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05년 정세전망 II
2005년 교육,
영리산업화와 불평등의 대물림 기제로
- 교육, 2005년을 돌아본다 -
이철호 / 범국민교육연대 사무처장
1. 2005년 한국 사회 교육 현실
2005년 세밑의 풍경이 어둡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황우석 파문’은 학계, 정·관계, 언론계의 천박한 경쟁문화를 일순간에 폭로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두 농민이 목숨을 잃는 군부독재시절에나 있을법한 일이 노무현정부에서 일어났다. ‘책임자 파면과 농업회생’을 요구하는 촛불이 한 달 넘게 거리를 밝히고 있다.
교육은 다음 세상을 그려가는 현재의 준비이다. 지금의 삶이 차별적이거나 불평등하다면, 사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는 차별과 불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하기에 공교육 체제를 확립하고 교육의 기회와 교육여건에서 차이를 줄여 나가는 것이 대부분 사회의 모습이다. 이런 점에 비춰 볼 때 우리 교육은 심대한 위기에 처해 있다. 교육으로 불평등을 극복하기는커녕 교육으로 인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문제 상황을 인식하는 방향에 따라 다양하게 규정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를 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지식기반 또는 지식정보화사회라며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에게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규정은 양극화일 것이며, 보다 정확하게는 빈곤의 확대 심화이다.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부터 출발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지배하고 대부분의 지역은 자본의 자유가 극대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성장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장의 둔화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성장의 전망이 부재한 데 있다. ‘생산 - 소비 - 재생산’이라는 구조의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붕괴는 빈곤의 확대로부터 오고 빈곤의 확대가 이 붕괴를 가져오고 있다.
더한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빈곤의 심화는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 교육이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취학과 진학 면에서 보면 이미 한국의 학교교육은 대중화 되어있다. 오히려 지나친 학력인플레가 사회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중화된 교육이 진정한 국민의 교육권의 실현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전체 공교육비 중 사부담 비율이 높으며,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이 이루어지는 구조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대비(GDP) 국가 부담 비율이 가장 낮은 반면, 초중등교육의 민간부담률은 OECD국가의 2배, 고등교육은 4배 이상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이 유지되는 근본 원인은 교육의 사사화에 있다. 부실한 공교육을 학습자 개인과 그 가족의 비용에 의해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 교육 활동의 결과는 개인의 성취로만 남겨지고, 이 경쟁의 승리를 위해 가족과 개인은 할 수 있는 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살인적인 경쟁을 벌여 나가고 있다. 다시 말해, 돈 많이 가진 자가 사적인 비용을 투자하여 교육을 통해 부와 권력을 획득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교육은 공공성을 상실한 채 부와 권력을 획득하는 수단이 되어 버렸다. 기득권층은 교육을 통해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 그들만을 위한 선택권의 보장이라는 이름으로 차별적인 교육기관을 설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 모범생인 정부는 경쟁과 효율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이를 정당화하고 있다.
2. 교육 분야 2005년 주요 흐름
시장경쟁 이데올로기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교육에 침투하여 그나마 취약한 공공성을 파괴하고 있음에도 2005년 한국 교육운동 진영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2005년 주요 화두는 교육의 시장화 상품화를 넘어선 교육의 영리산업화 흐름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연두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의 양극화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을 언급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서비스 산업 육성 정책 및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을 통하여 선진경제의 토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치인들이 늘 그렇듯 빈말이나 공염불이 아니어서 2005년 구체적으로 집요하게 추진되었다. 정부는 3월 8일 이해찬 총리 주재 서비스산업 관계장관회의에서 능동적인 교육개방을 통하여 교육의 틀을 국제화하기 위해 우수 외국교육기관 유치 노력을 강화하고, 의료의 영리산업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날 회의의 기조가 우리 사회가 공공성이 너무 강하고, 공공서비스가 산업이라는 의식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는 정부 관료들의 인식이다.
