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5일
운문댐의 가을
마음이 공허한 날이거나 유난히 감성 지수가 높은 날에는 댐으로 간다. 추석 연휴부터 거의 한 달 가까이 흐리다. 비가 오다 말다 바람이 불다 말다 달님을 본 적이 없다. 하늘은 언제나 회색빛으로 묽은 구름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시골에서 텃밭 농사를 짓다 보니 날씨가 농작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이다. 우리가 먹는 모든 것에 귀함과 고마움을 알게 된다. 대추 말린다고 며칠을 온 집안이 대추 시장처럼 난리통이었다. 건조기가 작아서 대추 말리는 일이 쉽지가 않았다. 그냥 생대추로 먹자고 졸라도 고집스럽게 건조기를 돌린다. 누나들에게 드리고 싶어서다. 엄마 대신 형제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갸륵해서 집안이 너저분하고 냄새가 나고 정신이 없어도 참았다.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지도 걱정이다. 이번 달에 전기세가 20만 원 나왔다. '차라리 대추를 사 먹고 말지' 하는 속 좁은 생각도 들었다.
이래저래 그 많은 사과대추를 대추 빵처럼 반질반질하게 잘 건조했다. 대단하다는 생각에 등을 다독여주었다. 누나들에게 주면 기특해서 좋아하실 것이다.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어떤 것이든 수확하면 곁에 사는 누나에게 갖다드린다. 어머님이 형제끼리 우애 있는 것이 최고라고 언제나 말씀하신다. 욕심내지 않고 나누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다.
어머님을 잠시 뵙고 운문댐으로 갔다. 아직은 가을을 실감하기 이르지만 깊이 가을이 들어온 기운이 느껴진다. 은행나무에서도 벚나무에서도 가을 냄새가 난다. 경주에서 중요한 국제회의가 있는데 한국의 가을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아름다운 단풍을 기대한다.
운문호는 언제나 그대로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세련된 풍경을 선물한다. 어둠이 일찍 찾아들어 근처 운문사는 다음으로 미루었다. 운문호의 기운을 받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