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소묘(素描) 외1
김 완 용
하루해가
일출과 일몰의 시각을
지붕 끝에 그어놓고
퇴행성관절염 앓다가는
봉천동 산동네
어스름
설핏 지붕 끝을 내려와
골목까지 쓸쓸히 젖어 들면
낡은 호미 등 닮은 노인
수레 가득 폐지를 싣고 돌아온다
비틀거리는 노인의 수레 끝에
달동네 겨울을 기억하는 연탄집게와
쓰린 속을 비운 소주병 몇 매달려
서로를 위로하며 덜컹대고 있다.
바람
자유가 억압된 푯대 끝
청마 유치환이 오래전에 달아놓은
노스탤지어의 깃발을 흔들며
바람이 살고 있었다
떠도는 방향과 속도를 안고
하루를 지켜내기 위한
몸부림 같은 깃발
애달피 흔드는 바람의 모습 보였다
때론, 자유가 더욱 그리우면
푯대 끝 깃발을 두고 내려와
억새도 쓰다듬다 가는
외로운 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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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의 문학동네
봉천동 소묘(素描) 외1 김 완 용
김영훈
추천 1
조회 14
24.10.01 02:5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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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려주신 김완용시인의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멋진시 두편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