정부와 기득권층은 교육을 무역수지의 차원에서 다루었다. 해외유학생수와 국내에 들어 온 외국인 유학생수를 비교하더니 그들이 지출하는 비용을 무역수지적자 규모를 따졌다. 교육문제를 교육부가 아니라 재경부나 외통부에서 먼저 걱정하고 나선 것이다. 하여 기득권층의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하여 경제자유구역내에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하여 국제학교와 특별한 학교를 설립하려는 정책이 추진되었다. 이 와중에 국내에 외국자본에 의한 특별한 학교를 설립할 경우 얼마나 이윤을 남길 것인가가 교육정책의 핵심 논쟁거리로 등장하였다. 또한 사회 전 구성원에게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필수 서비스인 교육이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을 위한 차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과 같은 교육개방의 수준에서도 진행되었지만, 자립형사립고등학교와 특목고의 확대와 같은 방식으로도 진행되었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확대는 기존의 고교평준화 지역내에 선택이 가능한 특별한 학교를 설립함으로써 고교평준화 체제를 실질적으로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더하여 수준별 이동수업의 확대, 11월에 발표된 영어와 수학과목의 수준별 교과서 편찬, 수준별에 기초한 8차 교육과정 시안발표 등은 학교 차원에서가 아니라 학교 내에서 서열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7차교육과정에서의 수분별 수업은 동일한 교과서로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사가 학습을 진행하면서 문제풀이 과정에서 보충 - 기본 - 심화의 3단계로 점검하는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 의하면 아예 수준에 따라 반편성을 달리하며 다른 교과서로 학습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능력의 차이를 차별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져올 가장 파괴적인 결과는 기대수준이 달라지는 것이며, 그에 따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달리하는 것이다.
전면적인 교육개방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5월 세계무역기구 DDA 협상에 교육부문 2차 양허안을 제출했고, 이어 5월 임시국회에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12월 1일부터 시행됐다. 법에 따르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에 들어서는 외국교육기관은 교지 및 교사를 임차하고, 수익용 기본재산은 보증보험 가입으로 대체해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유일한 성과라면 사립학교법 개정이 그것이다. 물론 교육현장의 구성원들이 원하는 바대로 개정된 것은 아니나 개방형 이사제 도입, 친·인척 이사비율 축소, 교육공무원의 이사진출 제한, 불법행위자의 복귀시한 연장, 이사장의 임기제한 등 사학 부정·비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단초는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를 제외하고 보면 2005년 대학가 풍경은 암울 그 자체였다. 교육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임명되고,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에 ‘대학도 산업이다’라는 지론을 펼침으로써 대학은 시장주의에 기반한 대학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교육부는 사립대학 분쟁조정법안,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고등교육평가에 관한 법률안 등을 연이어 발의하고, 구조개혁특별법, 국립대특수법인화 관련 법안 등을 내부적으로 준비하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으며, 현행법상 가능한 정책은 일사천리로 추진해 들어갔다.
대학 통·폐합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일본과 중국만 보더라도 10여년의 장기간 논의 끝에 추진한 대학 통·폐합을 교육부는 3~6개월 만에 8개 대학을 4개 대학으로 통합 승인했다. 과잉 팽창한 고등교육의 규모가 문제라면 개별 대학의 정원축소를 통해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안 되는 국립대학 수를 줄인 것은 국립대학 민영화 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 수도권 특성화사업 등 각종 차등지원 사업은 대학서열화를 더욱 공고화시켰다. 지역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야할 지방대학은 이제 위기를 넘어 퇴출에 직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사업은 대학특성과 상관없이 산학협력단 설치, 학과 통·폐합, 정원축소 등의 구조조정을 무분별하게 요구함에 따라 대학들은 갖가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올해 교육부는 2차 BK21사업 추진에도 본격 착수했다. 교육부는 지난 7년간 1조 4천억 원이 투입된 1차 BK21사업을 앞두고 황우석 연구팀의 연구를 비롯한 교수논문의 비약적인 증가를 성과로 내세워 BK21사업의 계속 추진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쟁위주·성과위주의 BK21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대응하여 사회 양극화와 교육불평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내걸고 무상교육선언을 시작으로 일부 공세적인 흐름이 있었으나 국민 참여를 이유로 사회양극화해소국민연대로 운동의 방향이 바뀌면서 시들해졌다. 또한 교육운동의 중심축인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사회의 파상공격에 시달려 교육 문제에 전반에 관해 힘 있는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교육부문에는 4개의 연대체가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학교급식법 제정 및 조례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와 사립학교법의 민주적 개정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사안별 연대체로서 급식운동과 사학법 개정과 관련하여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급식 운동은 우리농산물을 이용한 무상직영급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신운동의 경우 상설연대체로서는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와 WTO교육개방저지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범국민교육연대(이하 범교연)이 활동하고 있다.
