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감각/김광섭
여명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런 빛은
장마에 황야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고향에서는 새벽닭 우는 소리가 자명종이었습니다.
전깃불이 없던 고향에서는 밤과 낮이 분명했습니다.
요즈음 닭은 밤을 낮으로 착각하며 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울어야 하는 때를 모릅니다.
새벽을 깨우는 수탉과
대문을 열어 놓아도 안심이 되는
든든한 보초병 "죵"이라는 강아지가 있던 고향.
김광섭 시인이 일주일 동안의 혼수상태에 빠진 적이 있어 생사의 갈림길을 경험하고 쓴 시라고 합니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닭이 울고, 개가 짖고, 사람이 오고 가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박한지를 알게 합니다.
여름 뜨거운 태양아래 생명력일 잃지 않고 아름답게 피는 채송화처럼 삶의 끈을 굳게 잡고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을 읽어 봅니다.
오늘도
뜨겁고, 검고, 쓴 보약(커피) 한 사발 마시며 업무를 시작합니다.
=적토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