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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적 활용도 높여가는 저궤도 위성
민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필요
최현호 밀리돔 대표/군사칼럼니스트
[그림 1] 대표적인 저궤도 위성 체계인 스타링크 위성들이 적재된 스페이스X의 로켓탑재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한 것 중에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가 있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배치된 소형 위성으로 통신과 데이터 링크를 제공한다. 최근 스타링크가 위치한 지구 저궤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종류의 위성들을 배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감시 정찰 및 통신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거나 활약할 예정인 저궤도 위성들에 대해 알아보자.
관심의 대상, 지구 저궤도
1957년 10월 4일,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된 이후 지구 궤도는 수 많은 인공위성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2010년대 초반까지 위성 개발과 발사는 주로 국가가 관리하는 체제였지만, 현재는 민간이 위성 개발, 발사 및 운영을 주도하고 있다.
인공위성이 지구 주위를 돌기 위해서는 지구 인력의 영향을 받는 궤도에 위치해야 한다. 궤도는 고도에 따라 나뉘는데 250~2,000km의 저궤도, 2,000~3만 6,000km의 중궤도, 3만 6,000km의 정지궤도, 그리고 3만 6,000km 이상의 고궤도가 있다.
[그림 2] 위성 궤도의 종류
저궤도는 지구 표면을 관찰해야 하는 지구관측위성과 첩보위성 그리고 우주정거장이 위치한다. 중궤도는 위성항법(GNSS) 위성이 위치하며, 정지궤도는 통신위성이나 기상위성 등이 위치한다.(“인공위성의 궤도와 속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근 저궤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여러 나라 정부와 기업들이 다양한 용도의 저궤도 위성을 개발, 발사 및 운영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는 주로 감시/정찰, 기상관측 등의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우주관광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또한 지구 저궤도는 국제우주 정거장 ISS같은 우주정거장이 위치하고 있는 등 과학적 목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저궤도의 특징으로는 지구와 접근하여 관측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고 전파를 지상으로 전달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이다. 높은 해상도로 지상을 보다 선명하게 관측할 수 있으며, 멀리 떨어진 지상의 두 지점을 연결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연결할 경우, 대륙 횡단 케이블은 58밀리초의 대기 시간이 걸리지만, 스타링크 위성은 대기 시간을 44밀리초 정도다.(Utpal Bhatt, “7 FAQs About Small Satellite Constellations in the Low Earth Orbit”, gtweed.com, 2022.4.10.)
저궤도에서 운용하는 위성은 대부분 무게 500kg 이하의 소형 위성인데, 다시 소형위성(100~500kg), 초소형위성(10~100kg), 나노위성(1~10kg), 피코위성(100g~1kg) 그리고 펨토 위성(10~100g) 등으로 구분된다. 위성 기술의 발달로 위성의 크기와 무게가 작아진 다고 하더라도 기능은 향상되고 있다.
[그림 3] 다양한 크기의 위성들
위성의 크기가 줄어들어 제작비도 적게 들고, 크기도 작아 1회 발사 시 여러 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최근 스페이스X 같은 민간 우주 사업자의 등장으로 발사 비용도 줄어들었다. 러시아 소유즈 로켓의 1kg 당 발사 비용은 1만 4,000달러 수준이지만, 스페이스X의 팔콘 9은 소유즈의 15% 수준인 1,500달러 정도다.(이혜영, “[초점] 우주발사 비용, 스페이스X 이후 얼마나 떨어졌 나?”, 글로벌이코노믹, 2022.2.16.)
[그림 4] 로켓 발사 비용을 크게 줄인 스페이스X의 팔콘 로켓, 사진은 팔콘 헤비
개발 비용과 발사 비용의 절감은 우주산업이 과거 정부 주도였던 것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면서 가능해졌다. 저렴한 위성 개발 비용과 발사 비용 덕분에 최근 저궤도에 올라간 위성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현재 지구궤도를 도는 4,000여 개의 인공위성 가운데 약 80% 정도가 저궤도 위성이다.
고도가 낮기 때문에 위성 1개가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좁은데 고도 550km에 있는 위성의 경우, 대략 105만 평방킬로미터의 면적을 커버할 수 있다.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에 관심 지역 상공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개의 위성을 이용하는 군집 위성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단점도 있다. 위성의 수명이 3~7년 정도로 짧다. 하지만 짧은 수명은 반대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버전을 빠르게 궤도에 배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된다.
