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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속으로] 10
S#1. 약혼식
인하와 수빈, 표정없이 나란히 앉아있다.
송여사, 왕여사, 경환,
정회장, 재숙, 환하게 웃고 있다.
양가의 가까운 일가 친척들과
연희, 인하의 친구1,2의 모습도 보인다.
인하와 수빈, 반지를 교환한다.
가족들이 둘러보는 가운데
인하와 수빈, 케익을 자른다.
S#2. 클럽
인하의 친구들과 재숙,
수빈네 또래 친척들, 어울려 놀고 있다.
수빈, 일행과 떨어져 통로에 있는데
연희 들어온다. 수빈, 연희를 반긴다.
수빈 와줘서 고마워.
연희 괜히 온 것 같다...
수빈 당연히 와야지. 친구라고 너밖에 더 있냐?
연희 기분이 어때?
수빈 ...
연희 ...봤으니 됐다. 갈께.
수빈 조금만 기다려줘.
연희 ...
수빈 끝나고 집에 같이 가자.
연희 얘가 미쳤어.
수빈, 연희를 데리고 홀로 들어가자
재숙을 비롯한 사람들의 눈길이 연희에게 쏠린다.
연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하다가
이 쪽을 빤히 보고 있는 인하와 눈이 마주친다.
인하,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간다.
S#3. 화장실
인하, 세면대에서 세수를 푸아푸아
하다가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본다.
인하, 자신의 얼굴을 깨부셔버리고
싶은 심정으로 거울을 내리친다.
S#4. 다시 클럽
수빈, 칵테일잔을 날라오는데
연희의 자리에 친구가 다가와
다짜고짜 옆에 앉는다.
친구 (실실 웃으며) 여기 재미없지? 우리 여기서 나갈까?
연희 ...
친구 내가 한 잔 살게.
연희 (빤히 보다가 외면한다)
친구 잘 모르나본데 인하네보다 우리가 더 부자야.
하는 순간 인하가 친구를 밀쳐낸다.
인하, 전혀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연희의 손목을 잡아끌고 밖으로 나간다.
연희, 인하의 손에 잡혀 끌려나가며
수빈과 눈이 마주친다.
모두 걱정하는 눈빛으로 수빈을 보는데
수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술을 마신다.
재숙, 경악한다.
S#5. 지하 주차장 (밤)
인하, 연희의 손목을 잡아끌고
차가 세워진 쪽으로 간다.
연희, 팔을 빼고 선다.
연희 됐어요. 돌아가요.
인하 (화난 얼굴로 돌아본다) 여기 왜 온 거야?
(악을 악을 쓴다) 너, 생각이 있는 애야?
정말 나 미치는 거 보고 싶어서 이래?
연희, 기가 막혀서 보고
인하, 연희를 세워두고 화난 사람처럼
앞에서 왔다갔다하다가 기둥을 한 대 친다.
인하 어흐, 어흐. 어흐!
연희 (침착하게) 왜 나한테 화를 내요?
인하 (버럭 버럭) 너한테 내는 거 아냐! 나한테 화가 나서 그래, 나한테.
니가 그런 수모를 당하게 한 나한테. 알아?
연희 ...
인하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내가 한심해 보여?
며칠 전엔 너한테 사랑한다고 매달리다가 오늘은 수빈이하고
약혼을 해서?
그래, 그럴거야. 나도 알아. 나도 아는데 지금은 어쩔수가 없어.
그래서 불안해. 불안해서 미치겠단 말이야. 어흐!
인하, 기둥에 등을 대고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다.
연희, 그런 인하를 착잡한 심정으로 본다.
인하 ...내 마음 같아선... 지금이라도 너하고 어디 멀리 가고 싶다.
연희, 잠시 인하를 보다가 돌아서는데
인하 (그 자세 그대로) 연희야.
연희 (선다)
인하 (숙인채) ...알지? 나 너 사랑하는 거.
연희, 돌아선채 씁쓸하게 미소를
짓고 돌아서서 인하를 본다.
연희 사랑? 사랑한다고 하면 모든 게 다 용서가 된다고 생각하나 보죠?
인하 (본다)
연희 그건 사랑이 아니에요. 동정이거나 자기 연민의 다른 표현일 뿐이지.
인하 ...
연희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인하, 연희를 빤히 보는데
연희, 홱 돌아서서 간다.
인하, 어처구니가 없다.
