보면 분수령에서 물이 나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분수령이라는 지명이 물을 나누는 산줄기(고개)라는 의미로 붙여진 것이므로 이도 크게 다른 것은 아닐 것이다. 어차피 山自分水嶺은 이따 산맥을 이야기할 때 또 이야기해야 하니 여기서는 이쯤에서 그만 두자.
졸저 전게서 462쪽
지루하시죠?
글을 읽는다는 것은 피곤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역일 테니까요.
산행기라면 그저 사진이나 몇 장 올리고 정상석 앞에서 환호지르는 것으로 만족하여야 하는데.....
어쨌든 이 산자분수령을 가지고 오늘 진행하는 지맥에 대입을 해보겠습니다.
이는 사실 신산경표와 대한산경표와의 차이점에 대한 설명일 수 있습니다.
그 차이점을 보기 위해서는 기존 개념인 신산경표를 보는 편이 빠른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아직까지도 지맥은 한자로 쓰면 支脈입니다.
가지 줄기라는 얘깁니다.
개념도는 신산경표에서 얻어왔습니다.
참고도 #1
위 개념도를 보면 백두대간에서 한남금북정맥이 흘러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백두대간에서 팔음지맥과 각호지맥도 가지를 쳐 흘러나가고....
한편 한남금북정맥에서는 금적지맥과 팔봉지맥이.....
중요한 물줄기는 미호천, 보청천 그리고 초강이 금강과 합수되는 모습을 각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산경표를 얘기할 때 그 근본은 산자분수령이라고 했습니다.
한 줄기에서 다른 줄기가 가지쳐 나갈 때 그 줄기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물줄기 하나가 발원되는데, 그 가지 줄기는 반드시 그 발원된 물줄기와 그 보다 상위 등급의 물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그 맥을 다하게 된다.
바로 산자분수령의 제2법칙입니다.
여기에 대입을 해보면 백두대간의 봉황산에서 한 줄기 가지를 쳐 나갈 때 그 사이에서 나오는 물줄기.
바로 보청천이죠.
그러면 당연히 이 봉황산에서 가지를 친 줄기는 보청천과 그보다 상위등급의 강 즉 금강과의 합수점으로 가면 됩니다.
줄기의 마지막 합수점 부근을 봅니다.
참고도 #2
보시다시피 위 참고도 #2를 보면 신산경표와 대한산경표와의 차이점은 명백해 집니다.
즉 신산경표는 산경山經에 충실하여 산줄기가 긴 쪽으로 가는 반면 대한산경표는 산줄기의 길이와는 상관없이 산자분수형의 제2법칙에 충실하여 합수점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맥을 그으려면 모母줄기에서 가지를 쳐 나오는 지맥을 그리는것보다 합수점에서 잠기는 지맥의 끝에서 모母줄기 분기점을 쫓아 올라가는 편이 더 쉽습니다.
바로 수체계樹體系 이론입니다.
그러니 작명법도 이런 논리에 맞춰야 할 것입니다.
신산경표가 산경을 중시하여 그 줄기의 이름을 가장 높은 봉우리 즉 팔음산771.3m의 이름을 차용하여 팔음지맥이라고 지은 반면 대한산경표는 물줄기를 중시하여 그 물줄기의 이름인 보청천을 따서 보청지맥이라고 명명한 것입니다.
한자어 표기도 報靑枝脈이라고 하는 하여 비로소 이때 이 용어는 고유명사가 됩니다.
그리고 1물줄기 1지맥의 원칙에 의하여 보청천의 역할은 여기서 끝났습니다.
여기까지는 간단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이웃집 친구들 문제입니다.
여기서는 신산경표의 금적지맥과 팔봉지맥의 문제입니다.
참고도 #3
아까도 얘기했지만 이 부근의 큰 물줄기는 10대강에 해당되는 금강과 그러고는 그 지류인 보청천과 미호천입니다.
보청천은 조금 점 자세히 살펴봤으므로 더 볼 것이 없고 다음 물줄기는 미호천입니다.
미호천과 금강이 만나는 합수점에서 맥을 다하는 산줄기는?
그렇죠.
신산경표에서 팔봉지맥이라고 얘기하는 지맥枝脈이죠.