3. 주요 사안별 진행양상
1) 교육 개방 - 자발적 자유화
교육개방은 크게 두 가지 방면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하나는 국가 간 협상으로 WTO 차원에서의 교육개방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FTA 체결과 관련해서도 교육 분야를 협상 영역으로 하여 진행하고 있다. 또 하나는 협상완료 이전에 먼저 개방 조치를 시행하는 소위 자발적 개방 조치로 이미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이 통과, 시행되기 시작했으며 기업도시와 지역특구에서의 교육개방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양허안을 제출하지 않으면 큰 일 이라도 날 것처럼 야단법석을 떨던 WTO 교육개방은 현재 협상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며 정작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경제특구에서의 교육개방 등 자발적 개방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우수한 외국교육기관은 별로 들어올 의사가 없는 상황이고 개방을 빌미로 교육의 공공성만 크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1) 외국교육기관특별법
2005년 4월 임시국회의 주요 쟁점은 ‘제주국제자유도시 및 경제자유구역내 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 등에 관한 특별법’이었다.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과정에서 정부는 이것이 교육개방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자유화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하기에, 범국민교육연대를 비롯한 교육단체들은 이것이 실질적인 초중등교육의 개방의 시작이라며 강력한 대응을 통해 이를 저지하고자 했다.
이 특별법은 경제자유구역법을 모법으로 하고 있으며, WTO협상과는 별개로 대학에서 초중등까지 외국교육기관설립을 전면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을 위해서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학교가 44개나 버젓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학교들은 외국의학생들이 외국의 교육과정으로 외국의 학력을 인정받는 학교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외국인투자자 자녀들을 위해 외국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외국인 투자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라면 애초부터 내국인 입학비율이나 한국 학력 인정 등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이 번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하여, 정보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싱가포르와 상해가 초중등 교육을 개방하고 있으며, 외국인학교에 내국인입학을 허용한다는 것을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았던 재정경제부와 교육부의 주장은 2005년 4월 국회 교육위원들의 현지 방문으로 허위임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이에 대한 범국민교육연대의 공개질의에 대해 교육부는 “일부 자료 중에는 내국인 입학이 전반적으로 허용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포함된 것이 사실이나, 사실을 왜곡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교육부 스스로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허위 정보를 제공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4월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외국인학교 공청회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외국인들은 자국민 교육을 위한 외국인학교에 한국인들이 많이 다니게 되는 것은 교육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국제자유도시에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기준, 내국인학생비율, 학력인정 방안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 시행령(안)」을 2005. 10. 11 입법예고했다. 이는 2005년 4월 임시국회를 통과하여 5월 31일 제정·공포된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특별법(이하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시행령을 위임 받은 교육인적자원부가 그간 준비해 온 시행령을 발표한 것이다.
그 주요한 내용을 보면, 내국인학생 입학비율 문제는 재학생수의 10% 이내로 제한하지만, 설립초기(개교 후 5년 이내)에는 재학생수의 30%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국민공통 기본과정(1학년~10학년) 교과 중 국어, 사회(국사포함)(초등 1~2학년은 국어, 바른생활)를 포함하여 최소 2개 교과 이상을 주당 각 2시간 이상을 내국인 학생이 이수하면, 한국의 학력을 인정해 주도록 하고 있다. 더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교지 및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여 외국학교법인이 설립·운영하는 공영형 외국교육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가 자국의 교육 전반을 부정하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일주일에 4시간만 한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한국의 학력을 인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가 스스로 편성한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정부가 부정하고 나선 셈이다.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의 내용을 보면, 외국교육기관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의 국민공통 기본과정(1학년~10학년) 교과 중 국어, 사회(국사포함)를 포함하여 2개 교과 이상을 주당 각 2시간 이상 이수한 내국인 학생에 대하여 초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와 동등의 학력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도록 하였다.
