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따러 가세 (해학으로 배우는 주역강의)
1925년 12월 개벽(開闢)에 나도향(羅稻香)의 단편소설에 뽕이 발표되었다. 간추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강원도 철원(鐵原)에 사는 땅딸보·아편쟁이·노름꾼 김삼보(金三甫)와 안협집은 부부로 살고 있지만 어떻게 맺어졌는지 내력을 아는 사람은 없다.
아내 안협집은 인물은 곱지만 무식하고 돈만 알았다. 그러한 안협집은 노름에 미쳐 집안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서 동네 삯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갔다. 그렇게 지내던 중, 어느 집 서방에게 당하고 쌀과 피륙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그것처럼 좋은 벌이가 없음을 깨닫고 나자 안협집은 자진해서 그런 벌이에 나서게 되었다. 호랑이도 때려잡을 수 힘을 가진 뒷집 머슴 삼돌이는 둘도 없는 난봉꾼인데 안협집을 어떻게 해보려고 노렸으나 성공하지 못한다.
난봉꾼 삼돌이는 우연히 안협집과 뽕밭에 갈 기회가 생겨 그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으나 안협집이 뽕지기에게 붙들리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다. 남편 김삼보가 귀가해서 부부싸움이 벌어졌을 때 앙심을 품고 있던 삼돌은 안협집의 행각을 일러바친다. 이에 격분한 김삼보는 자백을 받으려고 안협집을 무자비하게 구타한다. 그 다음날 김삼보가 집을 떠나자 안협집의 생활은 전과 다름없이 계속된다.
뽕나무 잎을 뽕이라 하고 뽕나무 밭을 상전(桑田)이라 한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이룸을 일컫는 말이 ‘뽕도 따고 임도 보고’다.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뽕나무 재배를 해왔는지 정확한 기록은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도 이미 뽕나무재배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는 대농가는 뽕나무 300그루, 중농가는 200그루, 소농가는 100그루를 심게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60년대 초반 까지만 해도 제사공장(製絲工場)에 누에고치를 납품하여 농가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뽕나무를 한자(漢字)로 쓰면 桑(뽕나무 상:10획)이고 열매는 오디다. 桑(상)은 木(나무 목) 4획에 叒(나무이름 약)6획으로 4(木)+6(叒)=10(桑)이다.
叒(약)의 한자(漢字) 부수(部首) 又(또 우:2획)는 오른 손을 뻗고 있는 모양을 본뜬 상형문자(象形文字)로 보고, 又(우)가 둘인 双(두 쌍:4획)과 2(又)+4(双)=6(叒)이다.
2·4·6은 구구표 3x3=9방(方:□)에서 ❷x❷=❹를 중추(中樞)로 2와6이 十(십)자를 여기에 桑의 10획은 ❷(又)·❹(双)·❻(叒)·❿(桑)으로 1·❷·3·❹·5·❻·7·❽·9·❿(=河圖數:하도수)에서 ❽이 빠진 땅(地)의 수(數)다. 뽕따러 가세는 남도창에 속하는 새로운 민요중의 하나로 다음과 같다.
1.뽕따러 가세 뽕따러 가세/ 칠보나 단장에 뽕따러가세
뽕따러 가면 살짝쿵가지/ 뒷집총각 따라오면 응응응응
동네방네 소문이 날까 성화로구나 응응응응응응 뽕따러 가세.
2.뽕따러 가세 뽕따러가세/ 앞뒷집 큰 애야 뽕따러 가세
뽕따러 가면 무슨 재미냐/ 오매불망 정든 님아 응응응응
일만 시름 만단설화를 풀어나 볼까 응응응응응응 뽕따러 가세.
3.뽕따러 가세 뽕따러 가세/ 이뿐이 곱분이 뽕따러 가세
뽕따러 가면 낮에나 가지/ 휘영청청 달 밝은 밤 응응응응
진솔치마 얼룩이 지면 어이 할거나 응응응응응응 뽕따러 가세.
남녀가 비밀히 만나 즐기는 것을 桑中(상중)이라 한다. 桑中은 뽕나무 가운데란 의미이며 구구표는 1(=1x1)과 ❷x❷=❹방(方:田)의 十(십)자 가운데 점(✜:◦) 5중토(中土)다. 구구표 3x3=9방에 오행상생도(五行相生圖)를 대입하면 ❷x❷=❹에 桑(상)의 획수10과 5가 자리를 하여 5·10土(토)다.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의 여주인공 이름이 안협집이다. 안은 안씨(安氏)와 안 內(내:4획=아내)의 뉘앙스가 나고, 협은 狹小(협소), 집은 室(실)이니 안협집은 인물만 고은 것이 아니라 명기(名器)까지 지닌 여자로 본다.
편안 安(안:6획)이나 집 室(실:9획)은 같은 한자부수(漢字部首) 宀(집 면:3획)을 쓰고, 安(안)室(실)의 글자획수 6(安)과 9(실)는 음(陰:6)과 양(陽:9)으로 결합을 하면 태극(太極:)을 닮은 69()다. 뽕나무 밭 桑田(상전)의 글자획수 역시 5(田)·10(桑)이다.
뽕나무 밭은 누가 가나? 칠보단장(七寶丹粧)을 한 앞뒷집 큰 애로부터 이뿐이 곱분이 모두 간다.
무엇 때문에 가나? ‘뽕도 따고 정든 님을 만나러간다. 뽕따러 가려면 남이 모르게 가야지 뒷집총각 따라오면 어찌 하려고 쿵 소리 내며 가는가. 그러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동네방네 소문이 나면 어찌하려고.
뽕따러 가면 무슨 재미가 있나.
자나 깨나 잊지 못하는(오매불망) 정든 님과 마주앉아 모든 근심 걱정 다 털어 놓는 재미. 그리고 또 있다. 오디 따먹는 재미다.
뽕을 따려면 낮에 가야지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무슨 뽕이냐. 그 뿐이냐. 진솔치마 얼룩이 지면 어찌하려고. 별 것을 다 걱정하는 구나. 뿅 가는데 그런 것 까지 생각나겠니?
뽕의 남자 주인공 이름은 金三甫다. 불교용어의 三甫(삼보)는 절에서 감무(監務),감사(監寺),법무의 심부름을 하는 중이고 甫(클 보:7획)와 田(밭 전:5획)의 합자 甫田(보전)은 큰 밭이다. 三甫라는 이름은 좋다. 그러나 이름만 좋으면 무엇 하나. 이름값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