S#6. 다시 클럽 (밤)
인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들어와
자리에 앉아 술을 마신다.
수빈, 그런 인하를 말없이 보고
인하의 출현에 다시 조용해진 사람들,
인하의 행동과 수빈의 반응을 살핀다.
S#7. 버스 안 (밤)
연희, 인하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에 대한 연민 때문에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S#8. 연희네 집 앞 (밤)
연희, 집으로 올라오다가
입구에서 나오는 명하와 마주친다.
명하 (지나가는 인사로) 어디 갔다 오냐?
연희 수빈이 약혼식.
명하 (멈칫 선다)
연희 수빈이가 오빠한테 꼭 할 말이 있다 그랬었는데 만날 수가 있어야지.
요새 뭐가 그렇게 바빠?
명하 (대꾸 없이 들어가려는데)
연희 오빠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지금 이 모습이?
명하 나한테 어울리는 모습이 어떤 건데? 공돌이? 백수? 일용잡부?
나한테 어떤 모습을 원하는데?
연희 ...
명하 너희 회사 이사하고는 잘돼가?
연희 (어두워진다)
명하, 들어가는 연희를
잠깐 보다가 계단을 올라간다.
검은 색 승용차 들어와 서고
검은 양복의 사내들 내려 문 열어준다.
차에 탄 명하, 허탈하게 웃다가 일그러진다.
S#9. 거리
운전하는 인하의 표정이 어둡다.
S#10. 수빈 빌라 안 (밤)
거실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수빈.
가슴에 품은 사진을 본다.
수빈 (엄마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어떡해 엄마...아무 것도 할
수 없어...이렇게 살면 안된다는 거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 엄마는 나처럼 살지 않으려고 했지...그래
도 엄마는 원하는 대로 살려고 했잖아...
벨소리가 들린다.
수빈, 움직이지 않는다.
다시 벨이 울린다. 수빈 불안한 표정에서
혹시 하는 생각으로 뛰어나간다.
현관문 열면 인하 서있다.
수빈 ...
인하 ...
수빈 왜 왔어요?
인하, 대답 안하고 성큼성큼 들어간다.
소파에 안는 인하, 수빈 기가 막히다.
수빈 나가줄래요? 여기가 당신 맘대로 들어올 수 있는 덴줄 알아요?
인하 (일부러 수빈의 감정을 상하게 하려는 듯 앞만 보고 얘기한다)
우리 서로에 대해서 좀 알아야 되지 않겠어?
수빈 ...
인하, 웃옷을 거칠게 벗는다.
수빈 놀란다. 인하, 수빈에게 다가온다.
수빈 너 정말...쓰레기구나. 알고싶은 게 그런 수준이야?
인하 (다가온다)
수빈 (뒤로 물러선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상관하지 않겠어.
아무리 그래도 상대방 입장 한번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인하 ...
수빈 나...너한테 어떤 감정도 없어. 미워하고 싶지도 않아. 너같은
사람이랑 이러고 있는게 너무 한심하고 비참할 뿐이야.
인하 누군 좋아서 결혼하겠다는 줄 알아? 너만 기분 나빠? 나도
기분 나빠.
수빈 그럼 왜 언제나 니 위주고, 니 멋대로야?
인하 (노려본다)
수빈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뭐했냐고? 그러는 너는?
연희, 회사에서 내쫓고, 나 안을 궁리나 하면서 결혼 준비한 거야?
인하 말 다했어?
수빈 그래.
인하 그래, 나, 그런 놈이야. 아버지한테 쫓겨날까봐 싫다 소리 제
대로 한 번 못하고, 연희가 상처받는 거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 내 손으로 내보냈어. 나? ... 미안하지만 너 안을 생각
눈꼽만큼도 없어.
수빈 ...
인하 상처라도 주고 싶을 뿐이야. ... 나약하고 무기력해 빠진, 너하
고 나한테.
수빈 ... 상처라고? ...그런다고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을까?
인하 ...
수빈 ...당신도 참 불쌍한 사람이야. 나만큼이나.
수빈, 인하를 외면하고
인하, 수빈을 연민이 가득한 눈으로
보다가 괴롭게 고개를 돌린다.
수빈 당신 볼 때마다 연희 얼굴이 떠올라.
인하 ...
수빈 ...그리고...나 사랑하는 사람있어.
인하 ...
수빈, 나가버린다.