이 규정에 따르면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 아닌 고등학교 2, 3학년의 경우 한국의 교육과정과 전혀 무관하게 운영된다 하더라도 한국의 학력을 인정받는 어처구니없는 결과가 나온다. 다시 말해 고등학교 3년 동안 단지 1년간 주당 4시간의 교육만으로 한국의 학력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한 나라의 교육과정이 형편없이 편성되어 있어 배울 가치가 없다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문제는 이런 특별한 차별적인 특혜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 지는가. 학생 선발, 등록금 책정, 교육과정 편성 등 모든 권한이 학교장에 있다. 정확하게 말해 외국법인에 있다. 외국법인은 자신들의 이윤을 남기기에 적합한 이들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국내 상위권 대학에 특혜를 받으면서 진학하기 위해서, 혹은 외국 유학의 중간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돈 있는 자들의 학력과 권력의 세습을 위한 기능을 할 수 밖에 없다.
(2) WTO 교육개방 양허안
WTO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문제가 쟁점이 되었을 때 교육부는 교육개방 찬반과 상관없이 교육개방양허안 제출이 WTO 회원국의 의무로서 불가피하며 대다수의 나라가 양허안을 제출하는 것처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였다. 뿐만 아니라 마치 제조업 등 다른 분야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교육분야를 개방해야 하는 것처럼 이미지화 하였다. 이런 왜곡된 정보 유포로 대다수 국민들로 하여금 교육개방을 좋던 싫던 대세로 받아들이도록 하였고 세계적 조류로서 긍정적으로 느끼도록 하였다. 그러나 2003년 3월 31일 1차 양허안 제출 뚜껑을 열고 보니 교육분야를 양허안 나라는 고작 11개국에 불과하였다. 실제로는 교육분야를 개방하고 안하고는 각 나라의 선택 사항이었고 DDA 양허안 제출 자체도 의무 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2003년 칸쿤 WTO 각료회의 결렬로 교착상태를 보이던 DDA 협상은 2004년 7월 패키지 타결로 상황이 급변하였다. 이 패키지 협상의 결과로 2005년 5월까지 2차 양허안을 제출하고, DDA 협상 시한을 2005년 12월 홍콩에서 개최되는 6차 각료회의까지 연장하게 되었다.
서비스협상은 시청각서비스 등 문화산업, 의료, 교육, 상 · 하수도를 포함한 환경, 에너지, 철도·체신·통신 등의 공공사업을 협상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미 2002년 6월부터 각국은 다른 회원국들을 상대로 시장 개방요청 내용을 담은 양허요청안을 제출하였다. 미국, EC, 일본, 캐나다, 중국 등 24개 주요 교역 상대국도 우리나라에 양허요청서를 제출하여 미개방 분야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의 대폭적인 양허를 요청하였으며, 한국정부도 36개국에 대해 12개 서비스 전 분야에 걸쳐 양허를 요청하였다.
우리가 제출한 1차 양허안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다행히 시청각(영화상영 · 라디오 · TV · 방송 등), 보건의료, 뉴스 제공업 등은 아직 양허를 하지 않고 있으나, 법률 교육 국제배달 등 26개 업종을 새로이 양허하여 총155개 세부업종 중 104개 업종을 양허하고 있다.
1차 양허안 제출 이후 분야별로 각국 주요 요구사항이 강하게 밀려들어오고 있다. 미국 등은 스크린쿼터, 방송프로그램 쿼터 등 수량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외국 통신사는 뉴스의 국내 직배 허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일부 영어 수출 국가는 초·중등교육을 전면 개방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의료는 외국병원의 설립과 한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 진출을 요청하고 있으며, 에너지 분야는 발전업, 송전업, 배전업, 판매업에 대한 독점권 해체와 외국인 지분 제한의 완화 또는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5년 5월 31일 2차 수정 양허안을 제출했다. <표1>은 1차와 2차 양허안의 주요 내용과 변경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표1> 제1차 양허안과 제2차 양허안의 주요 내용 및 변경 사항
2005년 12월 홍콩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하여 한국의 투쟁단은 위력적인 투쟁을 전개하였다. 특히 공공연맹, 전교조, 범국민교육연대 등은 서비스협상저지 공동실천단을 구성하여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저지하기 위한 실천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각료회의 결과 2006년 4월 30일까지 농업 및 공업분야 관세와 보조금을 감축하는 계수를 정하기로 하였으며, 서비스협정은 다자간협상 등 새로운 협상 전술이 채택되어 향후 협상이 진전될 많은 여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서비스 협정의 경우, 향후 협사 일정이 2006년 2월까지 복수적 양허요청서, 2006년 7월까지 2차 수정양허안, 2006년 10월까지 최종양허안 제출 일정이 합의되었다. 이 일정대로라면 2006년은 일년 내내 교육개방 양허안 제출 저지 싸움에 집중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경우 프렌즈 그룹 활동 등을 통해 WTO DDA 타결에 적극적이므로 지속적인 국내 투쟁이 필요하다.
