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떠나자] 놀이공원 맛집 베스트
가을동화(童話) 속 ‘추억’을 차린 식탁
지상 70m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이로드롭. 아이들은 땅속으로 처박히는 듯한 아찔함에 비명을 지른다. 쾌속 레일을 따라 눈 앞의 세상이 몇차례 뒤집어지는 롤러코스터 역시 공포를 즐기는 괴성이 끊이질 않는다.
다른 쪽에선 국화가 활짝 핀 꽃길 사이로 유모차를 밀고 가는 젊은 부부들이 보인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물들어가는 단풍을 배경으로 서있는 유럽풍 고성(古城)과 풍차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동화 속 세계로 몰아넣는다.
해가 지고 현란한 조명이 하나 둘 불 밝히는 야간엔 젊은 연인들의 가을 밤 추억 만들기가 한창이다. 놀이공원마다 알록달록, 알콩달콩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을 풍경이다.
한동안 놀이기구에 푹 빠지거나 자연 풍광에 취해 놀다보면 배꼽시계의 알람이 여지없이 울린다.'금강산도 식후경(食後景)'.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공원안 매점.식당 등 이곳 저곳을 기웃거린다. 그렇지만 눈이 번쩍 뜨이고 군침이 도는 음식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공원 밖보다 값이 10~20% 비싸다. 아이들에게 먹일 만한 변변한 메뉴가 없다. 주말엔 음식의 맛이나 서비스가 떨어진다." 이용객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러나 "놀이공원마다 알차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숨은 메뉴가 있고, 가족들과 나들이 왔을 때 골라먹는 음식이 있다"고 놀이공원 사람들은 말한다. 값과 맛이 만족스럽다는 건데, 공원마다 찾아다니며 살짝 맛보고 왔다.
♡ 서울 잠실 롯데월드
식사할 땐 놀이기구가 있는 어드벤처 지역을 벗어나 민속식당가 저잣거리로 나온다. 나갈 때 손목 도장만 찍으면 재입장이 된다. 조선시대 장터를 재현한 곳으로, 낮은 돌담과 넓은 평상이 허기진 발길을 끌어당긴다. 50여가지 메뉴가 있는데 값으로는 6천원짜리 꽁보리밥이, 질로는 7천5백원짜리 돌솥비빔밥이 최고다.
그렇다고 꽁보리밥의 질이 낮다는 건 아니다. 보리밥에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비면 배 고프던 옛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매운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겐 자극성이 덜한 낙지 덮밥(7천원)이 먹일 만하다. 저녁시간대에 어른을 모셨다면 주막 주안상 차림(3만원)이 그럴듯하다. 4명이 한잔하기 좋을 정도로 막걸리 2병과 제육보쌈.두부김치.빈대떡 등 안주가 넉넉하게 곁들여진다.
♡ 경기도 과천 서울랜드
'식사까지 확실하게 쏜다'라는 생각이 있다면 동문 옆 '장미의 언덕'이 최고다. 창 밖으로 청계산의 단풍과 서울랜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외줄 로프에 매달려 괴성을 질러대는 스카이엑스 탑승객의 모습까지 즐길 수 있다.
주메뉴는 한우 꽃등심 숯불구이(2만7천원/1백50g)지만 최고 인기메뉴는 샤브샤르르(1만1천원)다. 에피타이저로 호박죽 한그릇을 비우고 나면 샤브샤브 요리가 올라온다. 쇠고기를 겉만 살짝 익힌 로스 편채도 나온다.
잘게 채 썬 양파.깻잎.피망 등 푸짐한 야채를 로스 편육에 얹어 싸먹는 맛이 별미다.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메뉴인데 평일 점심에만 취급하는 것이 아쉽다. 공원에 입장하지 않더라도 식당을 이용할 수 있어 과천지역 직장인들과 주부들이 즐겨 먹는 실속메뉴가 됐다. 저녁이나 공휴일엔 샤브샤르르 대신 쇠고기 국수전골(1만3천원/1인분)이나 버섯 야채 생불고기(1만2천원/2백g)가 무난하다.
♡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를 제외하면 아이들에게 여전히 인기를 모으고 있는 메뉴는 자장면. 풍차 모양을 한 윈드밀 레스토랑은 겉모습과 다르게 양식 대신 중국음식을 취급한다. 자장면을 먹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엄마아빠 손을 끌고 들어오는 곳이다.
이곳의 삼선자장면(5천원)엔 오동통하게 잘 익은 새우가 6개 들어 있다. 오징어.해삼 등 해산물도 듬뿍 들었다. 아이들이 면만 골라먹고 나면 엄마나 아빠가 남은 '알짜'를 골라먹는 모습이 재미나다. 보통 부모들은 '하얀 짬뽕'으로 통하는 팔진탕면(5천5백원)을 찾는다.
팔진탕면은 8가지 이상의 진귀한 해산물을 넣어 보양식으로 즐기던 해물국수. 이곳의 팔진탕면에도 오징어.새우.가리비살.해삼.참소라.홍합.피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과 죽순.표고버섯 등 고급 재료가 눈에 많이 띈다. 국물이 부드럽고 시원해서 좋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다면 정문 옆에 있는 '베네치아'레스토랑의 조식 뷔페(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만 운영)를 가보자. 토스트.스크램블.베이컨.소시지.우유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는데 어른 7천원, 어린이 4천원이다.
♡ 경기도 용인 민속촌
뭐니 뭐니해도 장터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 초가집 앞마당에 차양을 만들고 그 아래 널따랗게 평상을 펼쳤다. 즉석에서 김치전을 부쳐대고 국밥을 말아낸다. 동동주 사발도 빠지지 않는다. 떡메치는 소리도 요란하다. 영락없이 시골 잔칫집이다.
메뉴는 30여가지. 그중에 으뜸은 민속촌 양조장에서 찹쌀로 직접 빚은 동동주다. 알콜도수는 11도지만 달착지근한 맛이 입에 착착 감겨서 과음하기 쉽다. 허리춤을 잘못 풀렀다간 앉은뱅이(취해서 못 일어난다는 뜻)가 되기 십상이다.
사서 가져가려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게는 팔지 않는다. 여차하면 식초가 돼버리는 등 술맛이 쉽게 변하기 때문이다. 값은 8천원. 동동주에 어울리는 안주는 김치전(5천원). 겨울철 땅에 묻어두었던 김장김치를 송송 썰어서 만든다. 순대(8천원)도 내장을 깨끗이 손질해 직접 만든 것인데 속이 촉촉하고 부드럽다. 동동주나 순대는 매일 일정한 양만 팔기 때문에 늦게 가면 맛보기 힘들다.
♡ 대구 우방 타워랜드
평생을 같이 할 만한 이성을 찾았다면 전망대 회전레스토랑 '라비스따'에서 작업(?)할 만하다. 대구 시내가 천천히 돌리는 필름처럼 펼쳐지는데, 특히 오묘한 불빛이 가득한 야경은 젊은 남녀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대구와 경북지역 여성들이 프로포즈를 받고 싶은 최고의 장소로 꼽는다고 한다. 음식은 크게 기대할 수준은 아닌 듯하다. 그중 가격 대비 품질 만족도가 높은 메뉴를 고른다면 월드컵 특선메뉴(3만6천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