S#11. 수빈이네 집 앞 (밤)
수빈, 뛰쳐나오면 명하 앞에 서있다.
놀라는 수빈. 명하, 괴로운 눈빛을 접는다.
수빈, 명하의 달라진 모습에 가슴이 아프고
자신의 처지에 절망스럽다. 명하 수빈에게 다가온다.
이때 입구로 나오는 인하. 명하, 인하와 눈이 마주친다.
명하, 수빈과 인하를 번갈아 보고
인하는 수빈과 명하를 번갈아 본다.
명하, 인하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수빈에게 다가온다.
수빈, 꼼짝도 않고 서서 명하를 뚫어지게 본다.
명하 약혼했다면서? 축하해.
수빈 ...
명하 그 얘기하러 왔어. 나, 간다.
명하, 인하를 슥 한 번 보고 간다.
수빈,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 있는데
인하 (기가 막혀 웃다가)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명하야?
명하, 휘적휘적 가고 수빈 멍하니
명하의 뒷모습 바라보다 뒤따라간다.
명하의 뒤를 따라 걸으며 아무 말도 못하고
잡지도 못하는 수빈. 명하, 모퉁이를
돌아 가고 수빈 더 이상 쫒아가지 못하고 무너진다.
인하, 차 옆에 서 있고, 명하는 길 아래로,
수빈은 무너진 채 각자 비참한 심정으로...
S#12. 인하 사무실
인하, 창가에 서서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다.
책상 위 재떨이에 꽁초가 수북하게
쌓여 있고 스탠드에는 불이 켜져 있다.
S#13. 자판기 앞
인하,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들고
계속 생각을 하며 사무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S#14. 인하의 사무실
인하, 책상에 앉아
계속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데
노크소리에 이어 오과장이 들어온다.
오과장, 인하의 책상 위에
'형님'책과 결재판을 내려놓는다.
인하 ... 뭡니까?
오과장 영화제작 검토하고 있는 건데요, 참고하시라구요.
인하 (책을 빤히 보다가 픽 웃는다) 이걸로 영화를 만든다구요?
오과장 예.
인하 누구 아이디업니까?
오과장 이사님 안 계실 때 회장님 지시가 내려왔거든요.
인하 ...
오과장 사실 사내 분위기도 굉장히 좀 부정적이거든요?
회장님 지시라 검토는 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류의 느와르는
유행에도 뒤처졌구요,
또 한다 그래도 먹힐지도 의문이고 무엇보다 소설의 실제 주
인공이감 놔라 팥 놔라 나서는 분위기라서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인하 ...
오과장 에... 이사님이 검토해보시고 회장님께 잘 좀 말씀드려주셨으
면 하구요.
인하 알았습니다.
오과장, 인사하고 나가려는데
인하 과장님.
오과장 예?
인하 처음부터 유니온 미디어로 입사하신 거죠?
오과장 예.
인하 건설이나 유통 쪽에서 근무하다가 온 직원은 없습니까?
오과장 김주임이 유니온건설에 있다가 이 쪽으로 자원해 왔습니다.
인하 무슨 부서요?
오과장 그 친구가 대인관계가 좀 문제가 있어서요, 가는 데마다 상사
들하고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총무부, 인사과, 공무부,
구매, 자재, 하여튼 그 친구가 근무 안 해본 부서가 없답니다.
인하 알았습니다.
오과장 근데 그건 왜 ...
인하 나가 보세요.
오과장 예, 그럼.
오과장, 나간다
인하, 골똘히 생각하는데
오과장이 다시 들어온다.
오과장 아, 저, 그리고 이거 말씀 안 드렸는데요, (결재판을 연다)
이연희씨가 퇴사하기 전에 제출한 기획안이거든요,
그동안 여러 기획사하고 접촉하면서 수많은 시나리오와 기획
안들을 받아 봤지만 이런 기획안은 처음이거든요,
이사님께서 깊은 뜻을 갖고 채용하신 것도 모르고
제가 사실 그동안 낙하산이라고 구박도 하고 그랬는데요,
이걸 보면서 저의 짧은 소견을 많이 뉘우쳤습니다.
인하 ...
오과장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이연희씨가 사표를 ...
오과장, 몹시 미안해하는데
인하, 문득 오과장이 꺼낸 연희 얘기에
'형님' 책을 보고 손을 뻗어 책을 집어든다.