(3) 자발적 자유화 종합세트, 제주특별자치도
정부는 2005년 5월 20일, 소득의 양극화 등 소비환경 변화로 서비스 분야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고 제주도를 자치입법, 자치재정, 자치조직 및 인사 등 자치행정 전 분야에 걸쳐 파격적인 자치권을 갖는 “자치 파라다이스”로 육성하며 이상적 자유 시장 경제모델을 구축함으로써 동북아의 친환경적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겠다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 구상을 확정 발표하였다.
이는 일명 홍가포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추진되었는데, 9월 21일 제주도는 안을 확정지어 정부에 제출하였고, 정부는 10월 14일 정부안 확정하였으며, 3주 후인 11월 4일 입법 예고된 후에 비민주적인 공청회를 거쳐 11월 21일에 일사천리로 국무회의를 통과하였다. 국회 행자위는 2005년 12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제주도 행정체제 특별법안, 지방자치법개정안 일부개정안,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안 등 특별법 관련 3개 법안을 법안심사 소위가 상정한 수정안대로 10분만에 통과시켰다.
이후 제주관련 3법 중 제주특별자치도법은 2006년 2월에 심의 처리하고, 나머지 2개의 법은 12월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다행히 행자위 심의를 통하여 이전 원안에서 교육부분이 일정부분 수용되어 파괴적인 결과는 막았으나 제주특별자치도 관련 내용은 공교육 포기이자 교육전면 개방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규제완화 등을 통하여 사람·상품·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기업 활동의 편의가 최대한 보장되는 “이상적 자유시장 경제 모델”을 구축한다. 이를 위하여 모든 규제를 네가티브 시스템(Negative System)으로 전환하고 법제·관행·문화 등 각종 제도에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지향한다. 장기적으로는 무비자, 면세, 무규제, 영어공용(No Visa, Duty Free, Zero Regulation, With English)을 지향하여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 건설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초중등교육 전면 개방의 내용을 담고 있다. 초중등과정 외국 교육기관 설립을 허용하고 내국인 입학 비율을 조례로 정할 수 있게 위임하여 경제자유구역 수준 이상으로 개방한다. 국제학교, 자립형 사립고 등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에게만 문을 여는 학교를 설립하는 내용이다.
또한 의료의 경우 외국은 물론 국내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진입 규제를 완화하며, 외국병원의 내국인 진료허용으로 해외 의료기관 유치 촉진한다. 제주를 의료관광(Medical Tourism)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자치를 확대한다는 명분으로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해 필수규제항목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나 의료와 교육 등 필수사회서비스 부문을 산업화, 시장화하려는 계획은 제주특별자치도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책관철의 초석으로 삼으려는 중앙정부의 의도가 관철되고 있다. 이는 투기자본의 자유로운 활동보장으로 인한 지역경제의 붕괴와 공공인프라를 비롯해 기본적인 복지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제주에만 이런 특별한 상황이 지속될 리가 만무하다. 당연히 전국적 차원으로 확대될 것임이며, 포스트 아펙 대책, 평택 미군기지 이전 등 정책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선물보따리를 정부는 마련해야 할 판이다.
경제자유구역법, 기업도시법에 이어 제주특별자치도법은 특수구역에 대한 신자유주의 규제철폐와 공공성 포기 정책을 더욱 전면화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각각의 경제자유구역, 기업도시, 특별자치도에서 의료, 교육 등 공공성의 포기가 결국은 전국적 범위에서 의료, 교육의 공공성 포기로 이어질 것이다. 현재 사교육이 판을 치고, 영리형 민간건강보험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자치특별도의 시행은 결과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의료, 사교육 주도의 신자유주의 파편화와 경쟁시대의 전면화로 이어질 것이 틀림없다.
