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가을도 서서히 뒷걸음질 치며
찬란하게 황혼을 수놓던 늦가을의 매력에 빠져
산행했던 기억이 아직은 먼지조차 붙지 않은 생생한 추억이지만,
세월은 잠깐 한눈파는 사이 대설도 지나고 한겨울을 향해 무심히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는 매서운 찬바람의 무서운 고문만이 기다리고
있다 할지라도 가끔은 그들에게 반항하며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엿보았다.
검은 호랑이 임인년이 왔다고 서둘러 새해를 맞이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12월 둘째 주 일요일은 청룡산으로 산행이 있는 날입니다.
서울 하늘에는 북한산, 남산, 인왕산, 아차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관악산, 청계산 등등
어찌 보면 산 아래 동네가 서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 많고 많은 산 중에 청룡산이라 처음 듣기도 했지만
푸른 용이란 이름조차 비범한 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을 챙기지 않은 산행이니 배낭은 필요 없고 가볍게
백팩을 준비하여 현관문을 나서자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이 어깨동무하며 같이 가자고 합니다.
그들의 따사로운 속삭임에 차마 산행한다고 자랑 질도
못하고 언제나처럼 가슴 가득 설렘을 안고
지하철 역으로 갔습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려 관악구청 앞에 가니 오늘 청룡산행을 하시기 위해
100명이 넘는 산우님들이 계셨습니다.
(청룡산 정상에서 가져 온 사진)
대부분 서로가 처음 만났지만 우리는 산행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기에 흉허물 없는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답니다.
산우님들과 같이 청룡초등학교 옆 담장을 따라가다 보니
담장 끝에 '청룡산 순환길'이란 커다란 입간판이 친절하게도
우리를 기다리며 안내를 한다고 합니다.
순환길 들머리에는 생뚱맞아 보이지만 왠지 꼭 필요할 것도
같은 유아 숲 체험장이 있습니다.
새까만 아스팔트가 길인 줄 아는 아이들에게 부드러운 흙에서
뛰어논다는 것만으로도 체험이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고 청룡산 유아 숲 체험장은 살짝 귀띔해줍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아 숲 체험장에는 물모래 놀이터,
세족장, 모험 놀이터, 실외 교구 놀이마당, 쉼터 등등 다양한
종류의 놀이를 체험할 수 있게 조성되어 있었지만 겨울철인
지금은 개점휴업 중이라고 합니다.
유아 숲 체험장을 스치듯 지나가자 계곡에 수도를 설치해 놓은 듯
졸졸졸 바위돌 틈새로 물이 흐르는 자그마한 웅덩이가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도룡농이 서식하는 연못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봐도 커다란
고무통 두어 개 엎어 놓은 것 같은 물웅덩이로 보였지만,
아무렴 어떤가 도룡농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관악구청에서 세심하게 노력한 흔적에 이제는
지자체도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그 흔한 나뭇잎 한 장 걸치지 못하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이 텅 빈 산을 지키는 청룡산길을 걸으며 왠지
상막해지려는 마음을 따사롭게 쏟아지는 정오 햇살이 살며시 위로합니다.
아직은 살만하다고 자기만 믿으랍니다.
그들의 막연한 위로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한 산길을 올라갑니다.
가을 낙엽이 누렇게 깔려있어 마치 내 마음에 주단이 아니고
낙엽을 깔고 언덕배기 나무계단을 올라갑니다.
이제는 제법 온몸이 후끈 달아 쌩하고 지나가는 찬바람조차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산행하는 기분이 저절로 납니다.
찬바람과 한판 승부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산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겨우내 그토록 미워하고 싫어하는
찬바람도 용서할 것 같은 대천바다 보다도 더 큰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건
산행만이 주는 특권이기에 산행은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저만치 언덕배기 위에 헬기장이 보이고 청룡산 정상이라고 합니다.