S#15. 연희네 집
이모, 화장을 하고 있고
이모부와 연희는 밥을 먹고 있다.
이모부 주방에서 일하는데 맨날 화장은 왜해?
이모 능력있는 제비 하나 물어서 팔자 좀 고쳐볼라 그런다, 왜?
하나뿐인 조카딸이 번듯한 직장 얻어서 나도 고생 끝나나 했더니.
어떻게 한 달도 못 채우고 짤리냐?
연희 짤린 게 아니라 그만 둔 거라니까.
이모 그게 그거지. 그렇게 그만 둘 걸 뭐하러 취직은 했어?
취직이 무슨 어린애 장난이야?
연희 또 구하면 되지, 뭐.
이모 어이구, 퍽두 잘 구하더라. 어휴, 내 팔자에 무슨.
연희와 이모부, 서로
눈 맞추고 주눅 들어 밥을 먹는다.
이모부 오늘 나가서 명하나 만나볼까?
이모 당신이 명하를 왜 만나?
이모부 싸나이 대 싸나이로 만나서 말이야, 인생이란 무엇인지.
사나이의 길이란 어떤 건지 내가 얘길 좀 해줘야되지 않을까?
이웃에 사는 아저씨로서. 명하엄마, 기미가 쫙 꼈더라구.
이모 당신이 만난다구 해결이 될 거 같애? 아주 깡패새끼 다 됐더
라구, 머리는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해가지구, 눈깔에 힘이나 주고.
아주 걔만 보면 속상해 죽겠어.
이모부 아니, 멀쩡하던 애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그렇게 변한대?
당신 무슨 얘기 못들었어?
이모 몰라!
연희, 명하를 생각하는데 전화벨 울린다.
이모부 (받는다) 여보세요. ...네. 그렇습니다마는? 누구시죠? . (반갑
게) 연희야, 회사래!
이모 (반색을 한다) 회사?
연희 여보세요.
S#16. 찻집
연희, 오과장과 마주 앉아 있다.
오과장 혹시 어디 다른 데 가기로 했나?
연희 그런 건 아니구요.
오과장 섭섭했어. 그렇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그만 두는 게 어딨어?
연희 죄송해요.
오과장 그동안 나땜에 마음 고생 많았지?
연희 (웃으며) 아니요.
오과장 내가 본래 악의는 없는 사람인데, 그냥 입바른 소리만 좀 해.
누구는 그것도 열등감이라고 그러더라고.
연희 ...
오과장 내가 이연희씨 기획안을 보고서 사표결재를 보류 시켜놨거든?
연희 ...
오과장 따로 당장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몰라도 이왕에 시작한 일
인데 이 일에 승부를 걸어야되지 않겠어?
연희 죄송한데요, 사표는 그냥 수리해 주세요.
오과장 이 일이 적성에 안맞나?
연희 그건 아니구요.
오과장 내가 살면서 느낀 건데 자기 길이라는 게 멀리 있는 게 아니
더라구.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거. 그게 길이야.
연희 ...
오과장 음악감독하고 동창이라면서? 사이가 안좋은가봐?
연희 ...
오과장 ...이연희씨에 관한 소문도 회사내에 돌던데.
그럴수록 일로써 보여줘야 되는 거 아니야?
연희 ...
오과장 길게 얘기할 거 없고 내일부터 다시 출근해.
연희, 갈등한다.
S#17. 인하네 집 거실
재숙, 왕여사에게 신나서 떠들고 있다.
재숙 연희, 고 기집애가 오빠를 꼬셔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거야.
왕여사 어머머. 순진한 거야, 모자란 거야? 걔 안그러든 애 아니었니?
재숙 수빈이 막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왕여사 송여사 귀에 들어가면 어떡하지?
재숙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 결혼 깨지는 거야?
S#18. 수빈이네 집
수빈, 화장대에 앉아
거울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밖으로 뛰쳐 나간다.
S#19. 캬바레
수빈,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춘배, 멀리서 수빈의 모습을 보고
실실 웃으며 다가와 괜히 주위를 얼쩡거린다.
수빈, 무섭다.
춘배 명하 애인, 맞지?
수빈 누구세요?
춘배 그때 술 보낸 김부장인데.
수빈 예, 안녕하세요.
춘배 술, 잘 마셨어요?
수빈 예.
춘배 명하 찾아 왔어요?
수빈 예? 예.