2) 교원평가: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2005년 교육계 최대 현안은 교원평가였다. 실제로 11월 26일 전교조의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위원장은 교원평가 저지 투쟁 과정에서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하였다. 사업 집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위원장이 사퇴한 것은 전교조 역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교원평가의 진행양상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2004년 진행된 전교조 위원장 선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국민에게 박수 받는 전교조가 되겠다며 출범한 이수일 집행부는 출발부터 교원평가 저지 목표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이러한 인식은 1년 내내 교원평가 저지 투쟁과 관련된 사업에 지독한 혼선과 갈등을 초래하였고 전교조는 교원평가 저지 투쟁을 위한 끊임없는 내부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전교조는 일년에 다섯 번의 대의원대회를 치르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교육부는 올해 초, 연내 시범실시를 거쳐 2006년도 상반기 교원평가 법제화라는 일정을 제시하면서 교원평가 도입을 구체화하였다. 그러나 2월에 열린 제42차 대의원대회에 집행부가 제출한 2005년 중심사업에 교원평가 저지 투쟁을 배치하지 않았다. 이에 대의원들은 ‘교원구조조정저지와 공교육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을 구성하자는 수정동의안을 제출하였고, 가결되었다.
교육부는 3-4월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교원평가 시범실시를 발표하였고, 5월 3일 교원평가 공청회를 하루 앞둔 5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6월 시범실시 강행을 다시 한번 공식 천명하였다. 이에 5월 3일 공청회는 전교조, 한교조, 교총의 불참과, 현장 교사들의 피켓 시위로 진행되지 못하였고 공청회 피켓 시위는 언론의 집중 주목을 받으며 교원평가 찬반논란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수일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교조가 교원평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 밝혀 투쟁 목표에 대한 조합 내 불신을 가중시켰다. 이에 전국대의원 217명은 5월 43차 대대 소집을 요구하여, 교원평가 저지를 위해 연가투쟁을 포함한 총력투쟁의 전개를 결의하였다.
이어 전교조는 연가투쟁 포함 총력투쟁 선포와 더불어 진행된 교원평가 반대 교사 서명에 전국적으로 25만명(교원은 약 35만명)이 참여하는 등 교원평가 저지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5월말부터 교육부와 물밑 접촉에 들어갔으며, 결국 6.25 최대 규모 집회를 앞둔 시점인 20일과 24일 교육부와의 합의를 발표함으로써 끓어오르던 투쟁 열기를 일거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6.20합의와 6.24합의의 승인여부를 묻는 44차 7. 14 대대는 43차 대대에서 결정된 연가투쟁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중단시키고, 이를 대신할 전술인 ‘협의체’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자리였다. 이미 사회적 합의로 발표된 협의체를 부결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 7월 중순 방학을 앞둔 시점에서 총력투쟁을 전개할 수 없는 조건 속에서 결국 협의체 전술을 핵심으로 한 6.20-6.24 합의는 승인되고 말았다.
그러나 교육부와 교원단체간의 양자간 협상이 아니라 학부모단체, 시민단체가 참여한 다자간 협상 구도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으며, 협의체는 교원평가 합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였으며 실제 그렇게 작동하였다.
하반기 투쟁을 위한 9월 45차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는 ‘합의 파기 시 교원평가 저지 총력투쟁을 전개’한다는 사업안을 제출하고, 즉각적인 선봉대 투쟁과 더불어 조합원투표를 통한 총력투쟁 전개를 배치하였다. 11월 전국적인 이수일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의 배경이 된 조합원 총의 훼손과 관련한 사업은 이렇게 스스로 제출한 사업안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후 협의체는 공전하다가 10월 24일 다시 재개되었고 전교조 실무협상팀은 교원평가 조건부 수용(근평 개선을 전제로 한 교원평가 수용)이라는 위험한 합의를 시도하였다. 그러나 11월 4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이 내용을 부결시킴으로써 일단 교육부와의 합의는 결렬되었고 교육부는 7일 전격적으로 교원평가 시범실시, 2006년도 법제화를 다시 천명하기에 이른다. 이에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11월 12일 연가투쟁을 결정한다.