저궤도 위성의 쓰임새는 다양하지만, 군사적 이용과 관련된 것들을 꼽아보았다.
감시 및 정찰
저궤도 위성은 군사적 이용의 대표적 분야로 감시 및 정찰이 있다. 저궤도 위성을 감시 정찰에 사용하는 데 적극적인 나라는 미국이다. 2017년 미 국방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저궤도에 소형위성 군집을 배치하는 블랙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림 5] DARPA의 블랙잭 프로젝트 컨셉
2020년 5월, DARPA는 미 우주군(USSF) 및 우주개발국(SDA)과 협력하여 2021년까지 지구 저궤도에 20개의 위성을 배치하여 그물망처럼 얽힌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블랙잭 프로젝트는 다양한 종류의 위성을 시험할 예정이다. 2020년 11월 20일 발사된 멘드 레이크(Mandrake)1 위성은 슈퍼컴퓨터에 들어가는 칩을 장착한 초소형 위성이고, 2021년 6월 30일 발사된 맨드레이크2 위성은 위성 간 광대역 데이터 링크를 시험하기 위해 발사되었다.( https://space.skyrocket.de/doc_sdat/mandrake-1.htm, https://space.skyrocket.de/ doc_sdat/mandrake-2.htm)
[그림 6] 블랙잭 프로젝트에 속한 맨드레이크2 위성 세트
맨드레이크2 위성은 2022년 4월 14일 두 개의 위성이 100km 거리에서 레이저를 이용하는 광 단말기로 초당 200Gbit 이상의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시험에 성공했다.(“Blackjack Program of DARPA (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eoportal.org, 2021.2.15.) 2023년 6월 12일 발사된 에이스(Aces) 위성은 원래 다양한 탑재물을 갖춘 20개의 위성으로 구성될 예정이었지만, 광 단말기를 갖춘 위성 4개로 규모가 축소되었다.(https://space.skyrocket.de/doc_sdat/aces-1.html)
시범운영 성격인 블랙잭 프로젝트에서 더 나아가 실제 임무를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다. 미 국방부 산하 미사일 방어국(MDA)은 기존의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방어가 어려운 중국과 러시아의 극초음속 무기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극초음속 및 탄도 추적 우주센서(HBTSS) 사업을 201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HBTSS는 트랜치(Tranche) 0, 1, 그리고 2로 나뉜다. 트랜치 0은 저궤도에 20개의 중형 위성을 배치하며, 후속 단계인 트렌치 1은 150개의 위성으로 이루어지고, 트랜치 2에서는 1,000개의 위성으로 감시망을 완성하게 된다.
[그림 7] HBTSS 구성 개념도
HBTSS는 민감하지만, 탐지 범위가 제한되는 중시야각(MFoV : Medium Field of View) 센서 탑재 위성과 덜 민감하지만, 탐지 범위가 넓은 광시야각(WFoV : Wide Field of View) 센서 탑재 위성으로 나뉜다. 이 두 가지 위성은 추적계층(Tracking Layer)을 이루며 위성간 광학 링크를 통해 통신하게 된다.
[그림 8] HBTSS로 탐지한 정보를 사용하는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요격 개념
추적계층 위성에서 얻은 정보는 중간궤도에 위치하는 전송계층 위성에 전달되어 궁극적으로 미 국방부의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네트워크로 전달되어 요격 수단을 통제하는데 이용된다.(“Hypersonic and Ballistic Tracking Space Sensor(HBTSS)”, missiledefensead vocacy.org, 2020.7.2.)
유럽에서는 유럽연합 주도로 HBTSS와 유사한 우주 기반 전장 감시를 통한 적시 경고 및 요격(TWISTER)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https://www.pesco.europa.
eu/project/timely-warningand-interception-with-spacebased-theater-surveillancetwister/) 일본도 중국, 러시아, 북한의 위협을 감시하기 위해 위성 50개로 감시망을 꾸밀 예정이다.(Naoki Matsuyama, “Japan eyes network of 50 satellites to track enemy missiles”, asahi.com, 2022.11.15.)