춘배,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춘배 아, 난데? 명하 지금 어딨냐?...니들 1분 내로 수배해서 나한테 전화해.
(전화 끊고) 금방 연락 올거야. 여기 앉아서 기다리지.
춘배, 의자를 빼서 수빈에게 권한다.
수빈 예. 고맙습니다.
춘배, 의자를 끌어 괜히
앞에 앉아 친절하게 군다.
춘배 근데 우리 낯이 익다. 우리 어디서 만난 거 같은데?
수빈 예?
춘배 내가 한 번 본 사람은 안 잊어 먹거든.
(혼자 막 생각한다)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봤더라.
수빈 명하씨가 여기서 일해요?
춘배 (?) 알고 온 거 아니야?
수빈 명하씨 어머니께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춘배 아, 아 그래?
전화벨 울린다.
춘배 어, 그래, 나다. 어디?
춘배, 수빈을 본다.
S#20. 술집 룸 (밤)
수빈,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명하, 무표정한 얼굴로 술을 마시고 있다.
수빈,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는다.
명하, 느낌이 이상해 고개를 드는데
수빈이 서 있자 얼굴 굳고 외면한다.
명하 왜 왔어?
수빈 만나고 싶었어요.
명하 (빈정거린다) 날? 왜?
수빈 날 용서해 달란 말을 하고 싶어서요.
명하 (픽 웃으며) 너랑, 나랑, 뭔데?
수빈 (눈물이 핑 돈다) 내가 좋아했으니까.
명하 약혼한 사람이 이래도 되는 거야?
수빈 ...내 의사로 한 약혼 아니야.
명하 ...어쨌거나.
수빈 (눈물이 주루룩 흐르지만 모멸감을 참으며)
내가 보고 싶어서 온 줄 알았어. ...
너라면 날 구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
니 말 한마디면 어디라도 갈 각오로 왔는데...
명하, 할 말을 잃고 수빈을
빤히 보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자 둘이 들어온다.
명하 뭐야?
남자들, 명하는 본 척도 않고
수빈의 옆으로 간다.
남자 가시죠.
수빈 당신들 뭐예요?
남자 성북동에서 왔습니다. 사모님께서 걱정하고 계십니다.
수빈 뭐요? 가서 전해요. 웃기지 말라고.
남자 가시죠.
명하 야, 니들 나가.
남자들, 명하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수빈에게 다가간다.
명하, 번개같이 수빈의 앞을
가로막으며 남자들과 대치한다.
명하 좋은 말로 할 때 나가.
남자들, 명하의 말에 피식
비웃음을 날리고 명하를 공격한다.
명하, 나가떨어지고 수빈, 놀라는데
명하, 다시 일어나 남자들과 싸움이 붙는다.
수빈, 비명을 지르며 구석으로 밀려나고
명하, 수빈을 보호하며 남자들을
차례로 때려눕히고 수빈을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S#21. 술집 앞 (밤)
명하, 수빈을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데
입구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던 남자 일행들이
수빈을 발견하자 차에서 내려 다가오고
술집 안에서도 아까 그 남자들이 달려 나온다.
명하, 바짝 쫓아온 남자들을 거꾸러뜨리며
수빈을 데리고 골목으로 뛰어든다.
S#22. 여관방 (밤)
명하와 수빈, 어색하게 들어온다.
아줌마, 주전자를 내려놓고 숙박계를 명하에게 내민다.
명하, 숙박계에 이름을 쓰고 돌려주면 아줌마, 나간다.
두 사람, 왠지 어색하여 쑥스럽게 서있는데
명하의 눈 위에서 피가 한줄기 흘러내린다.
수빈, 보고 가방에서 얼른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는데
명하, 수빈의 손을 탁 잡는다.
수빈과 명하의 눈에서 불꽃이 튀고
명하, 참지 못하고 수빈을 꽉 끌어안는다.
명하, 천천히 수빈의 몸을 떼어내
수빈을 콧날과 입술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다가
천천히 키스하는데 수빈, 명하의 목을 끌어 안는다.
명하, 갑자기 수빈을 품에서
떼어내고 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수빈 어디 가?
명하 술 좀 사 갖고 올게.
수빈 갔다 오는 거지?
명하 그래.
수빈 오늘은 혼자 자고 싶지 않아.
제발 오늘만큼은 혼자 자게 하지 마.
명하 온다니까.
수빈 내 곁에 있어줘야 돼.