그러나 이수일위원장은 조합원 총의로 결정된 연가투쟁을 반나절 앞두고 전격 ‘연기(사실상 철회)’함으로써 조직 내부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하였다. 이수일위원장의 연가투쟁 철회는, 과연 조합원 총의를 뒤집을 수 있는가 하는 조직 내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전국적으로 위원장 사퇴 압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후 위험한 합의 시도 소식은 다시 한 번 대의원들의 대대 소집 요구로 이어졌으며, 전국대의원 210명은 ‘협상 중단, 교원평가 저지 목표 재확인’을 위한 전국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하였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11월 26일 대의원대회는 조직 내 민주주의를 훼손한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불신임)보다는 교원평가 저지 투쟁의 목표와 기조에 관한 것으로 진행되었다. 따라서 26일 당일 위원장 불신임안은 제출되지 않았으며, 2가지 안건(위원장안과 대의원발의안)이 제출되었다. 전교조 역사상 처음으로 중집을 거치지 않은 안건이 위원장안(교원평가 조건부 수용)으로 제출되었고, 대의원 19명이 발의한 대의원발의안(교원평가 저지 목표 재확인)과 함께 병렬심의에 들어가게 되었다.
위원장안의 핵심은 ‘근평 개선을 전제로 한 교원평가 조건부 수용론’이었으며 그 대신 몇 가지 현안에 대하여 교육부와 진전된 교섭안을 확보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대 당일 위원장은 더 진전된 협상안을 내놓지 못하였다. 더구나 토론 과정에서 위원장의 교원평가 사실상 수용에 대한 입장이 드러나고 말았다. 결국, 위원장이 직접 위원장안의 승인 여부는 자신의 불신임을 명확히 했음에도, 승인받지 못함으로써 자진사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 전국은 48개교 교원평가 시범실시에 들어가 있으며, 2006년 3월엔 68개교가 추가로 시범실시에 들어간다. 그리고 상반기 법제화를 거쳐 하반기 전면화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이 교육부의 흔들림 없는 계획이다. 또한 부적격교원대책이라는 미명 하에 질병교사 퇴출, 교원영구퇴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3) 고교평준화
우리 사회의 교육정책 가운데 고교 평준화 정책만큼 지속적인 논란을 가지고 있는 정책도 흔하지 않다. 기득권층을 포함한 한 쪽에서는 학력저하나 교육 획일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없이 가하고 있다. 나아가서 입시경쟁 교육이 가지는 문제, 대학서열체제로 인한 문제 등을 의도적으로 평준화로 인해 나타난 문제인양 왜곡하며, 평준화의 전면 해체나 또는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고교 평준화는 불완전하게 시행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실시되고 있지도 않으며, 실질적인 내용도 갖추지 못한 채 단지 일부 지역에서 선발 방식의 변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표2>는 평준화 적용지역을 정리한 것이다.
<표2> 평준화 적용지역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 평준화는 서열화된 고교 체제로 인해 심각한 사회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던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폐지함으로서 중학교육을 정상화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이 가능하게 했다. 나아가 평준화 지역과 비평준화 지역의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를 보면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더 높다는 실증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OECD국가가 치르는 PISA 결과를 놓고 보아도 기대효과의 증대로 인한 학력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기존의 평준화 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으나 평준화 지역 내에 국제학교나 자립형 사립고, 특목고를 확대함으로서 평준화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1) 고교평준화 운동의 전개
전교조 강원지부를 비롯한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는 2005년 112일 째 철야 농성, 상임대표의 28일간 단식, 민병희·안종원 교육위원의 13일간 단식, 그리고 학부모들의 단식과 300여명이 넘는 현장교사들의 이틀에서 일주일간의 릴레이 단식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강원도교육청(한장수 교육감)은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다수가 원하는 지역부터 평준화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임기가 다 되가는 지금까지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강원 지역은 전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이다. 평준화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는 춘천 원주 강릉의 세 곳을 거점으로 집회와 농성을 전개하였으며, 인제, 속초, 고성, 양양, 삼척, 동해, 평창, 영월, 정선, 홍천, 양구, 태백 등 강원도 전 지역의 학교를 순회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강원만이 아니다. 현재 평준화 운동을 준비하고 있거나 시작한 지역은 충남 천안, 경기 의정부, 광명, 안산, 용인이 지역단체를 구성하였다.
