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허균의 집에서 이매창을 생각하다.
강릉시 초당동 소나무 숲 울창한 곳에
허난설헌과 허균이 태어난 옛집이 있다.
허균은 교류했던 여자가 부안출신 이매창이었다.
이매창이 사랑했던 남자는 유희경이었다.
유희경이 부안기생 이매창을 만난 것은 고경명高敬命이 주창해서 궐기한 의병에 참여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가던 길이었다. 부안에서 아기 기생 이매창을 만나 시와 노래를 주고받으며 사랑이 싹텄다. 그 때 유희경의 아니 48세였고, 이매창의 나이 스무 살 꽃다운 나이였다.
처음 만난 그날 유희경이 시 한 편을 건넸다.
내게 선약仙藥이 한 알 있으니
고운 뺨 주름살을 편다오.
비단 주머니 속 깊이 있지만
이제 그대에게 드리오리
이 시를 받고서 매창은 다음과 같이 화답했다.
“내게 옛 거문고가 있음이여
한 번 타면 온갖 감회가 인다오.
세상에 이곡을 알아줄 이 없어
우리 님 피리소리에 화답하오리
서로 주고받은 시로 사랑을 느낀 된 두 사람은 열렬히 사랑했지만
그 사랑도 잠시, 헤어져서 수많은 글을 주고 받았다.
“소나무 잣나무는 아름다운 인연 맺고
생각하는 나의 정 바다처럼 깊건만
강남으로 오는 글월 끊기니
한밤중에 나 혼자 애가 타누나.“라는 이매창의 시에 유희경은
“그대 집은 부안에 있고
나의 집은 서울에 있고,
그리워하면서 만나지 못하니
오동잎에 비 뿌리는 소리 애간장을 끊누나.“라는 시를 남겼다.
이화우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 낙역에 저도 날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겱구 이른 나이에 세상을 하직한 이매창을 위하여 허균은
한 차례 눈물을 뿌리고 다음과 같은 시 한편을 남겼다.
신묘한 글귀는 비단을 펼쳐 놓은 듯
청아한 노래는 가는 바람 멈추어라.
복숭아를 딴 죄로 인간 세상에 귀양을 왔고,
신약을 훔쳤던가 이승을 떠나다니,
부용의 장막에 등불은 어둑하고
비취색 치마에 향내는 남았구려.
명년이라 복사꽃 방긋방긋 피어날 제
신도의 무덤을 어느 뉘 찾을런지‘
처절한 반 첩여의 부제라
비량한 탁문군의 거문고로세.
나는 꽃은 속절없이 한을 쌓아라.
시든 난초 다만 마음 상할뿐
봉래섬에 구름은 자취가 없고.
한 바다에 달은 하마 잠기었다오.
다른 해 봄이 와도 소소의 집엔
낡은 버들 그늘을 이루지 못해.
사람은 가도 자취는 남아 나그네들의 마음을 짠하게 하니,
경인년 유월 스무여드레
출처: 사단법인 우리땅걷기 원문보기 글쓴이: 신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