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4주 교육이 끝났다.
그동안 가깝게 지냈던 동료들과 송별식을 한다.
아껴 두었던 쿠폰을 몽땅 털어 찹쌀떡,과자등을 사서 양지 바른 잔디밭에 앉았다.
입안에 찹쌀떡&과자를 가득채우고 굳게 악수를 하고 서로의 어깨를 도닥거리며 이별을 아쉬워 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정이 없다.
서로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정이 쌓이기엔 시간이 적었고 추억꺼리가 너무 없다.
그래도 이 순간 만은 치열한 전투를 치룬 전우 모습 이고 싶다.
제대하면 꼭 만나자 다짐을 하면서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
옆자리 친구는 눈물을 글썽이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과자를 입안으로 나른다.
논산훈련소 4주 교육은 군생활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구타나 기합한번 제대로 받아본적 없고 힘든 구보 한번 해본적도 없다.
지겨웠다면 훈련이 끝나고 매일같이 반복되던 분열 연습 정도일것이다.
조교들이 때론 인상을 쓰고 욕을 하곤 하였지만 그것이 다였다.
물리적인 행동은 없었다.
그래서 조교들은 우리에게 항상 불만이었다.
너무 편하다는것이다.
그렇게 편하게 해주는 데도 교육이 끝나면 소원수리로 인해 조교들 중 한 두명은 영창에 간단다.
지급품 꾹꾹 눌러담은 따블백 메고 기차를 타기 위해 연대 연병장으로 갔다.
어느새 어둠이 깔려있다.
연대 연병장엔 먼저 와있는 병력들과 뒤이어 오는 병력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확성기를 든 대위님 께서 자대 번호별로 집합하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의 자대 번호는 7135 이다.
어두운곳에서 7135 부대 번호를 찾기가 어렵다.
그런데 어디선가 “7135”란 소리가 들린다.
‘아! 저기구나’, 소리를 따라 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다른 부대는 수십명씩 모여 있는데 우리는 달랑 5명이다.
어라, ‘인원이 왜이리 적지’ 정말 이상하다.
불안감도 잠시,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져 간다.
소수란 특별하다는 뜻
그래 이건, 좋은징조다.
난 분명 특별한 곳으로 가는거야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아싸, 군대생활 풀리는군아’
‘카튜사?, 아냐 난 영어가 안되지, 그렇다면 보안사?, 헌병대?, 그래 보안사야!’
막연한 기대감히 무럭무럭 피어난다.
부푼 생각으로 콩닥 거릴때 낮선 중위님이 나타났다.
우리보고 따라오란다.
숲속으로 몰고간다.
따블백에서 지급받은 군화와 군복을 꺼내란다.
“너희들은 이 군복과 군화가 필요없다.” 면서 걷어 간다.
‘어라, 보안사는 군복이 필요없나?’
‘맞아!, 보안사는 사복도 입고 다니니까 군복이 많이 필요없지,’
‘머리기르고 사복차림으로 폼나게 다닌다. 고거 개안네,’
그림같은 내 모습이 그려진다.
그동안 조용했던 친구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한다.
“야 우리 혹시 아치아이데 가는거 아냐?”
“아치아데, 그게 뭐냐?”
“밥먹듯이 북한 넘나 든다는곳 말야”
“야야, 아치아데가 아니고 HID, HID는 사회에서 사고친 애들이 군대갈래 깜방갈래 해서 가는데다.”
“야,야, 보안사야, 보안사”
“아냐, 보안사는 빽있어야 되”
그러고 보니 보안사는 빽이 있어야 된다고 들었는데, 난 빽이 없다.
암튼 어디서 들은건 있어서, 무식한 넘들
그 때 조용히 있던 친구로부터 자신감 넘치는 소리가 나왔다.
“특전사다. 니들 공수부대 가는거야, 조교 말이 내 주특기는 특전사란다. ”
“뭐, 특전사!”
특전사란 소리를 듣자 느낌이 왔다.
그런데 특전사는 키 크고 덩치도 있어야 되는것 아닌가.
좀 이상했다.
언제인가 지하철을 탓을때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공수부대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금연인 지하철에서 보란듯 물고 있던 모습, 왠지 모를 무서움, 시선을 피하던 사람들 표정,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모두 주특가 같다.
긴장과 흥분이 밀려온다.
앞으로 펼쳐질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공수부대 간다는 자부심이 섞여, 기분을 야릇하게 만들고 있었다.
기차를 탓다.
공수부대 간다는 긴장과 흥분이 계속 괴롭힌다.
차창 밖에선 그동안 애쓴 조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갑자기 시끌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출입문이 열린다.
여기저기서 “충성” 소리가 난다.
은빛 찬란 무궁화 셋, 연대장님이 들어온것이다.
좌우를 스치듯 병사들을 지나치며 다가온다.
성큼 성큼 잘 걷던 연대장님 우리 에게 오자 딱 멈춰 서신다.
“여기가 특전사 병력인가?”
“예! 그렇습니다”
연대장님, 우리 5명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한다.
기분 묘하다.
죽으러 가는 특공대 된 기분이다.
호송관 우리 5명에게 극진하다.
건빵도 2봉지나 주고 보너스로 별사탕 한 보따리 주고 간다.
앞으로 죽을 고생할 넘들이라고 모포까지 가져다 주며 푹 자란다.
타부대 가는 병사들 측은하고 가련하게 우릴 보는것 같다.
아~ 잠도 안오고 망막하다.
첫댓글 어익후 특전사...덜덜덜...저도 군대에서 특전사 차출될뻔했다가 다른데 갔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