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시(詩) 모음
가을비에게 / 이해인
여름을 다 보내고
차갑게 천천히 오시는군요
사람과 삶에 대해 대책 없이 뜨거운 마음 조금씩 식히라고 하셨지요?
이제는 눈을 맑게 뜨고
서늘해질 준비를 하라고 재촉하시는군요
당신의 오늘은 저의 반가운 첫 손님이시군요
너에게 /정호승 가을비 오는 날 나는 너의 우산이 되고 싶었다 너의 빈 손을 잡고 가을비 내리는 들길을 걸으며 나는 한 송이 너의 들국화를 피우고 싶었다
오직 살아야 한다고 바람 부는 곳으로 쓰러져야 쓰러지지 않는다고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 서서 홀로 울던 너의 흰 그림자
낙엽은 썩어서 너에게로 가고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는데 너는 지금 어느 곳 어느 사막 위를 걷고 있는가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들녘에 서서 사라지지 않는 너의 수평선이 되고 싶었다 사막 위에 피어난 들꽃이 되어 나는 너의 천국이 되고 싶었다
가을비 / 오광수 가을비는 연민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자 더 머물 수 없는 청춘에 대한 회환이다 가을비는 또 간이역에 잠시 쉬고 있는 완행열차다
서둘러 갈 필요 없다는 뜻 느릿느릿 간이역을 떠나면서 한숨 같은 기적소리를 울리는 완행열차의 쓸쓸한 뒷모습을 닮았다
때로 가을비는 반란이다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울컥하는 뜨거움을 불러내서 슬픔의 물결이 억새처럼 일렁이게 한다
밤새 수런거리는 슬픔에 못 이겨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하고, 애써 잊고 달려왔던 세월들을 송두리째 지워버려 혼란스럽게 만든다
가을비 소리 / 서정주 단풍에 가을비 내리는 소리 늙고 병든 가슴에 울리는구나 뼈다귀 속까지 울리는구나
저승에 계신 아버지 생각하며 내가 듣고 있는 가을비 소리
손톱이 나와 비슷하게 생겼던 아버지 귀신과 둘이서 듣는 단풍에 가을비 가을비 소리!
가을비와 떠나고 싶어요 / 이채 촉촉히 내리는 날이면 바람도 젖어 버리고 외로움으로 떠나고 싶어요. 나는 비를 따라.. 비는 나를 따라...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데 누군가 저만치 서 있을 것 같아 가을이 젖어가 듯 그리움도 젖어가고 참 난감한 표정으로 창밖의 작은 잎새 하나에 말을 걸어와요. 너 쓸쓸해 보여 너 너무 쓸쓸해 보여 가을비 쓸쓸히 내리는 날이면 추억마저 젖어 버린 그리움으로 떠나고 싶어요. 나는 비를 따라... 비는 나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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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의 일기예보
갈비 . 내립니다
비의 대한 글모음
정성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바래기 님 ^^
귀한 발길
감사합니다.
종일 내린 가을비에
한층 가을은 깊어지겠지요
좋은 꿈 꾸시고
행복한 밤 되세요~!
귀한 발길
감사합니다.
종일 내린 가을비에
한층 가을은 깊어지겠지요
좋은 꿈 꾸시고
행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