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말경
준희는 9개월간의 강남선릉에서의 심리치료를 종결하고 언어치료를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었다.
당시 좀 유명하다 소문난 언어치료실들을 찾아가보니
아주 좁은공간에서 벽쪽으로 몰아 붙여 앉은 아이와 아주 작은 책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낱말카드를 들이대며 그것을 소리 높여 불러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그간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활개치며 놀이를 위주로 하던 심리치료실과 너무도 다름에 실망하고 있던 나에게
신변처리가 안돼 준희가 기저귀를 차고 있다는 얘기에 난색을 표하고
그나마도 여러 달을 대기해야 한다는 상담선생의 말은 나의 목을 죽도록 조르고 있는 듯했다.
나는 절망의 눈물을 쏟아내며 차마 문 밖을 나서지 못하고 준희를 업고 얼음처럼 서 있었다.
그때 안타까운 모습으로 나를 지켜보던 한 엄마가 전화번호가 적힌 작은 쪽지 하나를 건네며
"생긴지 얼마 안되는 체육치료실인데 아이가 아직 어리니 이곳으로 한 번 가 볼래요?" 하는 것이 아닌가?
어찌나도 감사하던지 콧물, 눈물을 훔치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를 연발했다.
우연히 발견한 그 희망의 빛이 사라지기라도 할까 문을 박차고 나오자마자 공중전화를 찾았다.
그리고 그 길로 희망의 빛을 따라 갔다.
그곳이 바로 MBPA체육치료실이었다.
확트인 넓은 공간에 색색이 깔린 푹신한 매트하며.....
그자리서 나는 당장 내일부터 나오겠노라고 등록을 했다.
한 주에 한 번에 만족할 수 없는 나와 준희아빠는 다음 주 부터 바로 한 주에 두 번,
또 한 주 후엔 한 주에 세 번으로 횟수를 늘리고 두어달 후 부터는 아예 매일 오전으로 시간을 늘려갔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었다.
매일 활동하는 것이 그만큼 더 큰 효과가 있을거라는 확신하에
매번 내어 주는 숙제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치료실에 오고 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치료실에 있던 각종 체육시설들을 늘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가 오고 가는 길에서 다양하게 응용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눈에 띄는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체육기구로 대체될수 있는 보배들로 보였다.
발에 차이는 돌멩이 하나도 예사로 보지 않아
그 위에 올라 타보기도 하고 발로 살살 조금씩 이동하기도 하면서......
결국엔 마음이 맞는 몇몇집(행복이네마을의 원조)과 함께 넓은 공간을 빌려
치료실처럼 각종 설치 해 놓고 틈만 나면 들려 매일 활동을 하기까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만일 준희가 본격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기 시작한 그 때에 MBPA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감히 상상조차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그곳에서 만난 패기있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배우지 못했다면,
아이의 동작 하나 하나를 세밀히 살피는 그 눈동자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나와 준희아빠는 그 교사들을 열심히 흉내내기위해 몸부림 쳤던 당시를 회상하며
늘 감사와 은혜를 가슴에 담고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우렁찬 목소리로 늘 준희를 압도했던 그 선생님들과 다시 인연을 이어가게 되었다.
그 분들 중 한 분은 중랑구에서 어린왕자발달지원센터를 운영하시는 분으로
노원구 통합부모회에서 장애이해교육강사 교육을 함께 받았고, 서울부모회에서 심화과정도 함께 마쳤다.
창동에서 강동구로 이전한 본원에서는 다문화어린이 언어발달지원교사 교육을 받기 위해 이곳 인천에서 수개월 동안
몇 시간씩을 왕복하며 준희의 흔적을 한 걸음 한 걸음 다시 옮겨 놓고 왔다.
그리고, 며칠전.
계산동에 방정환유아체육교실로 분원을 운영중이신 또 한 분의 은인과 재회한것이다.
준희의 치료를 위해 잠시라도 인연을 맺은 한 분 한 분이 우리에겐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이다.
훌쩍 커버린 건희와 준희를 보고, 그때와 전혀 변함 없는 외모의 선생님을 보고 서로 놀라며 반갑게 인사했다.
준희.
늘 지나간 시간 속의 인연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더니 단번에 "선생님 알아요!" 하는것이 아닌가?
"선생님 저랑 체육했쟎아요!" 했다.
맛난 저녁을 얻어 먹고 체육관에 들러 담소를 나누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쩌렁쩌렁하고 경쾌한 선생님 목소리 자랑하고 싶어서
선생님 홈피(방정환유아체육교실 http://cafe.daum.net/mbpabjhkids )에서 맛보기로 하나 옮겨왔다.
첫댓글 욕심일까요? 우리주위에는 이런분들이 많았으면좋겠습니다 ...단하루의 추억만으로도 우리를 미소짖게하는 고마운분들이 참많아요... 우리자신을 먼저 오픈하는것이 너무너무 중요하다는것을 새삼 더 느끼는 요즘입니다 우리도 뜨거운가슴으로 희망을갖고살아가고있다고 소리치고싶네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받으시고 홧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