물줄기를 중시하는 대한산경표에서는?
그렇습니다.
미호지맥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는 다행히 신산경표의 팔봉지맥과 대한산경표의 미호지맥이 이름만 다르지 주행방향은 일치합니다.
이유는 팔봉지맥이 합수점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대한산경표에서는 산자분수령의 기본원리인 이 합수점으로 가는 형태를 제1유형 '합수점'형으로 이름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서 미호천과 미호지맥의 역할은 이걸로 끝납니다.
문제는 한남금북정맥의 461.1봉에서 분기하여 구룡산548.7m, 금적산651.6m를 거쳐 금강과 보청천이 만나는 합수점 북단으로 잠기는 이른바 신산경표의 금적지맥 처리 문제입니다.
신산경표는 굳이 산자분수령과는 무관하게 산경만 따라가니 이 줄기를 처리하는데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 줄기에 산경표의 대원칙인 산자분수령의 원리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이 금적지맥은 조각조각 분해되어 즉 무수히 많은 여맥 정도만 생길 뿐 그 산줄기의 실체를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대한산경표에서는 이를 '울타리'문제로 처리하기로 합니다.
참고도 #4
이때 우리 선조들의 유지를 떠올립니다.
즉 우리가 이 지맥을 만든 이유는 선조들이 이 산줄기를 우리 생활에 선용善用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하라는 당부 말씀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이 줄기도 합수점으로 가는 줄기가 맞기는 맞습니다.
비록 물줄기가 이 줄기를 에워싸는 형태가 아니어서 '1물줄기 1지맥'의 원칙에 위배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선조들의 당부 말씀을 받들어 이 줄기의 유형도 지맥에 편입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② '하천(지류 포함)의 수계 산줄기'로 1유형이 아닌 산줄기'를 한 유형으로 넣습니다.
이를 물줄기의 한 쪽을 에워싸고 있는 줄기이므로 이를 '울타리' 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청천의 북쪽으로 잠기는 물줄기이므로 '보청북지맥'이라고 이름합니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상정해 봅니다.
아까 보청지맥이 보청천으로 가는 줄기가 아닌 그 아래 물줄기인 초강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여야 할까요?
즉 '초강 북줄기' 문제입니다.
참고도 #5
하지만 대한산경표, 신산경표 어느 이론에 의하더라도 이는 도상 거리 30km가 되지 않는 자투리 줄기에 불과해 고려할 가치가 없어집니다.
즉 이미 지맥에서 가지를 친 줄기이므로 이 줄기가 30km가 넘는다면 이 줄기를 독립된 지맥으로 보아 초강북지맥으로 이름을 붙여줄 수 있건만 육안으로 보더라도 2km가 넘지 않으므로 일반 여맥에 불과하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거리가 있습니다.
바다로 향하는 산줄기나 내륙에서도 호수 등으로 돌출된 산줄기의 처리 문제입니다.
이들도 위 조건에 엄격하게 적용시키면 이런 유형의 줄기들은 토막토막 동강이 나 결국 산줄기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상이 생기게 됩니다.
이걸 구제하고자 대한산경표에서는 지맥의 조건에 이 제3유형의 산줄기를 하나 더 구분합니다.
이른바 '산줄기형'입니다.
참고도 #6
이런 유형의 지맥이 바로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신선지맥입니다.
물론 대표적인 산줄기로는 백두대간이겠죠.
그저 산경山經 즉 산줄기의 길이 때문에 지맥에 편입된 경우이므로 즉 물줄기와는 무관하므로 이는 신산경표의 산이름을 그대로 붙이기로 합니다.
그러니 그 예로 신선지맥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타당합니다.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저 지맥이라고 하려면 산자분수령의 취지에 맞는 합수점으로 가는 산줄기 중 대간, 정맥, 지맥에서 가지를 친 도상거리 30km 이상의 산줄기를 말합니다.
이것이 제1유형으로 '합수점'형이라고 합니다.
이게 원칙이고 기본입니다.
위에서 살펴 본 보청지맥과 미호지맥이 그 예입니다.
그리고 제2유형이 바로 보청북지맥으로 이를 '울타리'형이라고 합니다.