명하 알았어.
수빈 언제까지나.
명하 ...
명하, 대답없이 밖으로 나간다.
S#23. 여관 밖 (밤)
명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심호흡을 한다.
S#24. 다시 방 (밤)
명하, 문을 살짝 열고
봉지 하나를 들고 들어온다.
수빈, 긴장이 풀려서인지
옷을 입은채 쓰러져 자고 있다.
명하, 그런 수빈을 잠시 내려다
보다가 수빈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고
바닥에 앉아 소주를 깐다.
시간경과 아침.
수빈, 잠에서 깨다가 문득 어젯밤
일을 떠올리고 두리번거리며
명하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수빈, 아쉬워하다가 바닥에 놓인
빈소주병과 재떨이를 보고 더 아쉬워한다.
S#25. 수빈네 집
수빈,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송여사, 기다리고 있다가 악을 쓴다.
송여사 엊그제 약혼한 년이 어디서 자빠져 자고 이제 들어오는 거야?
수빈, 대꾸 없이 픽 웃고 자기 방으로 간다.
송여사, 못 참고 달려와 따귀를 갈기는데
수빈, 송여사의 손을 탁 잡는다.
수빈 이제 당신들 맘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송여사 뭐!
수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딸깍 자물쇠를 잠근다.
송여사 (문고리를 잡고 흔들며) 문 안 열어? 문 안 열어?
S#26. 유니온 복도
임사장, 복도를 따라 걸어오고 있고
그 뒤에 춘배와 부하들이 따라온다.
임사장 주인공 할 애는 잡아왔냐?
춘배 그게 말입니다, 회장님. 제일 잘 나가는 애 잡아오는 거는 문
제가 커지겠던데요?
임사장 (버럭) 뭐야?
춘배 (얼른) 그래서 말입니다. 회장님.
회장님께서 주인공으로 직접 출연을 하시면 어떨까요?
임사장 (솔깃) 뭐야?
춘배 회장님도 한 인물 하시잖습니까?
제가요, 우리나라 깡패영화 안 본 게 없거든요?
근데 배우들이 그 맛을 못살리더라구요.
회장님이 주인공 하시구요, 저희들도 같이 출연해서요,
진짜로 다구리 붙는 겁니다...
진짜로 때리고 진짜로 맞고 진짜로 피 흘리고,
으아, 이건 아카데민데. 안그렇습니까, 회장님?
임사장 음...
임사장, 걸으며 고민을 한다.
S#27. 회의실
인하를 비롯한 직원들, 앉아서 회의를 하고 있다.
임사장, 춘배가 열어주는 문으로 들어서면
직원들, 벌떡 일어나 조직원들처럼 인사한다.
직원들 오셨습니까, 회장님?
인하 (직원들을 의아한 얼굴로 보다가) 안녕하세요?
임사장 어, 오랜만이야.
일동, 자리에 앉는다.
춘배, 인하를 유심히 본다.
임사장 자네가 이사라면서?
인하 예.
임사장 아, 참 약혼 축하해.
인하 예.
임사장 내가 말이야, 생각을 해봤는데 말이야. 주인공을 내가 하면 어떻겠어?
인하 형님 제작은 다시 생각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임사장 뭐?
인하 영화에도 트랜드가 있습니다. 지금 관객들은 이런 영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임사장, 인하를 무섭게 노려본다.
임사장 그래서 안하겠다고?
인하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기로 하죠.
임사장 후회할텐데?
인하 죄송합니다.
임사장 (잠시 째려보다가) 그럼, 다른 영화사를 알아보지. 얘들아, 가자.
임사장, 일어나 나간다.
직원들, 다시 벌떡 일어난다.
일동 안녕히 가십시오, 회장님.
오과장 저... 괜찮을까요?
인하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내죠.
직원들, 일어나 나간다.
인하 (오과장에게) 이연희씨는 아직 안나왔어요?
오과장 안나올 모양인데요? 죄송합니다.
인하 (잠시 생각하다가)... 김주임님 저, 좀 잠깐 보시죠.
S#28. 인하 사무실
인하와 김주임, 소파에 마주 앉아 있다.
인하 입사하신지는 꽤 되셨던데요?
김주임 예. 하도 여기저기 미운 털이 박히다 보니까 진급이 좀 늦었습니다.
인하 ... 회사 일을 구석구석 잘 아시겠네요.
