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어느 도시 외곽 빈민촌의 신발 수선집에서 동생의 분홍 신발을 수선한 주인공 알리가 시장을 돌며 어머니의 심부름을 하다가 과일가게에서 감자를 고르느라 잠시 신발 봉지를 밖에 둔 사이 고물장수가 그만 그 신발을 슬쩍해가면서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는 시작된다.
감자를 사고 나온 알리. 신발이 없어진 줄 알고 과일 박스를 뒤지다가 과일만 쏟고... 집에 돌아오니 그 신발의 주인인 맑은 눈을 가진 동생 자라가 신발을 고쳤는지 물어보고... 울먹이며 잃어버렸다고... 엄마 아빠에겐 절대로 이르지 말라고...
여러 가지 방법을 의논하던 남매는 결국 동생은 오전반, 오빠는 오후반이란 데 착안해서 자라가 알리의 긴 연필 한 개를 뇌물로 받고, 서로 오빠의 신발을 번갈아 신기로 합의하면서 이 영화는 바빠진다.
오전 수업을 마치면 빈민촌의 골목을 미친 듯이 달리는 '자라', 골목에서 기다리다 신발을 받고 나면 학교로 미친 듯이 뛰어가는 '알리'.
시간을 맞추느라 시험도 대충 치고 뛰어나가는 자라. 골목길을 뛰다가 헐렁한 오빠의 신발이 개울물에 빠져 주우려고 애가 타는 자라... 기다리다 더 애가 타는 알리...
하루는 자라가 학교에서 잃어버린 신발을 신은 아이를 발견하고 그 집을 알아낸 뒤 오빠와 둘이서 그 집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간다. 이젠 고생 끝났다... 잠시 후 그 집 문이 열리고 그 아이가 나오더니 얼른 문 옆에 숨는다. 뒤따라 나온 그 아이의 아빠가 양손을 더듬거리며 딸을 찾는다. 아이가 아빠에게 안기고 그 애 어머니는 앞이 안 보이는 그 애 아빠의 목에 좌판을 걸어주고... 그 애는 아빠의 손을 잡고 길 안내를 한다.
서로 물끄러미 마주 보는 자라와 알리.
눈에 눈물이 맺힌 채 축 처진 어깨를 돌리고 집으로 힘없이 걸어온다.
그 장면들을 보며 난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하교해서 집에 왔는데 가방 끈 사이에 끼워 들고 온 교련복이 보이지 않았다. 오던 길은 두 번이나 되돌아 가봐도 그 교련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당시 은행 빚을 많이 진 집을 사서 이자에 원금까지 갚느라 힘들어하시던 어머니에게 말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생각에 생각을 하다가 대학에 다니던 가람형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부터 나와 형의 교련 수업이 있는 전 날 저녁마다 나는 바빴다. 형과 나의 명찰을 바꿔다는 바느질을 해야 되니...
교련 수업 시간이면 교련 선생은 날 예비군이라 불렀다. 하도 내 교련복이 낡고 색이 바래서...
2학기가 되니 하루가 형과 교련 수업이 겹쳤다. 안 겹치는 날은 명찰을 바꿔달고, 겹치는 날은 가까이 살던 친구 교련복을 빌려 입고...
그렇게 한참의 세월이 흘렀다.
하루는 학교를 갔다 오니 어머니가 날 보시면서 처연히 웃으셨다.
"내가 죄가 많아 우리 막내 고생 많이 시키는구나."
"아셨어요? 히히히 내가 잃어버렸는데요. 내가 혼나야지 엄마가 왜요."
그 당시 양장점을 개업한 누나에게 가서 얼른 교련복을 새로 맞췄다.
며칠 후 찾으러 가니 이럴 수가!!!
누나가 만들어 준 교련복 단추가 여자 교련복 단추처럼 왼쪽에 달려있고, 어깨선이 여자 교련복이다.
누나가 남자 옷을 만들어 본 적이 있었어야지...
난 완전히 교련 선생에게 찍힌 채로 살았다.
"인마는 교련복 패션쇼 하나? 별 짓 다하네..."
영화는 빈민촌을 벗어나 부촌 마을로 풍경이 바뀌었다. 소독약 치는 펌프를 선물로 받은 저임 공장 근로자인 아빠가 알리를 데리고 일요일 부촌에 정원 손질하는 아르바이트나 할까 하고 고물 자전거를 타고 부촌으로 갔다. 우여곡절 끝에 일감을 하나 받고 열심히 일한 후 후한 임금을 받은 아빠와 자라는 마냥 행복하다.
"알리야 이게 벌이가 더 낫다. 이제 휴일이나 휴가 때면 여기 와서 일해야겠다"
"우리 돈 벌면 뭐할까? 엄마 병도 치료하고... 예쁜 그릇도 사자. 큰 냉장고도 들여놓고...
알리는 뭐가 갖고 싶니"
"저는 운동화가 갖고 싶어요"
"운동화 정도야~"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아빠와 아들의 대화에는 행복이, 꿈이 가득 서려있다.
