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H₂O인가? 증거, 실재론, 다원주의 l 장하석 지음 l 전대호 옮김 l 김영사
2장 전기분해: 혼란의 더미와 양국의 당김
라봐지에가 죽고 6년 뒤 1800년에 파비아 대학교의 물리학교수 알렉산드로 볼타(1745-1827)가 ‘파일pile’(전지, 배터리)를 만들어냈다(P175). 윌리엄 니컬슨(1753-1815)과 앤서니 칼라일(1769-1840)이 런던에서 그 장치를 이용하여 물을 수소 기체와 산소 기체로 분해했다(1800). 왕립학회 기관지인 <철학회보>에 발표했다(P177). 볼타의 발명품 덕분에 전기화학은 대중적 연구 주제가 되었다(P178). 이전에 라봐지에의 실험에서도 금속을 사용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금속이 물에 플로지스톤을 주어 물을 가연성 공기로 변환하면서 금속은 금속회로 바뀌었다는 설명이 플로지스톤 이론에 완벽하게 부합했었다. 그러나 니컬슨-칼라일 실험에서 수소와 산소가 깔끔하게 분리된 채로 산출되어 쉽게 병에 담기고 검사되었다(P180).
니컬슨-카랄일의 전기분해로 심층적 문제가 드러났다. 물 분자 각각이 산소 입자와 수소 입자로 분해되는 것이라면, 왜 두 기체가 같은 장소에서 나오지 않고 거시적인 거리만큼(10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나올까? 또 왜 산소는 전지의 양극과 연결된 전선에서 나오고 수소는 음극과 연결된 전선에서 나올까?(P181) 이 실험은 다른 사람들도 쉽게 재연할 수 있었으므로 논평자들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였다(P182).
1799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자연사 교수로 임명된 조르주 퀴비에(1769-1832)에게 볼타 전지 관련 현상들을 국립연구소에 보고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퀴비에는 거리 문제를 명확하게 지적했다. “그렇다면, 똑같은 물 입자에서 나오는 산소와 수소가 왜 따로 떨어진 두 위치에서 나타나는 것일까?(P184) 또 산소와 수소 각각이 볼타 전지의 양쪽 극 중 한쪽과 연결된 전선에서 변함없이 발생하고 반대족에서는 절대로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물리학자 겸 수도원장 르네쥐스트 아위(1743-1822)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공식 물리학과 교과서에서 똑같은 우려를 표했다. “물 분자 하나가 분해되는 것인면, 왜 기체들이 서로 다른 장소들에서 나타날까? 물 분자가 두 개가 분해되는 것이라면, 왜 한 분자는 수소만 방출하고 다른 분자는 산소만 방출할까?”(P185). 동시대인들은 전기분해의 생성물들이 분리된 채로 나오는 것은 오랫동안 설명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20년 뒤인 1820년 패러데이가 해답을 제시했지만 무시되거나 이해받지 못했다. 당시에 물속에서 떠다니지만 탐지되지 않는 자유이온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P186). 이후 스반테 아레니우스(1859-1927)가 외부에서 전기가 가해지기 전에 이미 일부 물 분자들은 이온들로 해리되어 있다고 현대적인 이온 이론을 제안하여 1880년대에 확립되기까지(P187).
라봐지에 이론을 폭파하기 위한 선봉에 과학자 겸 철학자 요한 빌헬름 리터(1776-1810)가 있다(P189)가 있다. 그는 전기가 물속을 통과할 때 분해가 아니라 합성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전지의 양극에서는 양전기가 결합하여 산소가 생성되고 음극에서는 음전기와 물이 결합하여 수소가 생성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두 기체는 분리된 위치에서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이렇게 물은 다시 원소로 산소와 수소는 화합물로 간주되었다(P190). 이 ‘합성 견해’는 당대에 지배적 존재론(전기가 물질이라는 생각)과 부합하여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으며 충분히 합리적 견해로 간주 되었다(P191). 당대에 리터의 연구들은 확실히 관심을 끌어들였다(P197).