주 산줄기도 아니면서 주물줄기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는 산줄기라는 취지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제3유형이 '산줄기'형으로 바다나 호수로 가는 산줄기 중 산줄기의 길이 때문에 지맥에 편입된 경우 등입니다.
이렇게 해서 대한산경표는 175지맥으로 정리를 합니다.
신선지맥 얘기 등은 지난 번 하늘재 구간을 하면서 한 번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금적지맥이니 팔봉지맥이니 하는 것들도 정맥을 하면서 살펴봤었고........
그때도 사실 우리나라 지맥의 세 가지 유형에 대해서 자세히 봤었죠.
지맥 얘기를 하는데 산경표 얘기는 없었죠?
산경표에는 백두대간과 1정간 그리고 13정맥까지만 서술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맥은?
우리 선조들께서 우리들에게 위임해 주셨죠.
산경표의 취지에 맞춰 알아서 잘 쓰라고.....
자, 그러니 이제부터는 정맥입니다.
대간 - 정맥 - 지맥의 정맥입니다.
오늘 우리가 걸은 한남금북정맥을 산경표와 신산경표 그리고 대한산경표는 각기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우선 산경표를 봅니다.
참고도 #1
원시 산경표 혹은 원산경표에서의 대간과 정맥 모습입니다.
산경표는 백두대간 이하 1정간 13정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오늘 구간과 관련된 것이 이 3개의 정맥인 한남금북정맥, 금북정맥 그리고 한남정맥입니다.
눈에 익은 모습으로 제대로 그려져 있죠?
참고도 #2 변형된 산경표
위 참고도 #2를 보면 참고도 #1과 같은데 백월산575.6m에서 장항으로 내려가는 줄기에 '금북기맥'이라는 이름으로 산줄기 하나가 더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왜, 언제, 누가,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살펴봅니다.
제가 기맥 보충란에서 설명을 했었죠?
이는 선조들의 '산줄기 선용 다짐'에 대한 가르침 때문이라고....
기맥이라는 용어를 도입하신 분이 '조석필'님입니다.
그러니 1985년 이후부터 신산경표가 나오기 전인 2004년까지는 조석필님의 주도 하에 이런 형식으로 마루금을 그어서 산행을 하였습니다.
금북기맥을 그어야만 했던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정맥의 끝이 안흥진으로 가는 것보다는 '산자분수령의 제2법칙'에 의하여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합수점으로 가는 게 맞을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금강과 서해의 합수점입니다.
그래서 2004. 8. 25. 존경하는 박성태 선생님은 '신산경표'라는 불후의 명저를 출간하십니다.
과감하게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맞게 금북정맥의 끝을 안흥진 방면에서 장항 방면으로 이어버립니다.
그것도 모자라 겹친불기인 한남금북정맥을 없애버리고 이를 한남정맥이나 혹은 금북정맥에 합칠 궁리를 합니다.
신산경표의 특장(特長)
①산줄기 주행의 오류 시정
우선 가정(假定)이 필요하다. 이하 산경표와 신산경표에 나오는 지명들은 현재의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 나오는 그것들과 최대한 일치하게끔 표기된 것이라 인정하기로 한다. 산경표는 원칙적으로 지형적 원리에 따라 선을 그으면서 10대강을 구획하는 산줄기를 ‘큰 산줄기’로 삼았고 신산경표 역시 이 원칙을 따랐음은 물론이다.
즉 정맥은 10대강을 구획하여야 한다. 한편 산경표가 위에서 본 것과 같이 당시의 유교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정맥의 주행이 도읍지 혹은 도성을 지나는 형식으로 그어졌다. 신산경표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그 하구로 주행하게끔 유도한 것이다. 이로써 가령 한북정맥과 한남정맥은 한강 하구로 가게 되었고, 호서정맥과 금강정맥은 금강 하구로, 호남정맥은 섬진강 하구로 그리고 낙동정맥과 낙남정맥 등은 낙동강으로 가게 되었다.
