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중동전쟁의 위기로 치달을 것인가? 이란이 이스라엘 지상전 개시에 '대응' 경고.미 인터넷 매체 보도 / 10/15(일) / 카와카미야스노리 중동 저널리스트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15일, "특보:이란이 이스라엘에 유엔을 통해 가자 지구 침공에 경고한다" 고 보도했다.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15일 레바논에서 유엔 중동문제 담당자들과 만나 가자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으며 이스라엘이 지상전에 들어가면 이란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유엔 이란 대표부는 X사이트를 통해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 전쟁과 대학살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통제력을 잃고 훨씬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의 책임을 비난하는 글를 올렸다.
Axios에 따르면 이란은 직간접적으로 개입을 시사했으나 압둘라히안 외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움직이면 (이스라엘에) 대지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가 초읽기에 들어갔고 이란이 경고함에 따라 지역 긴장은 극도로 고조됐으며 가자전쟁이 촉발돼 5차 중동전쟁의 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다.
미군은 이미 이스라엘 앞바다에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를 배치했고 이어 14일 오스틴 국방장관은 미 해군모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호를 이스라엘 앞바다 동지중해 파견을 지시했다. 이는 헤즈볼라나 이란으로부터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억제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걸프전에서의 미군과 이란의 관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란은 이라크전쟁 이후 이라크 시아파 정권의 후원자가 됐고 시리아 내전에서는 레바논 헤즈볼라를 보내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이 나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이로써 이란은 테헤란에서 헤즈볼라가 지배하는 남부 레바논 국경까지 시아파 벨트를 누르고 이스라엘과 대치하는 모양새다.
한편 이란은 가자의 하마스를 경제적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관계도 90년대 초부터 이어져 왔다. 시리아 내전에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휘 아래 헤즈볼라뿐 아니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시아파 민병대도 참전했다. 이들 민병대가 이란의 지령 아래 본격적인 이스라엘 공격을 시작하면 이스라엘은 가자 공격은커녕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다.
이란은 헤즈볼라가 지배하는 레바논 남부 국경지대에 방대한 미사일과 물통을 실어 나르며 언제든지 이스라엘을 향해 대규모 공격을 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대이스라엘을 위해 13만발의 미사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은 사람들이 운반해 발사할 수 있는 휴대용 로켓인데, 그 중에는 '파테프 110'이라고 불리는 이란제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수백 발 있고 사거리는 250km에서 300km로 레바논 남부와 골란 고원에서 텔아비브와 예루살렘을 사정권에 둘 수 있으며, 450kg에서 500kg의 폭발물을 탑재한다.
이란은 이 미사일을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한 2014년부터 헤즈볼라에 제공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마지막으로 레바논을 침공한 것은 2006년 여름 34일간인데, 그 시점에서 헤즈볼라는 1만 5000발의 로켓·미사일을 소유하고, 4000발을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했다. 그때에 비하면 양적으로 10배 가까운 미사일이 축적 배치된 셈이다.
이란의 미사일 기술도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2020년 4월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 나라 최초의 군사위성 누르(빛)를 발사해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성공은 이란의 방위력을 새로운 단계로 진화시킨다」라고 혁명 방위대 사령관은 코멘트했다. 이란은 그동안 인공위성 개발이 민생용이며 군사 목적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군사위성임을 선전했다. 이란이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개발에도 전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려는데 미국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이스라엘에 보다 직접적인 위협은 2019년 7월 이란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샤하브3' 발사 실험을 벌여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이란 남부에서 수도 테헤란 근교까지 약 천 킬로미터 비행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샤하브3는 사거리 1300km로 차량에 싣고 이동할 수 있는 형태로 기동성이 있다. 이스라엘과 걸프만을 포함해 중동 동부를 모두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CSIS에 따르면 샤하브3는 1990년대 중반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구입한 노동미사일을 개량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서부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개량됐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반복적으로 긴장 고조와 위기를 겪으면서 대통령도 의회도 보수파가 차지하며 상시 전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의 긴장 완화를 모색하며 대화를 계속해 왔다. 9월 중순 이란이 억류하고 있던 미국인 5명, 미국이 소추했던 이란인 5명이 함께 풀려났고 미국은 이란 동결 자산의 일부를 동결 해제했다. 앞으로 더욱 긴장완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던 터에 이번 팔레스타인 위기가 시작됐다.
만약 이스라엘의 지상전 개시에 따라 헤즈볼라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본격적인 미사일 공격이 시작되면 미군도 대 헤즈볼라로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이란과 미국 사이의 긴장도 극도로 높아질 것이다. 이번 이란의 경고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상전 돌입에 대해 사실상의 헤즈볼라 참전을 통보하는 것이어서 미국을 끌어들이는 중동전쟁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