들머리 청룡산 순환길 입간판에서 정상 헬기장까지 1.7Km이고
청룡산이 해발 159.8m라고 하니 솔직히 작은 언덕배기 하나 올라온 것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 산이기에 푸른 용 청룡산은
아기들의 유아 체험장을 만들어 아기들은 품는 것도 보았고
매서운 찬바람을 용서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2022월 12월 11일
NaMu
첫댓글
닭띠방 주관 산행에 가셨군요.
산행하는 나무랑님의 모습이 멋져 보입니다.
날씨가 추우면
겨울 등산의 재미를
더 느낄 수 있는 계절입니다.
여러 띠방 사람들과
어울리는 재미도 있었겠네요.
봉사활동, 등산을 즐기시고
좋은 글도 쓰시니,
여러가지로 즐거운 생활과 심신이
건강과 단련으로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겨울철 건강도 함께 하셔요.
옙^^ 제가 달구라서요.
선배님도 산행을 잘 아시네요.
산행은 겨울이 더 좋다고들합니다.
수필방에 올리면 안되는 줄 알지만요.
제 소속이 수필방같아서 염치 불구하고 올렸어요.
잘 봐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선배님
눈 내리는 북한산 자락을 한번 돌아보고 북한산 사랑을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산은 계절마다 나름대로 특색이 있어 사계절 다 좋아하는데, 청룡산은 고도도 적당해서 건강 산행하기 딱 좋을 것 같네요.
이곳에선 산 보기가 참 어려웠는데, 도로를 달리고부터 원없이 봅니다. 걸어서 올라가진 못하지만, 보기만해도 숨통이 트입니다.
골 깊고 산세 좋기로는 서울근교에서 북한산이 최고라고해요. 북한산행 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따라쟁이 산행만 해서요. 혼자서는 엄두를 못내고있답니다)
옙^^ 가볍게 산행하기에는 넘넘 좋은 산이 청룡산같아요.
그러게요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것처럼 멋있을 것같아요.
제 소속이 수필방 같아서?
라는 말이 맘에 듭니당
우리 수필수상방도 모임이 있습니당
정기모임 번개모임 포함해서 나도 일년동안 3번 모임에 참석했었습니당
나무랑님도 조만간에 수필수상방 모임에서 글벗님들을 볼수 있을겁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제가 5060카페 가입은 회원보기 보니까 작년으로 되있는데요 생각조차 않나구요(작년에는 와본 기억이 없어요 암튼)
수필방에 가입인사 한지 3달 조금 넘었습니다.
살다보면 수필방 모임도 있을거예요.
기대만땅 이예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격이 밝으시니 글도 밝고 사진도 화사합니다.
어딜 가시든 사랑을 받으실 것 같은 나무랑 님.
5060 수필방 님들과 글도 나누고 댓글도 나누고 맑은 공기도 나누시기 바랍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나이에 어울리는 않게 낯가림이 심해서 꿔다 논 보리자루마냥 말을 안해요.
어딜 가든 안티가 많아서 큰걱정하는 나무랑이예요 😭
옙^^ 글 잘쓰시는 수필방 님들 덕분에 위로를 받곤합니다.(댓글 쓰기를 어려워해서 그거 큰숙제 이긴해요
그래도 암튼)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셔요
넘넘 감사드립니다.
서투르기는 제가 더
졸필이고 서투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리신 글들을
가끔 댓글 쓰기도 하지만
거의 읽기만합니다.
나무랑님
산행하셨음을
물 흐르듯이 잘 쓰셨습니다.
자주자주 글 올려주세요.
임인년 가기전에
수필방모임 있었으면
저도 바랍니다.
콩꽃님,석촌님등과 의논하셔서
시간을 잡아보시지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저는 본글보다 댓글을 더 어려워해서요.
댓글 잘 다시는 님들이 부럽기만하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다는지 감탄도 하구요)
저도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날도 갑자기 무쟈게 추워지고 5060카페
송년모임도 며칠 안남았다고합니다.
임인년은 조용히 보내드리고 꽃피는
봄날이 오면 정모하기에 넘 좋을 것이라
아뢰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