김주임 뭐, 좀...
인하 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김주임 예?
S#29. 나이트 클럽
쌍쌍 캬바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급 나이트 클럽.
임사장, 춘배와 명하, 부하들을 거느리고 홀로 들어오면
물망초파의 어깨들이 정중하게 영접한다.
춘배, 자기가 주인이라도 된 양 괜히 뻐기며 들어온다.
S#30. 나이트 클럽 사장실
쌍쌍의 사장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고급스러운 사무실
임사장, 중앙에 앉아있고
춘배와 명하가 양쪽에 앉아있다.
임사장, 손가락을 벌리면 춘배,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얼른 담배를 끼워 준다.
임사장 15년 만이다. 정확히 15년만에 돌아왔어.
춘배 축하 드립니다. 회장님. 그래도 아직 옛날의 영광을 되찾으려
면 멀지 않았습니까?
이 일대가 전부 회장님 구역이었다면서요?
임사장 그랬지.
춘배 여긴 터가 쎄겠는데요? 염려마십시오, 회장님. 제가 있지 않습니까?
임사장 명하가 맡아.
춘배, 써늘해지고 명하,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S#31. 클럽 복도
춘배와 명하, 같이 방에서
나와 복도를 따라 걷는다.
춘배 어려운 일 있으면 얘기해라. 형이 도와 줄게.
명하, 대꾸없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춘배, 나가는 명하의 뒷모습을 싸늘하게
노려 보다가 벽을 주먹으로 꽝 내리 친다.
S#32. 클럽 앞 (밤)
명하, 입구로 나서면 기도들, 인사한다.
명하, 우울한 얼굴로 밤거리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S#33. 명하네 집
은옥, 출근준비를 하는데
명하, 커튼을 확 걷고 밖으로 나가다가
불쑥 문갑 위에 돈뭉치를 던지듯 내려놓는다.
명하 생활비 해요.
은옥, 명하를 보지 않고
돈뭉치만 잠시 내려다보다가
다시 화장을 한다.
은옥 필요 없다. 가져가라.
명하 (나가다가 멈춰 선다) 왜? 큰아들이 주고 갔어?
은옥 뭐?
명하 내가 번 돈은 돈이 아니야?
은옥, 너무 열이 받아
돈뭉치를 명하에게 확 집어던진다.
돈이 방안에 흩어진다.
은옥 너, 얼마나 더 내 속을 긁어 놔야 직성이 풀리겠어?
나 죽는 꼴 보고 싶어서 이래?
명하 싫으면 말고.
명하, 돈을 줍는다.
은옥, 그런 명하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찢어진다.
명하, 돈을 다 주워 코트 안주머니에
쿡 찔러 넣고 밖으로 나간다.
S#34. 현관문 앞
명하, 선뜻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잠시 괴로워 하다가 계단을 내려간다.
S#35. 학원 앞
연희, 학원에서 나오는데 명하가 차 앞에 서 있다.
연희, 깜짝 놀라 명하와 차를 번갈아 본다.
연희 웬일이야?
명하 타라. (문을 열어준다)
연희 오빠 차야?
명하 아니, 회사 차야.
연희 회사?
명하 타. 저녁 먹으러 가자.
연희, 명하를 잠시 보다가 탄다.
S#36. 식당
인하가 연희에게 밥을 사 주던 식당.
연희와 명하, 마주 앉아 있다.
명하 언제 이런 데도 와 봤냐?
연희 한 번 와봤어.
웨이터, 다가온다.
웨이터 뭐 드시겠습니까?
명하 (메뉴를 들여다보며 고민한다)
연희 3,5,7,8,번으로요, 두 개씩 주세요.
웨이터 예. (돌아간다)
명하 (의아한 얼굴로) 뭐야?
연희 이 집은 그렇게 시키는 데야.
명하, 씩 웃는데
연희, 인하를 생각하며 씁쓸하게 웃는다.
명하 학원 선생은 할 만 하냐?
연희 선배 대신해주고 있는 거야.
명하 대학도 졸업한 애가 취직이 그렇게 안되냐?
연희 신문 좀 봐. 요새 그래.
명하 ...
연희 오빠는 잘 나가나 봐?
명하 (픽 웃는다)
연희 금방 이사 가겠네? 큰 집 사서?
명하 아, 기집애. 그만 하자?
연희 속 상해서 그래.
