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세월이면 산하대지도 흐름과 자리가 변하는 긴 시간입니다.
그러니 인간사 41년 전의 일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할 수는 없겠지요.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거기서 탄허 스님의 <부처님이 계신다면>이라는 책을 인용하는데,
‘어? 저 책 나한테도 있는데’ 하면서 서재를 뒤져 책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책의 앞뒤 표지 안쪽에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내 청춘의 놀라운 기억을 발견했고,
그걸 보는 순간 거의 울 뻔했습니다.
법당은 고사하고 목탁 하나도 없는
오직 교회! 밖에 없는 부대로 배치 받아서 불교법회를 만들고
종교행사가 있는 일요일날 장교식당을 법당으로 사용해가며
초파일 연등 행사를 하고 대대 수계식을 열었습니다.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불사를,
지금 생각해보면 不思議 부사의한, 佛恩 불은 없이는 불가능한
그런 불사를 지었다는 흔적이 이 책에 자필로 남아있습니다.
앞 표지 안쪽에는 <불기 2526년 8월29일(음7월11일) 법사 운경 큰스님을 모시고 계를 받다.
법명은 법성. 묵연무언. 옴살바못자모지사바하>라고 썼습니다.
묵연무언과 참회진언을 쓴 까닭은 분명히 그날 법문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뒤 표지 안쪽에는 <나는 큰 원을 세웠었네. 하나는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요 다른 하나는 대대 수계식이었다네.
드디어 오늘 원을 이루고야 말았네. 나무관세음보살>이라 썼습니다.
불기2526년이면 1982년이고, 8월이면 제대 6개월 전입니다.
1년 전 불기 2525년이던 1981년 초파일에 부대 내에서 제등행사를 했고,
그 다음 해에 대대 불자들의 수계식을 했던 것입니다.
운경 큰스님은 그 당시 남양주 봉선사 조실(?)이셨고 의정부 시내 포교당에 나와 계셨습니다.
사단사령부가 의정부에 있었고 나는 특별한(?) 신분으로 외출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연천에서 의정부 포교당까지 다녔던 걸로 기억됩니다.
한가지 가물가물한 것은, 수계식을 어디서 했는지 그게 확실하지 않습니다.
불단도 없고 법상도 없는 부대 안에서??
했다면 장교식당 밖엔 없는데 거기서 약식으로 했을까?
그 당시 전곡 읍내에 ‘자연(?)’이라는 법명의 비구니 스님이 광명사(?)라는 절 불사를 하셨는데,
일요일날 부대 불자들은 외부 법회 핑계를 대고 가끔은 거기 나가서
한탄강의 돌을 나르는 등 운력을 하고 그랬었는데 … 그 절에서 수계식을 했는지 …
확실한 기억이 없습니다.
의정부 포교당은 가정집 같은 곳이니까 거기서는 불가능했을 테고
사단법당에서 했었나?
사단법당에 지용스님이 있었는데 제대 후에 독일로 유학을 가서 환속했다는 건 바람이 전해주어서 아는데,
만날 수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어쨌거나. 불보살님의 가호 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일이 일어난 것은 맞습니다.
책의 앞뒤 표지 안쪽에 그날의 벅찬 감정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연등행사와 수계식은 내 청춘의 표상 같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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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하신 분!!!
방적님이셨군요
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