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꽃씨를 받은적이 있습니다.
채송화, 분꽃, 나팔꽃, 봉숭아, 맨드라미
저마다 씨앗의 모양이 다릅니다.
복주머니 같이 보이는 씨앗을 심고 두달쯤 지나면
오후에 저녁무렵 꽃이 피던 분꽃.
원형을 오분의 일로 자른 것 같이 생긴 씨앗을 심고 줄을 옆에 놓아두면
줄을 타고 빨랫줄까지 올라가서 칭칭 감기던 나팔꽃.
들깨보다 작은 들깨 비슷한 씨를 부렸는데 귀처럼 생긴 꽃이 피고 손톱에 꽃물을 들여 친구들에게 보여주던 봉숭아 꽃.
작은 점같이 생긴 씨앗을 뿌려주면 키가 작아 무릎을 굽히고 보아야 하는 곱고 이쁜 채송화 꽃.
그렇게 작은 점같은 꽃씨가 나중엔 닭벼슬같이 생긴 꽃을 피우던 맨드라미 꽃.
그 시절엔 어째서 서양에서 들어온 꽃이 좋아보였는지 모릅니다.
제가 화려한 튜립이나 장미같은 꽃을 보다가
괜히 우리집 마당에 핀 꽃을 시시하게 여긴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제가 이러한 순박한 꽃을 더 좋아 합니다.
꽃을 심어 지나는 길손을 즐겁게 해주면
다음세상에서는 미모를 가진 얼굴로 태어나거나
아니면 후손이 아름답게 태어난다는 설이 있습니다.
시골의 담장가에 피어 있는
분꽃 봉숭아 나팔꽃 맨드라미들이 무리지어 있으면
꽃을 심은 분에게
저는 덕담을 건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