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여러 나라와 다르게 독일은 원래 저녁 식사로 버터 바른 찬 빵을 주로 먹는다. 따뜻한 요리가 아니라 빵에다 소시지, 치즈 등을 넣고 먹기 때문에 저녁 식사를 Abendbrot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의 다른 나라, 옆의 프랑스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스페인, 그리스 사람들이 독일에 와서 저녁 식사로 차가운 빵만 먹으면 제대로 먹은 느낌이 안 난다고 말한다.
역사학자들은 독일의 이 풍습이 산업혁명이 완성되고 20세기 들어서면서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독일 전역에 널리 퍼졌을 것으로 본다. 유럽 대륙의 다른 나라들들보다 산업이 크게 발달했던 독일은 직장, 공장에 대부분 구내식당이 있었고 근로자들은 이곳에서 스프를 곁들인 따뜻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더운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저녁에 귀가해서 또 더운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기술의 발전으로 육체 노동 강도가 줄어 저녁 식사는 매우 "푸짐하기"보다 간단하게 먹는 편을 택했다고 한다.
2차 대전 후 풍습은 대부분의 가정에서 더욱 확고해졌다. 일하는 가정 주부의 수가 늘어 일을 마치고 귀가 해서 요리를 할 시간도, 여유도 없는 가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찬 빵 저녁 식사 습관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이주민 가정에서는 저녁에 따뜻한 요리를 먹는 집이 많고 독일인 가정에서도 차라리 점심을 간단하게 하고 저녁에 요리를 만들어 먹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코로나 이후, 시민들이 일은 홈오피스에서 하고, 외식도 못하고 집에만 있어야 했을 때 저녁에 먹고 싶은 요리를 직접 만드는 가정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독일인들 가운데는 하루에 두 번 더운 식사는 못하겠다는 이들이 많다. 예전에 독일인 지인들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 지인 가운데는 가벼운 국이 따라 나오는 아침밥, 반찬이 가득 곁들여진 나가서 먹는 찌개 점심, 저녁에 다시 뜨거운 국과 함께 먹는 저녁 식사 요리를 예의상 다 먹기는 했지만 나중에 살짝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하며 "하루에 세 번 더운 요리는 못 먹겠다"고 하던 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