당시 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라봐지에주의 화학을 구제하기 위한 퀴비에의 보고서에 (a) 불균형. 수학자 가르파르 몽주(1746-1818)는 전기분해의 결과로 전극의 주변에서 물질들의 불균형(당대에 탐지기술 부재)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갈바니즘의 작용은 물 입자 각각에서 한 성분을 떼어내 다른 성분의 과잉이 발생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매우 논리적인 견해였으나(P198) 당대에 사람들은 그 발상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b) 보이지 않는 운반. 물속에 진입한 전기는 물 분자의 한 부분을 움켜쥐고 다른 부분을 그 자리에서 풀어주어 방출시킨다. 그런 다음 전기는 움켜쥔 포로와 더불어 신속하게 반대편 전극으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포로를 풀어준다. 이어서 전기는 전지로 동아와 회로를 완성한다. 울리치에서 활동한 군의관 겸 화학자 윌리엄 크룩샹크(?-1810)가 최초로 제시한 것으로 추측(P199). 이 이론은 물이 화산이나 사람의 손으로 연결해도 전기분해가 일어난다는 것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기괴하게 느꼈을 것이다. © 분자들의 사슬. 그로투스(1785-1822)에게서 유래. 물 분자들이 보이지 않는 사슬을(P200) 이뤄 양쪽 극을 연결한다고 가정했다. 마치 막대자석들이 한 줄로 늘어서 큰 막대자석의 양쪽 극을 연결하는 것처럼, 혹은 철가루가 막대자석의 양쪽 극을 잇는 자기력선을 그리는 것처럼, 전지의 스위치를 켜면, 분해 작용이 시작된다. 음극은 바로 곁에 있는 (양전기를 띤) 수소 입자를 움켜쥐어 중성화한 다음에 풀어놓는다. 그렇게 짝궁을 빼앗긴, 같은 물 분자 속 산소 입자는 곁(P201)에 있는 수소 입자를 움켜쥐어 새로운 물 분자를 형성한다. 이런 짝꿍 바꾸기가 사슬 전체로 퍼져나가는데, 이렇게 음극으로부터 퍼져나간 작용은 양극이 유발하는 작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이어서 형성된 물 분자들은 각각이 전극들의 척력/인력 때문에 뒤집혀 원래와 같은 배열이 복구된다. 이 아니디어는 큰 인기를 끈다. 많은 이가 그로투스를 말하지 않고 같은 견해를 내놓는다. 그로투스의 아이디어는 당시에 잘 알려진 사실들을 설명하기에 확실히 적합했다. 사슬에 대한 정확 구조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지금까지 소개한 가설들의 변형도 많았다(202).
19세기 초반 전기화학 분야에서 전기분해의 미시적 메커니즘의 명확한 합의가 없었던 이유가 명백히 드러난다. 신뢰할 만한 가설을 세우려면, 물을 이룬다고 추정된 원자적 입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에 관한 명확한 아이디어들이 필요했다. 또 전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심지어 전기가 무엇인지 몰랐다. 지배적인 견해는 전기가 플로지스톤이나 칼로릭, 자기magnetism와 마찬가지로 무게 없는(또는 ‘미묘한subtle’) 유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기 유기체가 존재한다면 과잉과 결핍이 양전하와 음전하로 타난다는 사람들과 음전기 유체와 양전기 유체가 존재한다는 사람들과의 해결되지 않는 불일치가 있었다. 또한 ‘음negertive’과 ‘양positive’의 명칭 정의부터 단일 유체 이론과 쌍 유체 이론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전기화학적 메커니즘에 관한 가설의 형태는 중대하게 달라졌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P203).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당시의 모든 가설은 근본적으로 틀렸다. 당시는 이론의 단서가 될만한 것들은 극히 드물었던 시대였다(204). 과거 화학자들의 합리성은, 당시에 가용했던 대안들을 가지고, 혹은 당시에 합리적인 화학자라면 고려해보았어야 마땅한 대안들을 가지고 그들이 무엇을 했는가를 통해 판단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진리를 미결정으로 남겨둔 채로 전기화학자들은 실험적 이론적 연구를 이어갔다. 그렇게 미결정 상태를 유지한 것은 올바르고 성숙한 행동이었다고 나는 느낀다. 다만 화학혁명을 일으킨 라봐지에주의자들의 교조주의가 반라봐지에주의적 견해의 부활을 꾀했던 리터이 합성 견해를 억압한 점은(P205) 나중에까지 전기분해가 물이 화합물임을 보주는 독립적 증거로 구실을 못하게 한다. 실험의 중요성과 그것이 유발한 온갖 발전들을 얕잡아보는 것은 옳지 않다. 불화실성은 삶에서 제거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론적 핵심에 녾인 심각한 불확실성과 의견의 불일치에도 구애받지 않고 이를 선용하면 다양한 지식 시스템들이 동시에 발전하고 번성하여 제각각 고유하게 공헌하면서 서로를 자극하고 풍부하게 만들 것이다(P206). 19세기 전기화학의 많은 부분이 통일된 이론적 토대없이 실천되었다(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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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부아지에는 물의 분해 실험과 물의 합성 실험을 통해 물이 더 이상 원소가 아님을 증명.
(1) 물의 분해 실험; 그림 (가)와 같이 긴 주철관을 화로 속에 넣어 뜨겁게 달군 후에, 물을 부어 통과시키면 물로부터 분해된 산소가 주철관의 철과 결합하여 주철관의 질량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냉각수를 통과한 기체로부터 수소를 얻을 수 있다. (2) 물의 합성 실험; 그림 (나)와 같이 수소와 산소의 혼합 기체에 전기 불꽃을 가하면 물이 합성된다.
이 두 가지 실험을 통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물질을 원소로 정의하고, 물은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므로 원소가 아님을 실험으로 증명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이 잘못되었음을 밝혀내었다.
첫댓글 가벼웁게 1절까지만 발제했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읽어도 모르고 안 읽어도 몰라서 어차피 모를꺼 보다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