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미인
"김 채안씨, 이정도면 붓기 금방 빠지고 자리도 금방 잡겠네요."
"의사 선생님."
"네, 무슨 질문이라도?"
"선생님이 보시기에 전 어떤가요?"
"그야 물론 아름답죠. 새로 태어나신 거예요, 채안씨. 이제 미인으로 당당하게 살아가세요."
"(씨익)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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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오빤. 나 자연 아니야!"
"뭐? 그럼 그 소문이 사실이란 말이야?"
"사실은 눈 좀 손봤지이~ 혹시 오빤 성형한 여자는 싫어해?"
"누운? 요즘 세상에 눈 정도야 뭐 애교지~ 우리 채안인 그런거 안해도 이뻤을텐데~ 왜 그랬쪄~?"
"응, 예전에 쌍꺼풀이 있긴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부어서 사라지니까~"
흥, 이래서 남자란게 단순하단 거다.
눈? 눈은 기본이지~
오빠 말대로 요즘 세상엔 애교지, 뭐.
거기다 애교 몇개 더 추가해서 코랑 턱이랑 광대뼈랑 가슴.
아! 그리고 지방 흡입도 쪼오금.
요즘 세상에, 그것도 성형대국 코리아에서! 이정돈 미인되기 필수코스 아니겠어?
성형하는 여자가 나쁜게 아니다.
그렇게 몰아세우는 사회와 미인만 인간 취급하는 남자들이 문제지.
이것 봐.
몇년 전까지만해도 나같은 여자한텐 눈도 안 줬을,
못생기고 뚱뚱하다고 침 뱉았을 이런 눈 높은 남자가 지금은 내 옆에서 애인이란 이름으로 서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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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거 오빠꺼야?"
"뭔데? 사진?"
부모 잘 만난 덕에 지 땀방울 하나 들이지 않고 대학 입학 선물로 스포츠칼 뽑은 이 남자,
그러니까 지금의 내 사랑하는 애인에게 사진을 건냈다.
지금과는 너무도 다른 성형 전 내 모습이 담긴 사진.
난 웃으며 그렇게 사진을 내밀었다.
"우엑~!"
"…… 아는 사람이야?"
"아니, 미쳤냐. 내가."
"그럼 왜 이 사진이 여기 있어? 솔직히 말해봐~ 혹시 옛날에 사겼던 여자?"
"미쳤어!! 내가 돌았냐? 우리 이쁜 채안이 놔두고 이런 살찐 물개같은 년이랑?"
"하하하하~! 살찐 물개? 오빠 너어무 웃겨~ 하하하하~"
"어? 얘가 웃으면서 우네? 그렇게 웃겨? 더 해줄까? 살찐 물개! 살찐 물개! 살찐 물─"
"닥쳐!!"
"야…… 왜 갑자기 그래? 우리 채안이~ 그동안 욕구불만이 싸였서 그러나?"
"씨발, 내 다리에서 손 띠어."
핸드백에서 꺼낸 지포 라이터로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 내 모습을 어의 없는 얼굴로 쳐다보는 내 옆에 앉은 짐승새끼.
"후우~"
"야, 너 담배도 폈어?"
"……."
"갑자기 분위기 삭막하게 왜이래? 뭐 너도 여성 인권, 뭐 어쩌고 그러냐?"
"킥. 그래보여?"
"그럼 왜 이러는데?"
"…… 왜 이러는거 같은데?"
후우~ 내 뱉은 하얀 담배 연기가 차 안을 가득 매운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 놈.
"얼굴만 예쁜 머리 빈 인형이라고 생각했는데~ 너 생각보다 매력있다?"
"병신새끼."
"…… 할래?"
"그저 남자들이란……. 넌 머리속에 그것밖에 없냐? 좀 인간이 되라, 인간이."
"슬슬 화나려 하는데. 작작해라. 오빠 화남 무서워."
그것도 협박이니?
"있잖아, 그럼 오빠. 나 오빠 화나는거 보기 싫은데~"
"어."
"그럼 내가~ 우리 멋진 오빠한테 문젤 하나 내겠습니다. 맞추면 상으로 내가 오빠한테 서비스하고~"
"응, 그리고 못 맞추면?"
"그럼 사랑하는 오빠가 기죽는거 보기 싫으니까 스페셜 서비스 하나 해주지~"
"큭큭. 뭔데?"
"문제. 이 사진속의 주인공 이름은 뭘까~요?"
마치 뭐 그런 문제가 있느냔듯이 인상을 찌푸리는 짐승새끼.
난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힌트 나갑니다~ 힌트! 이 사진의 주인공은 지금 성형으로 얼굴을 갈아엎어서.
얼굴도 알아볼 수도 없게 굉장한 미인이 됬습니다."
"야, 설마……."
"설마, 나?"
"…… 야, 말도 안돼. 됐어."
"어머, 정답인데 왜 그러시나~?"
"우욱…… 말도 안돼!"
"구역질 나니?"
"진짜야? 채안아, 거짓말이지?"
"왜그래? 혹시 꿈같애? 내가 거짓말 한다 생각해? 이봐요, 문 정훈씨.
미안하지만 이게 현실이야. 넌 저기 사진 속 여자와 사겨왔던 거야. 사귀기만 했나? 하하하하~!"
"미… 친…. 너 제정신이야? 나한테 그런 얘기 한다해서, 내가 널 이해할거라 생각해?
구역질나는 추녀 주제에 씨발, 누굴 넘봐?"
"내가 넘봤니?"
"뭐?"
"니가 먼저 날 넘봤잖아. 사랑한댔잖아? 몸과 마음을 받쳐 충선을 다한 사랑하는 여자한테,
그 딴 식으로 해도 돼?"
"너 돌았냐?"
"어."
날 미친년 보는 듯한 그 시선을 즐겨.
행복해.
이정도면 파라다이스잖아?
"오빠, 나 예뻐?"
"씨발, 나가! 두말 말고 나가. 참 나, 내가 별의 별 여잘 사겨봤지만 너같은 년은 또 처음이다."
"응. 고마워. 오빠도 멋져."
"…… 제정신이냐?"
"킥. 그래보여?"
─여자가 나쁜게 아니다.
사회와 남자가 나쁜거지.
여기 남자가 있다면 묻겠어.
이런 나라도 사랑해 줄 수 있겠어?
비록 성형을 했지만, 정말 눈 돌아가게 예쁜 여잔데, 난?
아니면 비록 눈 돌아가게 못생긴 추녀지만,
자연인 내가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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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러게요. 왜 이 사회는 여러 방면으로 쭈욱 우리를 밀어가는 걸까요? 왜 더 궁지로 모는 걸까요?
외모지상주의 세태 비판에 대한 글.... 같네요. 잘봤습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맞아정말로. 남자들은자기주제도모르고 여자들만 성형하면비판하고..
맞아맞아 외모지상주의 외치는 녀석들 여자들이 뭉쳐서 제2의 나치 군단을 만들자구요~
우와 ! 너무 대단한 소설 > < 외모지상주의 . 꼭 사라져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