이는 북한 쪽의 관북정맥이나 해서정맥도 마찬가지이다. 이에 맞춰 그 이름에도 변화를 주어 금남정맥은 금강하구로 주행을 하므로 산경표와 구분하기 위하여 금강정맥으로, 금북정맥의 경우에는 호서정맥 등으로 그 이름도 현실에 맞게 변화를 줬다.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것은 산경표에서 보이지 않던 이름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호서정맥이니 관북정맥, 관서정맥, 금강정맥 등이 그것이다. 이 이름을 바꾸고 정맥의 주행을 이동시키는 것들이 산경표 신도(?)들의 노여움을 사서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다.
②겹침줄기 문제의 해소
사실 신산경표의 최대 특장(特長)이라고 한다면 기술한 바와 같이 모든 정맥들의 끝을 10대강의 하구로 진행케 한 것이다. 이것은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부합한 것임은 틀림없다. 그에 더하여 한남금북정맥이나 무명으로 있던 겹침줄기들의 문제도 해소하면서 그에 따라 명칭도 확정한 것에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청천강이나 예성강은 백두대간에서 발원하는 10대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산경표에서는 이를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남호남정맥 같이 독립된 정맥 이름을 부여함이 없이 그냥 무명(無名) 즉 이름이 없는 줄기로 남겨두었다고 신산경표는 추정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신산경표는 청천강 쪽은 더 긴 쪽인 청북정맥 쪽으로 붙여 그 끝은 압록강 하구로 가게 하면서 그 이름은 기존의 청북정맥과 구분하기 위하여 그 지역의 이름을 따서 관서정맥으로, 짧은 쪽인 청남정맥은 대동강 하구로 향하게 하고 그 이름은 청천정맥으로 변화를 꾀했다.
여기서 몇 개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우선 관서정맥의 경우 이 이름은 타당한 것이어서 만약 청북정맥을 고수하려 했다면 그 줄기의 끝은 청천강 북쪽으로 향해야 했을 것이다. 문제는 청천정맥에 있다. 청천정맥은 청천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동강으로 향했다. 이 줄기는 청천강을 싸고 있는 줄기이므로 당연히 청천강 남쪽으로 가야했고 그 이름은 당연히 지금같이 청천정맥으로 했으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설이지만 신산경표의 이 청천정맥은 대동강으로 갔으므로 아예 대동정맥으로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필자의 이 주장은 해서정맥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즉 해서정맥은 대동강 남쪽으로 가면서 이름을 아예 대동정맥으로 고쳐야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한다면 예성정맥은 예성강 하구로, 한북정맥은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곳으로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신산경표는 위 청천강 줄기와 마찬가지로 정리했다. 즉 두류산에서 갈라지는 줄기는 더 긴 쪽인 해서정맥에 그 겹침줄기 두류산~양지봉 분기점을 포함시켰다. 그러고는 그 줄기의 끝을 기존의 장산곶에서 대동강 하구로 향하게 하면서 다만 그 이름만은 해서정맥으로 그대로 두었다. 그러고 양지봉 분기점에서 남진하는 임진북예성남 정맥은 그 이름만 예성정맥으로 단순화하는 변화를 주었던 것이다.
이런 작업은 남쪽의 한남금북정맥이나 금남호남정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즉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한남금북정맥은 금북정맥에 포함시키되 그 정맥의 끝을 금강으로 가게하고는 그 이름을 호서정맥으로 명명했다. 같은 방법으로 금남호남정맥의 경우에는 더 긴 쪽인 호남정맥에 편입시키고, 금남정맥은 그 끝을 역시 금강 하구로 주행을 변경시키면서 이름도 금강정맥으로 바꾸어 남한의 1대간 9정맥을 1대간 7정맥으로 변경 시키는 작업이 완성되었고 이것이 실제 신산경표의 핵심이라고 부를 만하다.
그리고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이 원리들이 고스란히 그 하위 개념인 기맥이나 지맥에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 졸저 전게서 505쪽 이하
그러니까 '산자분수령의 제2법칙'과 '정맥은 대간에서 분기된다'는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이었습니다.
- 더 자세한 것은 '월간 산' 2014년 5월호 ~ 12월호 졸고 참조.