잠시 후, 고물 자전거 브레이크가 망가지고...
그만 자전거는 최대한 형편없는 모습으로 구겨진다. 아빠와 알리의 몸에는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
아빠와 엄마가 집세 걱정을 하는 소리를 잠결에 들으며 깬 어느 날의 학교. 전국 소년 마라톤이 그 도시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테스트에 참가하지 않았던 알리가 그 대회에 걸려있는 부상을 보고는 체육선생에게 달려가 매달린다.
"전 달려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어요. 누구보다 잘 달릴 수 있어요. 꼭 달리게 해 주세요"
목적이 뚜렷한 사람에게는 누구도 이길 수 없다. 알리는 쉽게 시험을 통과한다.
근데 그 부상이 뭐냐 하면 일등, 이등 것은 모르겠고 삼등 부상이 운동화.
동생에게 꼭 운동화를 타다 주마 약속을 하고 3등을 위한 이유 있는 달리기가 시작되는 곳.
그기에는 좋은 운동화를 신은 잘 사는 아이들이 있었다. 알리의 운동화를 보니 새까맣게 변해버린 하얀 운동화.
4킬로 달리기는 시작되고 힘차게 달려 나간 알리는 점점 기운이 빠지고... 그때 동생의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운동화엔 냄새가 나. 아빠한테 이를 거야. 오빠 꼭 운동화 타 와"
힘이 다시 솟아나고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일등, 아... 안 돼.
천천히 달리면서 일등 보내고... 이등 보내고... 삼등은 안 돼. 내가 해야 해.
근데 4등으로 달리는 녀석이 심상찮은 눈초리를 보이더니 그만 알리를 밀어버린다.
벌떡 일어선 알리 정신이 없다. 무조건 뛰는 수밖에...
아슬아슬하게 결승점을 들어오니 달려온 교장선생과 체육 선생이,
"와!!! 일등이다 알리야. 네가 일등이야. 정말 잘했다"
"으... 삼등이 아니고요...?"
트로피를 받으면서 알리 눈은 자꾸 부상으로 놓인 운동화에게로 가고...
기념사진을 찍는 동안 내내 알리 머리는 숙여져 있다. 독사진을 찍으려고 머리를 든 알리의 두 큰 눈에는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있다.
집에 돌아온 알리의 축 처진 어깨를 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챈 자라는 갓난 동생의 울음소리를 듣고는 금방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알리는 다 해어진 신발을 벗고 마당 중간에 있는 붕어 연못에 물집이 군데군데 생긴 발을 담근다. 그 상처 주위에 붉은빛 금붕어들이 몰려들면서 영화는 끝난다...
너무 속상하지요?
한 개 빠트린 장면이 있는데... 시상식 장면이 끝나면서 얼핏 알리의 아버지가 자전거에 뭘 싣고 가는데 보니까 빨간 구두 한 짝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ㅎㅎ
천국은 많이 가져서 행복한 곳이 아니라,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열심히 사는 곳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영화였습니다.
첫댓글 저는 이영화 개봉했을때 영화관에 가서 봤었어요.
천사같은 크고 맑은 눈을 한 아이들의 순박함에 함께 가슴 아파하고 함께 가슴 졸이며 봣던 영화로 기업합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많이 가지면 그만큼 불행의 크기도 커진다고.
아... 리진님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보셨군요.
행복은 성적순도 아니지만 많이 소유하는 것도 아닌가 봐요.
욕심을 많이 내면, 욕심이 학습이 되어서
항상 욕심 속에 살 것 같습니다.
우리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할 때는
작은 소망이라고 하면서 기도합니다.
가난한 국가, 사회에서는 형제들 간에 우애가 깊어 보이고
행복 지수가 높다고 말합니다.
아름다운 우애가 돋보이는
멋진 영화가 가슴 진하게 합니다.
마음자리님과 가람님의 형제애도
가슴 찐하게 다가옵니다.
욕심도 칠정의 하나이니 끊어내기는 어렵지만 그 욕심에 집착하지만 않으면 휘둘리지는 않을 텐데...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형이 저에게 늘 많은 것을 양보하며 살았음을 알게 됩니다.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
바ㅃ다는 핑계로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모르고 지내왔다는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꼭 봐야하겠네요.
못 보셨으면 꼭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맑고 큰 눈이 오래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전에 본 것 같은데 희미합니다.
3 등을 해야 한다는 건 동심이기에
가능하지요.
마음자리님께서는 형님과 천국을
드나드셨군요.
참 바쁜 나날들이었지요. ㅎㅎ
엄마 몰래 바느질 도구 챙겨와서 명찰 바꿔달고...
덕분에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 남았지요. ㅎㅎ
천국의 아이들 영화와 겹쳐진 마음자리님 옛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입니다.
제 추억과 겹쳐서 더 공감이 컸던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일등을 하고도 축 처진 알리의 어깨가 마음을 안타깝게 했는데
자전거에 실려가는 빨간 구두가 제 마음을 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마음 따뜻하게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저도 알리가 3등하기를 바랐는데...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