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류인혜 | 날짜 : 13-10-16 06:14 조회 : 1523 |
| | | 새로운 항로를 찾아서
류인혜 柳仁惠 innhea@hanmail.net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월든》은 수시로 읽을 책으로 분류되어 보관하고 있다. 서너 번 읽었지만 다시 읽을 기회가 되어 이번에는 꼼꼼히 메모를 했다. 이 책은 지은이 소로우가 고향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 마을 근처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 2년 2개월 동안(1845년 7월 4일~1847년 9월 6일) 혼자 지낸 이야기다.《월든》은 자기 인생에 대한 소박하고 성실한 이야기, 먼 타향에서 자기 친지들에게 보냄직한 이야기를 썼으며 특별히 가난한 학생들을 위하여 썼다고 한다. 이 책은 모두 열 여덟 편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그가 왜, 그곳에서 혼자 살았던가를 이해하려면 앞에 실린 두 편, 숲속 생활의 동기와 결과를 말하고 있는 <숲 생활의 경제학>과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 를 잘 읽어야 한다. 그는 첫해 3월 말, 도끼 한 자루를 빌려들고 숲 속으로 들어가서 곧게 잘 자란 백양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후 석 달 동안 손수 통나무집을 지었는데 이웃에 있는 판자집을 구입해서 그곳의 유리와 목재도 재활용했다. 집의 규모는 길이 15피트(4.5m), 폭 10피트(3m), 기둥의 높이 8피트(2.4m)이며, 다락방과 벽장이 있고 양쪽에 커다란 유리창과 뚜껑문이 두 개 있으며, 출입문은 한쪽 끝에 있고 그 맞은편에 벽돌로 만든 벽난로가 있다. 그 쓸모 있음직하고, 아담한 집을 상상하면 주인이 없는 날 슬그머니 들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왜 숲 속으로 갔는가, 생각했던 대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았을까? 여러 사람의 궁금증에 저자는 숲에서 보낸 생활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적절했다는 대답을 한다. 사람에게 필요한 한 가지는 생활필수품, 즉 먹을 것이 있을 따름인데, 더 많은 것을 얻으려고만 끝없이 노력하고, 더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최소한의 생활을 실험했던 것이다. 사람의 욕심과 필요에 의해 계속 발전되어가는 문명의 허상이 사람을 사로잡아 불행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 생존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알고 싶었다. 길지 않지만 숲 속의 생활에서 배운 것은 사람이 필요한 식량을 얻는 데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적은 노력밖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과 사람이 동물처럼 단순한 식사를 하더라고 체력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쇠비름을 끓여서 소금만 쳐도 만족스러운 식사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문명이 주는 편리한 생활에 푹 젖어 있는 필자는 계속 의문이 생겼다. 인간이 과연 그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저자는 물을 만난 고기떼처럼 마음 놓고 호수와 산과 숲 속을 헤치고 다녔다. 누구의 관섭도 받지 않고 간단하게 살면서 남아도는 많은 시간에는 지성의 노다지를 찾기 위해 자신만의 사유에 세계에 빠져들었다. 정말이지 현대인이 꿈꾸는 바람직한 삶이다.
그의 모든 사유는 호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호수는 너무나 깊고 맑기 때문에 자세하게 묘사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며 호수를 하나의 생명체로 여기며 함께 호흡했다. 호수의 얼음이 녹으며 쩡쩡 갈라지는 소리에 몰두했으며, 숲에서 나는 온갖 소리에도 귀를 기울인다. 자연의 변화를 관찰하여 묘사하는 문장은 아름답고 치밀하여 놓치지 않도록 정신을 집중하게 만든다. 월든 호수 주변에서 살고 있는 나무와 풀, 새, 벌레와 짐승, 월든 호수의 고기를 잡으러오는 낚시꾼, 손님, 지나가는 기러기와 얼음을 캐러온 일꾼들, 예전에 살던 사람들, 자연을 해치며 설치된 철로와 기차에 관한 생각도 많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관한 사회 전반의 문제를 지적하며 그의 생각은 종횡무진 발전한다. 한 문제를 잡으면 지나치게 몰두하니 옆에서 보는 사람은 지루하다. 그의 굴 파기가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게 된다. 또 외롭고 심심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풀리는 대목도 나온다. “혼자라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을 때는 나는 노로 뱃전을 침으로써 메아리를 울리게 하곤 했다. 그 뱃전을 친 소리는 원을 그리면서 팽창하는 소리가 되어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숲을 가득 채우고는, 마치 동물원의 조련사가 야수들을 자극하며 울음소리를 내게 하듯 숲을 뒤흔들어서는 마침내 모든 숲의 골짜기와 산허리로부터 우르릉대는 소리를 끌어냈다.”