참고도 #3 신산경표의 정맥 모습
그러니 겹침줄기인 한남금북정맥158.8km은 한남정맥177.4km보다 더 긴줄기인 금북정맥280.2km에 붙이면서-승자승 원칙- 그 끝을 백월산에서 틀어 안흥진이 아닌 금강과 서해의 합수점으로 돌리면서 그 이름도 그 지방 이름인 호서湖西를 따서 호서정맥378.2km으로 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백월산 ~ 안흥진 구간은 그 줄기가 전에는 정맥이었다는 그 격格을 살려 기맥岐脈이라는 급을 부여하여 금북기맥129.4km이라 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 그림이 위 그림입니다.
그러나 이 산경표는 여러가지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첫째, 산경표 교도(?)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어. 신성불가침으로 여기고 있던 산경표에 감히 손을 댔다는 거지. 산경표는 산경표 대로 그대로 놔두고 정 필요하면 다른 이름을 붙이든지 해야지 왜 대간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만들고 또 산경표의 정맥들을 멋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냐는 거야.
- 졸저 전게서 57쪽
참고도 #4 대한산경표의 정맥
"그런 비판이 있더라도 신산경표의 긍정적인 면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견 신산경표의 호서정맥과 같이 겹침줄기를 없애고 하나로 연결하는 방법도 타당하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한남정맥이 호서정맥이 아닌 대간에서 바로 분기하는 줄기가 되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오히려 선조들의 산경표 제작 정신을 훼손할 우려가 더 커 보입니다. 백 번을 양보하여 겹침줄기를 해소하여야 한다면 한남금북이 이어져야 하는 줄기는 금북정맥이 아니라 한남정맥이어야 합니다. 대저 산줄기의 근본은 물줄기입니다. 크기로 보나 세력으로 보나 나아가 당시의 유교적인 관념으로 봐도 한강이 왕도를 지나는 물줄기이니 그게 더 합당해 보입니다."
대한산경표 산줄기를 그은 '산으로' 박흥섭님의 변辯입니다.
참고도 #5
그럴 경우 위와 같은 그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긋지 않더라도 즉 굳이 겹침줄기 문제를 해소하지 않더라도 한남금북정맥은 한강과 금강이라는 두 개의 강을 공통된 물줄기로 인정하면 그뿐이므로 그냥 선조들의 산경표 이름은 그대로 따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다만 주행의 오류가 있는 금북정맥의 주행의 끝을 지금의 안흥진보다는 합수점으로 가는 게 산자분수령의 취지에 더 합당하다 할 것이며 그럴 경우 백월산 ~ 안흥진 구간은 대한산경표의 지맥 분류 중 지맥의 제3유형인 '산줄기 유형'에 해당되므로 그 지역의 이름을 따 '태안지맥'으로 명명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조석필 선생은 이전에 "산경표가 지리 인식의 원리를 충분히 제시해 주었고 우리는 그것만이라도 배워왔으면 족하다."고 하였다. 우리가 산경표를 더욱 깊게 연구하여 그 근본 취지를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다.
- 졸저 전게서 510쪽
자, 어떻습니까?
대한산경표든 신산경표든 아니면 원산경표든 진행하는 건 자신의 의지에 따르는 게 맞습니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이런 원리를 알고 걷는다면 산줄기에 대한 안목이 확실하게 달라지고 재미 또한 남들이 느끼는 것과는확연하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 산줄기 얘기하다 산맥 얘기를 하는 우愚를 범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미국인 빌 브라이슨이라고 있습니다.
'나를 부르는 숲 A Walk In The Wood'이라는 제하의 글을 쓴 사람인데 약3,520km인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을 3,360km 진행을 하여 완주하지는 못한 사람이죠.
진행 거리와는 상관없이 대단한 분의 기록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번역본이어서 그런지 생동감이 없는 이 책을 저는 대간을 진행하면서 읽었지만 와닿는 게 사실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근래 제가 꿈꾸던 것은 JMT(John Muir Trail)이었는데 갑자기 PCT(Pacific Crest Trail) 얘기가 들려옵니다.
존경하는 산우 '블루'님이 큰일을 낼 것 같다는 예감입니다.
조심스럽게 PCT 이야기를 꺼내는 폼이 아무래도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넘어 CDT(Continental Divine National Scenic Trail)까지 도전할 태세입니다.
매일 아침 하드 트레이닝하는 이유가 그 일 때문이라 짐작해 봅니다.
함께 꿈꾸면 이룰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4,300km.
6개월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