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년의 여자 분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분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였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머리가 복잡하고 서툴렀습니다.
음식 메뉴를 외우고 주문을 받는 일이 보통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출근 사흘 째 되는 날입니다.
결국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중년 남자 손님이 주문한 메뉴를 다른 걸로 잘못 전달한 것입니다. 엉뚱한 음식을 갖다 드린 거지요.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손님에게 정중히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주문하신 메뉴로 다시 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그 중년의 남자분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는 겁니다.
지금 나온 메뉴로 그냥 달라는 겁니다.
손님이 식사하는 동안 마음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드디어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다시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멋진 중년의 남자분이 이러는 것이었습니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그 동안 먹어 보지 못한 음식을 맛보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처음 먹는 음식이지만 맛이 좋아서 이제부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음식을 맛보게 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으와아! 그날 하루 종일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멋진 신사가 꽃보다 아름다웠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청년이 시계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기차 시간을 깜빡했다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어쩌지요?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값을 치루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부부가 나섰습니다.
“그 음식 우리가 먹고 돈을 낼테니 얼른 기차 타러 가세요.”
으와아! 청년은 고개가 떨어져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기차역으로 달려갔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을텐데, 안타까운 청년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은, 정말 꽃보다 아름다웠습니다.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란 걸 알 것 같습니다.
미국은 미식축구가 인기입니다.
미식축구는 공을 잡고 달려서 터치해야 이기는 시합입니다. 헬멧을 쓰고 보호 장비를 입고 달리는 선수들을 보면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서로 부딪히고, 박치기하고 사정없이 잡아당기고 붙잡고 늘어지고 정말 과격한 운동 경기입니다.
그렇게 방해하는 상대방 선수를 밀치고 뚫고 달리는 운동시합입니다. 정말 짜릿 짜릿합니다.
그런데 유능한 코치는 선수들을 코칭할 때, 달리는 법부터 강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라고 가르친다고 합니다.
부딪히는 법부터 배워라.
달리는 시합인데, 아닙니다. 수없이 넘어집니다.
헬멧에 부딪히고 태클 들어오고, 인정사정없이 내동댕이쳐집니다.
그러니 넘어질 때 잘못 넘어지면 부러지고 터지고 깨집니다. 그러면 거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달리는 것을 훈련하는 게 먼저가 아닙니다. 어떻게 넘어져야 다치지 않는가?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법부터 훈련하라,
이게 유능한 코치들의 가르침이라고 합니다.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을 훈련하라. 넘어졌다가 빨리 일어서는 법을 훈련하라.”
운동회를 하면 아이들이 달리기를 합니다.
그러다 넘어져요. 그런데 어떤 아이는 넘어져서 그냥 울어요. 누가 일으켜 줄 때까지 울어요.
넘어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의 마음이 속상합니다.
그런데 어떤 아이는 벌떡 일어나서 다시 달려요.
그래서 흐뭇하잖아요.
넘어지는 법을 터득했어요.
그 아이가 싹수가 있어요.
아이들에게 정말 가르쳐야할 것이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넘어졌다가 얼른 일어 서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면 인생을 얼마나 괜찮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달리는 게 먼저가 아니라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게 먼저입니다. 잘 넘어지고 잘 일어 납시다!
첫댓글 잘 넘어지고 잘 일어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