져텬쥬의 일을보면 근심도 전혀업다
(저 천주天主: 천주교의 하느님의 일을 보면 근심도 전혀 없다)
텬쥬만 셤기게면 텬당으로 올라가고
(천주天主만 섬기게 되면 천당天堂으로 올라가고)
텬쥬를 못셤기면 지옥으로 간다ᄒᆞ니
(천주天主를 못 섬기면 지옥地獄으로 간다고 하니)
진실로 져말갓치 텬당지옥 버려두고
(진실眞實로 저 말 같이 천당天堂 지옥地獄 벌여두고)
졔륜긔 다ᄇᆞ리고 ᄂᆡ몸만 위ᄒᆞ라면
(모든 윤기倫紀: 윤리와 기강 다 버리고 내 몸만 위하라면)
인간의 영뎡이요 텬상의 걸주로다
(인간의 영정嬴政: 진시황이요 천상天上의 걸주桀紂: 하나라 걸와와 은나라 주왕로다)
걸주는 포학ᄒᆞ야 션왕교화 다ᄇᆞ리고
(걸주桀紂는 포학暴虐: 잔인하고 난폭함하여 선왕先王 교화敎化 다 버리고)
만민을 위협ᄒᆞ야 제몸만 위하랴고
(만민萬民: 모든 백성을 위협威脅: 힘으로 으르고 협박함하여 제 몸만 위하려고)
영졍은 광ᄑᆡᄒᆞ여 아방궁 지여두고
(영정嬴政: 진시황은 광패狂悖: 경솔하고 도리에 어긋남하여 아방궁阿房宮: 진나라 궁궐 지어두고)
형별을 듕히ᄒᆞ며 제몸만 놉히랴네
(형벌刑罰을 중요하게 하며 제 몸만 높이려 하네)
텬쥬야 잇다ᄒᆞᆫ들 셜마어이 그러ᄒᆞ랴
(천주天主: 하느님이 있다고 한들 설마 어이 그러하랴)
지공한 하늘이야 만물을 ᄉᆡᆼ기실졔
(지공至公: 지극히 공정함한 하늘이야 만물萬物이 생겨날 때)
졔쳔품 졔마음을 졔각각 어더시니
(저마다 천품天稟: 타고난 기품 저마다 마음을 제각각 얻었으니)
금슈도 져러ᄒᆞ기 졔쳔리 졔어덧고
(금수禽獸: 날짐승과 길짐승도 저러하기 제 천리天理: 하늘의 이치 제가 얻었고)
우리는 이러ᄒᆞ기 저마다 텬리로다
(우리도 이러하기 저마다 천리天理로다)
텬리로 삼긴마음 오륜이 가지시니
(천리(天理로 생긴 마음 오륜五倫을 가졌으니)
이오륜 허사라면 그마음 삼겻을가
(이 오륜五倫 허사虛事라면 그 마음 생겼을까)
부자는 유친ᄒᆞ고 군신은 유의ᄒᆞ며
(부자유친父子有親하고 군신유의君臣有義하며)
부부는 유별ᄒᆞ고 장유는 유서로다
(부부유별夫婦有別하고 장유유서長幼有序로다)
붕우는 유신ᄒᆞ니 다삿가지 인륜이라
(붕우유신朋友有信하니 다섯 가지 인륜人倫이라)
다주어 텬리어든 뉘라셔 금ᄒᆞᆯ손가
(모두에게 준 것이 천리天理이거든 뉘라서 금禁할쏜가)
이마음 업ᄉᆞᆫ거슨 ᄉᆡᆼ물즁 무어신고
(이 마음 없는 것은 생물生物 가운데 무엇인가)
물속에 ᄯᅱᄂᆞᆫ고기 풀긋ᄒᆡ 기ᄂᆞᆫ버ᄅᆡ
(물 속에 뛰는 고기 풀 끝에 기는 벌레)
여긔져긔 알을쓰러 졔절로 환ᄉᆡᆼᄒᆞ니
(여기저기 알을 쓸어 저절로 환생還生하니)
음긔로 쥰등ᄒᆞ여 졔리도 업산거시
(음기陰氣로 준동蠢動: 벌레 따위가 꿈적거림하여 저의 이치理致도 없는 것이)
ᄌᆞᄋᆡ경 모르거든 그남아 의논ᄒᆞᆯ가
(자애慈愛 경지境地 *의미 미상 모르거든 그나마 의론議論할까)
셔양국 ᄒᆡ도즁ᄋᆡ 괴물이 생겨시니
(서양국西洋國 해도害盜: 해로운 도적 *의미 미상 가운데 괴물이 생겼으니)
인형가진 즘ᄉᆡᆼ이요 글자아는 귀신이라
(인형人形: 사람 모습 가진 짐승이요 글자 아는 귀신鬼神이라)
