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레거 비올라 독주를 위한 모음곡 1번
바삭한 튀김 옷을 입은 부드러운 돼지 고기의 식감이 일품이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돈가스! 추억의 경양식에서부터 치즈 돈가스, 생선까스, 매운 돈가스 등 선택의 폭도 넓어지며 꾸준하게 사랑받는 음식이 바로 돈가스일 것입니다.
비주얼만으로 군침이 흐르게 만드는 돈가스
사실 '돈가스'보다 '돈까스~'로 더 익숙한 이 음식은 오스트리아의 전통 음식 '슈니첼 (Schintzel)'이 원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다지고 저민 후 튀김 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낸 음식인 슈니첼의 본고장 오스트리아에서는 레몬만을 위에 뿌려 먹거나 잼을 발라먹는 전통을 자랑하며 튀겨진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 슈니첼은 '커틀릿 (Cutlet)'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일본으로 유입되며 돼지 '돈 (豚)'과 커틀릿의 일본식 발음 '카츠'가 합쳐져 '돈카츠'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스테이크 소스와 향신료, 야채 등을 숙성시켜 만든 '우스터 소스'를 조합한 돈가스 소스를 따로 그릇에 담아 찍어 먹는 일반적인 일본식 돈가츠가 한국에 들어와 '돈가스'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이 음식은 다시 한 번 변형이 되었습니다. 튀겨진 고기 위에 돈가스 소스를 부어 샐러드, 쌀밥 등과 한 접시에 함께 담아 먹게 되었습니다. 또 이미 잘려져서 나오는 일본 식의 돈가츠와 달리 한국의 돈가스는 고기 위에 소스를 뿌리기 때문에, 고기에 너무 많은 소스가 스며들지 않게 하기 위하여 고기를 자르지 않고 통채로 나옵니다. 이 것은 오히려 오리지널인 오스트리아의 슈니첼과 닮아 있습니다.
먹는 사람이 직접 포크와 칼을 이용하여 썰어 먹어야 하는 돈가스는 '오랜만에 칼질하러 갈까?'라며 마음먹고 가는 고급 경양식 레스토랑의 대표 고급 요리 중 하나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점차 대중화가 되어 지금은 모든 휴게소에서도 만날 수 있는 모두가 사랑하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취향껏 소스를 찍먹?! 부먹?!! 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돈가스
취급하는 식당이 늘어나며 이벤트성으로 '왕돈가스', '대왕돈가스', 매운돈가스'와 같은 각 식당만의 특제소스나 재료를 첨가하여 만든 메뉴들은 손님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데요. 이런 엄청난 양을 자랑하거나 매운 맛의 돈가스는 처음에는 호기롭게 도전할 수 있으나, 점차 물리고 괴로워지며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하죠. 하지만 도전 의식이나 오기를 불러일으키게도 합니다.
이렇게 클래식 곡 중에도 연주자에게 너무나 '챌린지'를 느끼게 하는 곡이긴 하지만 도전 의식과 정복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 있습니다. 그런 왕돈가스와 잘 어울리는 클래식 곡은 어떤 곡이 있을까요? 막스 레거의 비올라 솔로를 위한 모음곡 1번은 어떨까요?
'요한 밥티스트 요제프 막시밀리안 레거 (Johann Baptist Joseph Maximilian Reger, 1873-1916)'는 독일의 오르가니스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바흐, 베토벤이나 브람스와 같은 독일 바로크, 고전, 낭만 작곡가들의 음악을 계승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전통적인 형식의 음악 철학을 지킨 작곡가였습니다. 생전에 많은 작품을 남긴 작곡가임에도 오페라는 단 한 곡도 작곡하지 않은 흥미로운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막스 레거는 3개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와 함께 총 3곡의 비올라 독주를 위한 모음곡을 작곡하였습니다. 특히 이 3개의 비올라 독주 모음곡은 그가 사망하기 2년 전인 1914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915년까지 작곡되었으며, 그가 평생 지병으로 앓던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폭식증, 그리고 이에 따른 비만 합병증으로 사망한 해인 1916년에 초연이 올려졌습니다.
그 중 그의 음악적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 있는 '비올라 독주를 위한 모음곡 1번 사단조 작품번호 131d (Suite for Viola solo No.1 in g minor, Op.131d)'는 4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으며 3개의 비올라 독주를 위한 모음곡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는 그의 대표 작품입니다.
1악장 '몰토 소스테누토 (Molto Sostenuto)', 2악장 '비바체 (Vivace)', 3악장 '안단테 소스테누토 (Andante Sostenuto), 4악장 '몰토 비바체 (Molto Vivace)'로 구성된 이 모음곡은 10여분의 짧은 시간동안 비올라가 구사할 수 있는 많은 고난이도 테크닉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는 곡이면서, 매우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도전 의식을 생기게 해주고, 성공하였을 때 뿌듯함을 2~3배로 증가시켜주는 왕돈가스처럼 막스 레거의 비올라 모음곡 1번은 사이사이 구사하기 너무나도 괴로운 패시지들이 난무하지만 완성도 높게 무대 위에서 연주하였을 때의 성취감을 연주자에게도 크게 안겨주는 작품입니다. 왕돈가스에 도전하는 사람을 신기하게, 또 응원하는 사람들처럼, 이 작품을 연주하는 연주자를 바라보는 청중의 마음도 다른 듯 또 닮아있을지도 모를 것입니다.
박소현 / CLASSIC. M
Max Reger - 3 Suits for Solo Viola, Op. 131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