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뚜껑’ 열리니 TK는 ‘빈껍데기’→역대 정권 ‘호남 퍼주기’ 앞에 대구는 30년째 GRDP 꼴찌
이재명 대통령 “호남 장기 소외, 광주·전남 인센티브 5조”…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산 배경 의구심 폭발
최태원 “서남권 400조·용인 600조” 발표 속, 이재용 “구미 20조” 그쳐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은 물론 MB·박근혜 때도 호남엔 수십조 투입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2천조 원이 넘는 매머드급 국가 투자 계획이 베일을 벗었지만, 대구·경북(TK)지역은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서남권(호남) 중심의 대규모 반도체 거점 육성을 선언하고, SK와 삼성 등 주요 대기업의 천문학적 투자가 수도권과 호남에 집중되면서 TK 지역 민심은 폭발 직전이다.
◆이 대통령의 '호남 소외론'…TK 통합 무산은 기획된 수순?
이날 보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철저히 '서남권 밀어주기'에 맞춰졌다.
이 대통령은 "기존 용인·평택 중심 사이트는 전력·용수 등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호남지역이 장기간 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오히려 신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남해안 일대가 기회 요인이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논란이 된 것은 지방정부 매칭펀드를 언급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광주·전남이 통합 인센티브로 받는 5조 원 정도를 모두 넣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에서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진된 TK 행정통합이 사실상 무산된 진짜 배경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TK 일부의 반대를 꼬투리 삼아 통합을 좌초시킴으로써 '호남 반도체 밀어주기'의 걸림돌을 사전 제거하고, 호남권에만 거액의 통합 인센티브를 쥐여준 것 아니냐는 뼈아픈 분석이 나온다.
◆'진보' 15년 집권했는데 호남 소외?… 보수에서도 '호남 메가톤급 투자'
이 대통령이 박정희 정부의 지방정책을 언급하면서 "호남이 장기간 소외됐다"고 한 발언을 두고, 지역사회에서는 "명백한 어불성설이자, 역사적 사실 왜곡"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진보정권 15년 집권기에 호남은 소외되기는 커녕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예산 폭탄'과 대기업 유치가 이어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 광주를 주력 특화산업인 광산업(光産業) 메카로 집중 육성했으며, '삼성차는 부산, 백색가전은 광주'라는 일종의 빅딜 기조 아래 삼성전자 백색가전 생산라인의 광주 이전 및 집중 육성이 이뤄졌다.
이후 노무현 정부의 한국전력 등 거대 핵심 공기업 나주혁신도시 이전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앞세워 현대자동차의 경형 SUV 캐스퍼 생산공장을 광주에 설립하는 등 파격적인 국가 지원이 단행됐다.
나아가 보수정권 시절에도 호남을 향한 메가톤급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를 명분으로 KTX 여수 연장 등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SOC) 확충과 영암 F1 경기장 건립을 전폭 지원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호남고속철도(KTX) 1단계 개통과 막대한 국비가 투입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공식 개관했고,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운영비도 국비로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정파를 초월해 지원이 이뤄어졌는데, 또다시 '소외론'을 명분으로 총 1천조 원대에 가까운 반도체 클러스터를 호남에 쥐여주는 것은 TK 시·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다.
◆'서남권 1천조' vs '구미 20조'
국민보고회에 참석한 재계 총수들이 발표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TK 패싱'의 참담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지도에 수십조 원에서 수백조 원에 달하는 첨단산업 투자 계획을 밝힌 반면, 대경권에는 '구미 로봇산업 관련 20조 원' 투자만 공개해 시·도민들에게 박탈감을 안겼다.
투자계획 발표 당시 화면에 띄워진 삼성의 권역별 투자 내역에 따르면...
▶수도권(용인·기흥·평택)= 시스템 반도체 및 파운드리 메가 클러스터 구축 500조 원
▶충청권(천안·아산)= 차세대 패키징 및 디스플레이 초격차 거점 100조 원
▶호남권(광주·전남)= AI 스마트 가전 및 전장부품 클러스터 50조 원
▶ 부울경(부산·창원)= 차세대 MLCC 및 고부가가치 부품 40조 원이었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반도체 공급 확장 프로젝트에 1천100조 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서남권에 약 400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용인에 600조 원, 청주에 100조 원 투자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대경권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을 주축으로 15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부지를 물색 중"이라는 구상 단계의 발표에 그쳤다.
특히 대구는 30여 년째 전국 17개 시·도 중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만년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역의 핵심 생존 동력으로 추진해온 TK신공항 사업의 국비 지원이 '0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의 상실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날 2천조 원이 넘는 규모의 메가프로젝트 속에서 TK에 배정된 몫은 전체의 1% 남짓인 '빈껍데기' 수준인 것이 확인되면서 지역주민의 분노는 폭발하고 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청와대 뚜껑’ 열리니 TK는 ‘빈껍데기’…역대 정권 ‘호남 퍼주기’ 앞에 대구는 30년째 GRDP 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