그가 추구했던 삶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그는 왜 다시 복잡한 세상으로 나왔는가? 맺는말에서 그 의문을 풀어준다. 그는 자기가 살아야할 다른 인생을 살기 위해서 숲에서 나왔다고 했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면서 원하던 만큼의 사색의 결과를 얻은 것이다. 그는 새로운 항로를 찾아냈다. “원시시대의 소박하고 적나라한 인간 생활은 인간을 언제나 자연 속에서 살도록 하는 이점이 있었다. 먹을 것과 잠으로 원기를 회복하고 나면 그는 새로운 여정을 생각했다.” 기운이 남아돌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거나, 문명의 번잡함을 버리고 자유롭고 간단하게 살며 혼자 사색에 잠기고 싶거나, 문득 인간본래의 원초적인 감성을 얻고 싶은 사람은 잘 자란 나무 밑에서《월든》을 읽을 것이다. 柳 《에세이 21》가을호
柳仁惠(류인혜) * 1984년 수필 <우물>로『한국수필』봄호 추천완료. 수필집:『풀처럼 이슬처럼』,『움직이는 미술관』,『순환』,『나무이야기』. 시집:『은총』. 인문서: 류인혜의 책읽기『아름다운 책』. 명성교회 30년사(2권 편년사) 집필. 제18회 한국수필문학상, 제23회 펜문학상(수필부문) 수상.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한국수필 자문위원.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여성문학인회 이사. 죽순문학회 회원. 수필의날 실무간사 |
| 임병식 | 13-10-16 06:58 | | 월든을 한번 읽어보고 싶군요. 살아온 삶은 진지하게 사색해 보고, 거기에서 얻은 힘을 가지고 다시 새상에 나와 또다른 알아갈 것에 대한 삶을 산다면 이전에 살았던 삶에 비해 훨씬 값진 삶을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금을 쳐서 먹었다는 쇠비름은 밭둑에 천지인데 이것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혹시 그것이 아닌가 모르겠군요. 물은 생명이 태어난 곳이어서 마음이 향히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 본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삶을 돌아볼수 있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
| | 류인혜 | 13-10-16 18:25 | | 미국사람들의 개척자 정신이 소로우를 그런 생활로 이끈 듯합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숲 속의 생활보다 자연을 대하는 반듯한 마음입니다. 월든 외에 같은 저자의 다른 글을 읽으면 더욱 감동을 하게 되지요. 잘 읽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 |
| | 김권섭 | 13-10-16 07:04 | | 소로우의 월든 호숫가 숲 속에서 2년 2개월 생활은 처, 남편도 없는 홀아비나 과부들이 해 볼만 생활이 아닐까 생각이듭니다. 보통의 평범한 가족원의 남녀라면 감히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가끔 세상에 이런 일이란 TV 주인공이 나와 묘지에서 3년 생활을 먹고 자고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法頂스님도 일생을 거의 월든 숲속 같은 곳에서 소박하게 글쓰고 욕심없이 살다가셨으니 소로우는 법정같은 스님의 삶을 어떻게 말 할 지 궁금합니다. | |
| | 류인혜 | 13-10-16 18:31 | | 선생님 염려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가족들을 다 이끌고 산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월든은 다행히 소로우가 젊었을 때의 일이랍니다. 법정스님의 삶과 글을 좋아해서 열심히 찾아 읽었지요. 스님처럼 가볍게 사는 삶은 모든 이들의 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로우도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 |
| | 정진철 | 13-10-16 23:23 | | 2년2개월동안 혼자살기위해서 뱃전도 때려가면서 외로움과 심심함을 이겨내고 자연속에서 원시인처럼 살면서 충분히 사색하여 얻은 원기로 새로운 여정을 찾아 나섰습니다. 저는 저자가 경험한 생활들도부럽지만 특히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지나치게 몰두할수있을만큼 시간이나 여건에 얽매임이 없는 자유를 누려본것이 부럽네요.아무래도 복잡한 세상에서는 글 한편 쓰는데도 웬 방해가 그리 많은지 사유는 커녕 간단한 생각조차 자꾸 끊어져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까먹을 때도 있걸랑요~~^&^ | |