명하 뭐가 그렇게 속상해.
연희 ... 다!
명하 ... 회사는 왜 그만 둔 거야?
연희 ... 그냥...
<시간경과>
연희, 명하 식사하고 있다.
연희, 고개 돌려 인하가 치던 피아노를 본다.
명하. 수빈과 라면 먹던 일이 생각난다.
명하 내가 업소 하나 맡았거든? 거기 가서 신나게 기분이나 풀어 볼까?
연희, 명하를 빤히 본다.
명하 거기 분위기 괜찮아. 내가 모든 걸 해줄 수 있다, 거기서는.
연희 ... 왜 그래?
명하 ...
명하, 슥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고 연희, 그런 명하를 슬프게 본다.
S#37. 나이트 클럽 앞 (밤)
명하의 차가 서면 기도들,
얼른 달려와 문을 열어준다.
명하와 연희, 내리면 기도들 정중하게 인사하고
연희, 계속 기가 막혀 하며
기도들에게 인사하고 명하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다.
S#38. 클럽 안
제일 좋은 자리에
명하와 연희가 앉아 있다.
웨이터들, 안주와 술을 들고와
두 사람 앞에 놓는다.
연희 여기가 오빠가 말한 회사야?
명하 응. 마셔라. (연희의 잔에 술을 따른다)
연희 그래, 마시자.
연희, 겉옷을 벗고 술 마실 준비를 하는데
부하 한 명이 다가와 명하에게 귓속말을 한다.
명하, 얼굴 굳고 잠깐 생각하다가 일어난다.
명하 잠깐만.
S#39. 나이트 클럽 복도
인하, 주눅든 얼굴로 건장한
어깨들이 양쪽에 서 있는 복도를 따라 걷는다.
S#40. 클럽 룸
인하, 부하가 열어주는 문으로 안으로 들어선다.
커다란 방 안에 아무도 없다.
부하, 문을 탁 닫고 나간다.
인하, 잠시 서 있다가 자리에 앉는다.
인하, 명하를 만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며 초조하게 기다린다.
인하, 테이블 위에 있는 물병을 따서
잔에다 따르고 마시다가 얼음을 손으로 왕창 집어
컵에 넣고 다시 마신다. 명하가 계속 안나타나자 시계를 본다.
한참 시간이 흐르고 못참겠는지 인하가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명하가 들어온다.
두 사람, 잠시 서로를 보다가 명하가
먼저 눈길을 거두고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인하, 명하가 앉자 자기도 앉는다.
명하 용건이 뭐야?
인하 ...너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나도 마찬가지야.
명하 그래서, 형 대접이라도 해달라는 거야?
인하 ...우리끼린 이러지 말자.
명하 우리? (피식) 누가 우리라는 거야?
인하 ...너하고 내가 이렇게 만났지만 그 원인이 우리한테 있는 건 아니야.
명하 (픽 는다)
인하 어머니 많이 힘들어하시더라.
명하 어머니?
인하 우리라도 더 이상 마음 아프게 하지 말자.
명하 니가 상관할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인하 (못참고) 너 정말 이럴래?
명하 누가 마음 아프게 하고 누가 상처를 줬는데?
느닷없이 나타나서, 우리? 어머니? 웃기지 말고 꺼져.
인하 ...
명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다가 선다.
명하 앞으로 쥐새끼처럼 우리 집에 들락거리지마.
인하 뭐야, 임마?
인하, 명하의 멱살을 틀어쥔다.
두 사람, 잠시 서로를 쏘아본다.
명하 난 니들하고 종자가 달라. 내 식대로 살 테니까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마.
명하, 인하의 손목을
비틀어 떼어내고 나가려는데
인하 수빈이 정말 사랑한다면 이러지 마라.
명하, 멈칫 서서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리다가 인하를 밀쳐낸다.다.
명하 너나 똑바로 해.
명하, 밖으로 확 나간다.
인하, 씁쓸하게 웃는다.
S#41. 클럽 홀
명하, 자리로 돌아오며 바로
연희의 손을 잡아 플로어로 끌고 나간다.
연희 왜 이래?
명하 춤이나 추자.
연희, 기가 막혀 픽 웃는데
명하, 연희의 허리를 끌어안고 춤을 춘다.
인하, 룸에서 나와 홀을 보다가
명하와 춤을 추던 연희와 눈이 마주친다.
두 사람, 놀라서 본다.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