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돈 5,000엔권 지폐를 보면 젊은 여자 얼굴이 있다. 젊은 소설가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소설가가 지폐 모델에 사용되다니. 그것도 19세기 말이면 아주 최근의 작가가 엄청난 혜택을 받는 것이다. 뒷배가 있나 살폈으나 없었다. 그녀의 이름은 히구치 이치요이다. 지폐에 나온 사진이 아주 젊다. 일부러 가장 예쁠 때 사진을 골랐겠거니 생각했으나 가장 예쁠 때 요절하고 말았다. 24살 꽃다운 청춘. 그 사진이 그녀의 가장 최근 사진인 것이다.
윤정희, 문희, 남정임 이 세 여배우가 한때 트로이카로 잘 나갔었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처제는 1970년대 트로이카를 형성한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을 기억한다. 젠장 내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하나? 19세기 말 우리나라에도 잘 나갔던 여자 세 사람이 있다. 김원주, 나혜석, 윤심덕이다. 김원주만 잘 모르겠다고? 수덕사의 여승 바로 일엽 스님의 이름이 김원주이다. ‘일엽’은 그녀의 법명이기도 하지만 필명이기도 하다. 일엽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그녀의 애인이었던 이광수이고 일엽(一葉)은 히구치 이치요(樋口一葉)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광수, 한국 문단계에 이 사람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다. 아니 고등학교만 나오면 이 사람 이름은 다 안다. 해방될 줄 몰라서 그랬다는 서정주와 더불어 친일파로 악명 높아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친일파로 회자 되고 있다. 김춘수 선생이 이광수 집에 놀러 갔다가 정오 사이렌이 울리자 일본군의 무운 장구(武運長久)를 비는 묵도를 올리는 충격적인 장면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일제의 창씨 개명 정책에 따라 가야마미쓰로(香山光郞)로 이름을 바꾸고 열렬히 친일 한 그의 모습을 직접 본 것이다.
미남이자 글 잘 쓰고 말 잘해서 신청년들의 우상이었던 이광수는 말도 안 되는 연애 스캔들을 터트린다. '무정'의 발표로 조선의 유명 인사가 되어 있었던 스물일곱의 이광수와 스물한 살의 조선 최초의 여의사 허영숙이 중국 북경으로 사랑의 도피를 떠난 것이다. 이 정도면 조혼으로 억지로 결혼한 첫째 부인 백계숙을 멀리하고 자유연애를 택한 용기 있는 남자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허영숙과 결혼을 할 때 그는 또 다른 애인 나혜석이 있었다. 허영숙은 화요일과 목요일에 만났고 나혜석은 수요일과 금요일 만났다. 그러다 허영숙에게 들켜 나혜숙과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럼 김원주는 언제 만나 일엽이란 호까지 지어주었을까. 월요일과 토요일에 만나고 남는 일요일은 쉬었을까.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이광수는 당시 일부일처제를 열렬히 지지하고 홍보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옆 동네에 아주 예쁜 한 소녀가 있었다. 머슴아랑 육체적인 사랑놀이를 하다가 자기 아버지에게 들켜 머리 깎기고 부산에 가서 버스차장 하면서 돈 좀 벌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애 이름이 ‘미라’였다. 당시 이름치곤 상당히 세련된 이름이었다. 말자, 경숙 뭐 이런 이름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이라’ 영화 보면서 미라가 생각났었다. 나도 좋아했었나 보다. 간디에게 애인이 있었다. 간디 나이 56세 때 33살 영국 해군 제독의 딸이었다. 이 여자의 이름이 ‘미라’였다. 억지로 엮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미라라는 이름을 보니 그냥 옛날 추억이 떠올랐을 뿐이다. 간디가 미라에게 보낸 편지가 무려 350통이었다. 이 여자를 많이 사랑한 모양이다. 근데 웃기는 것은 둘 사이에 육체관계가 없었단다. 56살, 33살인데?
“청마라고 아나?” 불쑥 묻는 말에 당연히 소위 문학판에 돌아다닌 지 꽤 되는 나로선 바로 대답이 나온다. “유치환 선생 말하나.” 피식 웃으며 다음 질문을 이어간다. “유치환 선생 애인 이야기 아나?” 통영여중의 국어 교사와 가사 교사의 스캔들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고. 혼자 된 정운 이영도 선생과 유부남 청마 유치환의 엄청난 사랑 이야기를 모르면 작가도 아니다. 그 둘이 주고받은 편지가 무려 5,000통이었다. 간디의 350통은 사랑도 아니다.
중년의 열렬한 사랑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청마 유치환 선생의 업적에 생채기를 낼 마음은 전혀 없다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 마무리하자. 매일 이영도 선생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 가는 길목에 이영도 시인이 부업으로 하는 수예점을 지나게 된다. 남의 이목이 있으니 유리를 가운데 두고 서로가 쳐다보면서 사랑을 키웠으리라.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이게 정상적인 수필가의 글에선 찾아볼 수 없다. 뭔가 느껴진다.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사내의 절규를 말이다. 안타깝게 그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청마 선생이 숨지기 얼마 전 행복이란 시를 쓴다.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수천 장의 편지를 받은 여자는 얼마 후 책을 낸다. 그런데 책의 저자는 이영도가 아니었다. 반희정이란 여자였다.
첫댓글 ㅎㅎ헷갈린다라는 제목이 딱 맞네요
저도 사랑 이야기에 헷갈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그런데 옛 시절이라 그런지 바람 속에 바람을 알뜰히도 피우는 자는 모두 남자~~
ㅎㅎ이것 만은 헷갈리지 않습니다~~~^^*
하이고,
어수선해라.
나도 헷갈림.
수컷들의 본능~~
암컷도 똑 같아요~~~
그저 본능적인 바람끼를 억제할 수 있으면
성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