| | 류인혜 | 13-10-17 09:13 | | 바쁘게 지내다가도 어느 한때는-생각이 많아지거나 생각을 이어갈 때, 오래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방해받고 싶지 않는 그런 시간이 무척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텔레비전 소리만 없어도 얼마나 홀가분한지.... 그런 의미에서 휴대폰이라도 꺼둡니다.^^ 그래도 생각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이방주 | 13-10-16 23:36 | | 선생님 저는 가끔 혼자서 산길을 한 7~8시간씩 걷는 때가 있습니다. 일부러 호젓한 t산길을 골라 걷노라면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나지 못하는 때도 있어요. 계곡의 실폭포가 흘러내리는 소리,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 새소리, 林下婦人(으름)이 익어 벌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합니다. 이런 등산에서 얻는 것은 생각의 자유입니다. 아무도 내 생각을 건드리지도 방해하지도 않고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하지도 않는 자유 말입니다. 그런데 이때 하는 많은 생각들을 나무와 꽃과 바위와 나누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제 생각에 거부 없이 동의를 해 주거든요. 저도 이 책을 한 번 읽어야겠어요. 그리고 다시 산길을 걸어 봐야겠어요. | |
| | 류인혜 | 13-10-17 09:20 | | 제가 남자가 부러울 때가 몇 가지 있는데,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입니다. 여자 혼자서 몇 시간 동안 산길을 걷는다는 것, 혼자서 낚시를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거든요. 글쓰는 이들의 혼자만의 시간은 필수 조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가을 알차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
| | 일만성철용 | 13-10-17 12:34 | | 글을 읽으면서 저도 속세를 떠나 나를 찾는 기분입니다. .지은이가 산을 가듯 집을 떠나 나 홀로의 나그네가 되면 하루 하루가 모든 것이 새롭게 다가 오더군요. . | |
| | 류인혜 | 13-10-18 07:43 | | 책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읽기를 좋아하듯이 선생님께서는 늘 여장을 꾸려 떠나시는 것으로 세상과 대화를 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요. 덕분에 앉아서 선생님 뒤를 따라가는 사람은 즐겁습니다. 일만 선생님, 어느 곳을 가든지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시기 바랍니다. | |
| | 임재문 | 13-10-18 02:39 | | 저도 때로는 먼 심해선 밖 울릉도로 갈거나 하고 읖조리며 일탈을 꿈꾸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유롭게 살수만 있다면 얼마나 졸을 까요? 모든 얽매인 구속들 다 탈탈 털어버리고, 그런데 사랑만은 털어버리면 안되겠지요. 감사합니다. 류인혜 선생님 ! | |
| | 류인혜 | 13-10-18 07:49 | | 임 선생님, 떠나고 싶은 목적지의 가장 먼 곳이 울릉도가 되었네요. 울릉도는 사람의 손길, 발길이 지나치게 많이 닿아 변해버리기 전에 한번 다녀오고 싶은 곳입니다. 영혼이 자유로운 선생님께서는 지금도 앉은 그 자리가 명당입니다.^^ 답글 감사합니다. | |
| | 임병문 | 13-10-19 18:59 | | 선생님, 뵙게되어반갑습니다. '월든'을 오래 전 누구로부터 선물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참으로 무궁하고, 참으로 대단한 삶의 정서가 느껴져 한동안 그 속을 빠져나오지못했던 기억이납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며 새삼, '월든'을 다시 생각하게됩니다. 항시 건강하시기바랍니다. | |
| | 류인혜 | 13-10-20 08:05 | | 임병문 선생님, 홈페이지에서 만나니 더 반갑습니다. '월든'은 많은 분이 읽어 각자의 감동을 나누고 있지요.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안다는 것에 공감의 지경은 더 확대되어 지나봅니다. 또 새롭게 알아간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요. 조금씩 소통의 길을 열기 위해서 열심히 글을 올리고 다른 회원의 글에 관심을 갖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답글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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