고기로 환ᄉᆡᆼᄒᆞᆫ가 버러지 동유런가
(고기로 환생還生하였는가 벌레 동류同類런가)
사득한 말을지여 우민을 속이나니
(사특邪慝: 요사스럽고 간특함한 말을 지어 우민愚民: 어리석은 백성을 속이나니)
텬당을 어듸메며 지옥은 무슨것고
(천당天堂은 어디이며 지옥地獄은 무엇인가)
자ᄂᆡ도 잠을자셔 ᄭᅮᆷ을ᄭᆡ여 볼작시면
(자네도 잠을 자서 꿈을 깨어 볼작시면)
ᄭᆡ야셔 앗가ᄒᆞᆫ일 아득히 모르거든
(깨어서 아까 한 일 아득히 모르거든)
하물며 죽은후에 아름이 이실소냐
(하물며 죽은 후後에 아는 것-앎, 알음-이 있을쏘냐)
텬당에 간다ᄒᆞ면 무슨일로 깃거ᄒᆞ며
(천당天堂에 간다 하면 무슨 일로 기뻐하며)
지옥의 간다ᄒᆞᆫ들 엇지ᄒᆞ야 슬여ᄒᆞᆯ가
(지옥地獄에 간다 한들 어찌하여 슬퍼할까)
조선ᄭᅦ 졔ᄒᆞ기는 졍ᄇᆡᆨ이야 업다ᄒᆞᆫ들
(조선祖先: 조상께 제祭: 제사하기는 정백精魄: 정령이야 없다고 한들)
제정신 모도와셔 제정셩 다ᄒᆞ오면
(제 정신情神 모아서 제 정성精誠 다하면)
신명이 도우시고 천지가 감동ᄒᆞ여
(신명神明: 하늘과 땅의 신령이 도우시고 천지天地가 감동感動하여)
자손의 복을주고 ᄇᆡᆨᄃᆡ에 전ᄒᆞ나니
(자손子孫에게 복福을 주고 백대百代에 전傳하나니)
져죽은 혼ᄇᆡᆨ이야 화복이 아랑곳가
(자기 죽은 혼백魂魄이야 화복禍福을 아랑곳하겠는가)
예부터 현인군자 사ᄎᆡᆨ에 유명ᄒᆞ고
(예로부터 현인군자賢人君子: 어질고 덕이 있는 사람 사책史冊: 역사책에 유명有名하고)
예부터 공훈자손 이졔도 창셩ᄒᆞ니
(예로부터 공훈자손功勳子孫: 공훈이 있는 조상을 둔 자손 지금도 창성昌盛: 일이나 기세 따위가 크게 일어나 잘 되어감하니)
ᄂᆡ눈에 보아잇고 자네도 들엇나니
(내 눈에 보아 있고 자네도 들었나니)
텬당지옥 잇다ᄒᆞᆫ들 예부터 몃쳔년에
(천당지옥天堂地獄 있다고 한들 예로부터 몇 천년千年에)
그누가 보앗스며 그누구 들엇난가
(그 누가 보았으며 그 누가 들었는가)
인심이 주착업서 현황ᄒᆞᆫ말 고지듣고
(인심人心이 주착主着 없어 현황眩慌: 눈이 어지럽고 황홀함한 말 곧이 듣고)
사사망염 ᄒᆞ기는 일업는 타시로다
(사사망념邪思妄念: 몰래 사사로이 품은 좋지 못한 생각 하기는 일없는 탓이로다)
이러타시 위ᄒᆞ기는 ᄌᆡ물만ᄒᆞᆫ 타시로다
(이렇듯이 위爲하기는 재물財物 많은 탓이로다)
졔집에 죠흔산수 심상히 버려두고
(제집에 좋은 산수山水 심상히: 멀쩡히-그릇된 짓을 하는 태도가 예사롭거나 뻔뻔히 버려두고)
쳔만리 못보는데 별세계 구ᄒᆞ나니
(천만리千萬里 못 보는데 별세계別世界: 특별한 세상 구求하나니)
인도의 바른길을 무단이 실타ᄒᆞ고
(인도人道: 사람의 도리 바른 길을 무단無斷: 사전에 연락하거나 허락받지 않은 상태히 싫다 하고)
못보던 져텬당을 무심일로 가랴ᄒᆞᆫ다
(못보던 저 천당天堂을 무슨 일로 가려고하는가)
아마도 ᄂᆡ말대로 가오면 바른길을 차지리라
(아마도 내 말대로 가면 바른길을 찾으리라)
첫댓글 조선 후기 서학(천주교)을 부정적 시선으로 기록한 벽위가사 <심진곡>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