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수놓았던 단풍들은 어느덧 낙엽이 되었고
또 한번의 가을은 그렇게 추억을 남기고 떠나가는 일요일이었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은 대한민국 야구가, 야구팬인 저를 비롯한
웃을 일이 별로 없었던 대한민국 국민에게 자긍심과 행복을 갖다 준 한 주였습니다.
물론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이겼다는 것도 기쁘지만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9회에 4:3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지난 1982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의 한일 결승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7회까지 0-2로 끌려가던 한국은 8회 김재박의 ‘개구리 스퀴즈번트’로 동점을 만든 뒤
한대화가 통쾌한 3점 홈런을 터뜨려 5-2로 역전했었습니다.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준결승 한일전의 감동도 결코 그때 못지않았습니다.
개막전에서 한국을 0-5로 이긴 일본은 준결승전이 열리기도 전 결승에 진출한 듯 들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올해 일본 저팬시리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MVP를 차지한 이대호가
역전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자 도쿄돔은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하였습니다.
일본인들에게 야구란 무엇인지 새삼 설명한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오랜 역사와 깊은 애정이 깃들어 있고 높은 수준에 대한 자부심도 가득합니다.
그것도 일본 야구의 심장으로 불리는 곳 도쿄 돔이었습니다.
극적인 승리 후, 우리 선수단이 기뻐하는 모습이 줌 아웃 되면서 중계방송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엔딩 음악이 잔잔하게 퍼졌습니다.
마야의 <진달래꽃>이었습니다.
<진달래꽃>의 원작자 김소월님은 일제 강점기를 산 비극적인 지식인입니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나이 불과 2살 때 아버지가 일본인 목도꾼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면서 심각한 장애인이 되었으며
이후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아편 음독자살로 32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인식 감독께서 일본인들이 전혀 본 적도,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경지의 경기를
섬뜩할 만큼 강렬했고 지극히 한국적인 색깔로 이겼줬다는 것을 축하라도 하듯
마야의 <진달래꽃>이란 노래는 저의 가슴에 그렇게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다가오는 한 주
날씨는 점점 추워져도 마음만은 따뜻한 한 주로 만들어 가시길요.
겨울비
- 송 태 열 -
눈이 아니고 왠 비일까.
투둑투둑 우산을 때리는 겨울비
따스한 님의 품이 그리운 계절
초겨울 스산함이 가슴을 여민다.
이 겨울비는 왠지 낮설다.
움츠린 가슴에 희미해진 꿈
사랑이 넘실대는 우산속 연인들
아련한 추억속에 님생각 절로난다.
낙엽진 길가에 촉촉히 내리는 비
차거운 마음 녹여줄 그대 생각
마음 한켠에 그리움 하나
겨울비에 내마음은 몹시도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