우리나라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지구 저궤도에 중량 1톤가량의 합성개구레이다(SAR)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 위성 1기를 도입하는 425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사업은 2023년 2월 중대형 EO 위성 도입 대신 초소형 SAR 위성 36기와 초소형 EO 위성 4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425 사업으로 도입되는 SAR 위성은 재방문 주기가 2시간 정도지만, 다수의 초소형 SAR 위성을 사용하여 재방문 주기를 30분으로 단축하려 하고 있다.(유용원, “가짜 무기도 한눈에 알아본다… 불붙은 초소형 영상 레이더 위성 전쟁”, 조선일보, 2023.6.15.)
통신
저궤도 통신위성은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대표적인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외에도 KA-SAT, 원웹(OneWeb), 아마존의 프로젝트 쿠이퍼(Project Kuiper) 등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거나 계획중이다. 이들 모두 민간 업체라는 것도 특징이다.
[그림 9] 스타링크용 안테나를 펼치는 우크라이나군
저궤도 통신위성의 군사적 이용 가능성은 우크라이나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를 음성과 데이터 통신과 함께 자폭용 무인 함선 조종에도 사용하면서 증명했다. 스페이스X는 자폭용 무인 함선에 사용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우크라이나군이 자폭용 무인 시스템에 스타링크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H I Sutton, “Starlink Limits Ukraine’s Maritime Drones At Time Of New Russian Threat”, navalnews.com, 2023.2.15.)
[그림 10] 스타링크 안테나를 갖춘 우크라이나의 자폭 무인수상정
스타링크의 군사적 이용은 우크라이나전에 앞서 미국에서 시험 되었다. 2019년 미 공군연구소(AFRL)는 스타링크를 사용하여 비행중인 비치크래프트 C-12 항공기에서 데이터링크를 연결하는 시험을 했다. 2019년 말에는 미 공군의 AC-130 건쉽에서 스타링크 연결 시험에 성공했다.(Valerie Insinna, “The Air Force tested its Advanced Battle Management System. Here’s what worked, and what didn’t.”, defensenews.com, 2020.1.22.) 2023년 6월 27일, 일본 방위성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 말까지 자위대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하여 위성통신 복원력 강화를 위한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Oishee Majumdar, “Japanese military tests SpaceX’s Starlink satcom services”, janes.com, 2023.6.29.)
[그림 11] 스타링크의 경쟁자 중 하나인 원웹 위성
스타링크 외에도 원웹도 2021년 미 국방부에 대한 시연을 통해 군사적 이용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OneWeb Demonstrates Network Capabilities to U.S. Government”, oneweb.net, 2021.3.19.) 원웹은 저궤도위성 648기로 구성될 예정이며, 2019년 2월 첫 위성들이 발사되었다. 하지만 2020년 예산 부족으로 파산한 후 새로운 주인을 찾았고,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3년 초에는 중국 정부도 스타링크와 유사한 저궤도 위성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2023년 말 원창(Wenchang) 우주기지에서 원정(Yuanzheng)-2 2단 로켓을 탑재한 장정(Long March) 5B 로켓을 사용하여 첫 위성을 궤도에 배치할 계획이다. 국가네트워크 또는 궈왕(Guowang) 프로젝트로 알려진 이 계획은 지구 저궤도에 13,000여 개의 위성을 배치할 계획이다.(Andrew Jones, “China to begin constructing its own megaconstellation later this year”, spacenews.com, 2023.3.28.)
스타링크는 민간업체가 운용하는 데 비해, 궈왕 프로젝트는 중국 정부가 운용하는 서비스로서 중국군도 사용할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은 궈왕 위성에 인공지능 무기까지 탑재하여 자신들의 영토 위에 있는 스타링크 위성을 공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머스크의 스타링크 맞짱 뜨는 中…위성 1만 3000기 발사”, 뉴시스, 2023.4.10.)
지금까지 군사적 효용성을 높여가고 있는 저궤도 위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소개한 바와 같이 적절한 감시 정찰 능력 확보를 위해서 감시 및 정찰용 위성은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외국에서 위성을 구매해 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스타링크나 원웹 같은 저궤도 통신 서비스들은 국가가 운영을 책임지는 값비싼 정지궤도 위성에 대한 의존을 낮추면서 더 빠른 통신을 가능토록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운용성과와 함께 일본 방위성의 위성통신 복원력을 위한 시험에서 보듯이 우리 군도 예산과 효율성을 감안하여 민간 서비스 이용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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