(2)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시범실시 평가
신자유주의 공세는 경쟁과 효율의 이데올로기를 시장을 넘어서 사회 전 영역에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 위세는 교육부문 또한 거세게 몰아닥쳐 능력에 따라 다른 교육기회의 제공, 수월성을 위한 차별적인 프로그램, 수요자의 선택권 등을 이유로 특별한 학교의 설립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1995년부터 시작된 일련의 신자유주의 공세의 결과 평준화 정책의 보완이라는 미명으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가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현재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는 민족사관고등학교, 포항제철고등학교, 광양제철고등학교, 현대 청운고, 해운대고, 상산고 등 6개의 학교 시범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그간의 시범운영 결과를 평가하여 자사고를 법제화 할 것인지 아니며 폐지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자립형사립고는 지정 조건을 준수해야 하는 데 주요 내용은 학생선발 과정에서 국영수 위주 지필고사를 불허하며 소질. 적성 및 창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하고 특성화된 입학 전형 실시한다. 법인은 학생 납입금 대비 8:2이상 반드시 부담한다. 학생의 납입금은 지역 일반고교 기준의 3배 이내에서 책정한다. 저소득층의 진학기회 확대를 위해 학생 15%이상에게 전액장학금을 의무적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정부는 평가를 진행하면서 평가위촉기관과 평가단 구성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이에 문제를 제기한 교육단체들에 대하여 객관성과 전문성을 들어 시정요구를 묵살하였다. 이번 평가 위탁기관은 한국교육개발원이다. 그런데 한국교육개발원은 자사고에 대해서 일관되게 찬성하는 입장의 연구물을 생산해 왔다. 무엇보다도 평가단 구성에 있어서 현장교사들은 한명도 평가단에 위촉되지 않았으며, 7명 중에 중등교육 현장 관련자는 관리자(교장, 교감) 2명에 불과하다. 정부는 현장방문 평가를 진행하고 난후 전반적인 틀에서 정책방향을 결정하여 교육부에 건의하는 자문협의회의 상을 가지는 제도협의회를 통하여 자사고 법제화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시범실시 평가 결과 자사고는 애초에 도입한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저소득층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귀족학교였으며, 학교의 건학이념에 따른 독자적인 교육과정은 공염불이었으며 철저하게 입시 위주의 교육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여 제도협의회는 정부의 입맛에 맞게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에서 자사고를 법제화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렸으며, 시범실시만 2년을 더 연장하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교육부는 언론을 통해 자사고를 20여개까지 확대하겠다는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4) 무상교육운동
민주노동당은 총선 당시 공약의 핵심으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제기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토대로 부유세를 도입하고자 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무상교육은 감감 무소식이더니 2005년 상반기 들어 민주노총 · 전농 · 민주노동당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위한 선언과 함께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무상교육운동은 새로운 운동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노·농·당 등 기층 민중 운동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의제로 전환되었다. 민주언론시민운동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함께하는시민행동, 한국 YMCA 전국연맹, 전국민중연대,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이 제안자가 되어 ‘사회양극화 해소 국민연대’를 결성하고 이 단체를 통해 무상교육 운동이 전개되었다.
사회양극화해소 국민연대 결성 제안문을 보면 부문별 개혁추진의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사회적 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공동의 경제사회 개혁의제를 도출하는 한편, 다수 국민의 삶의 물질적, 사회적 기반의 붕괴와 해체를 가져오는 정치적, 정책적 흐름을 바꾸기 위한 국민적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여 그 출발점으로 준비단체 일동은 전 노동·민중·시민사회 단체와 우리 사회의 뜻있는 각계각층에 ‘(가칭)사회양극화 해소 국민연대’의 구성을 제안하며, 당면 정기국회에서부터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및 예산확보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을 호소하고 있다. 양극화, 빈곤의 확대, 비정규직 노동의 문제를 예산확보 차원에서 해결한다고 나선 것이다.
구체적으로 의제에 들어가 보면 사회양극화라는 과제아래 비정규 노동 등 계급 불평등의 문제를 ‘양극화 해소’와 ‘사회통합’,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민적 연대운동이라는 방식으로 제출하고 있다. 그리고 무상교육은 세부 의제의 하나로 설정되었다.
특히 무상교육의 내용을 보면, 우선 과제는 만 5세아 무상 교육, 국공립 유아 교육시설 확대,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초등학교 무상급식 실현 및 학습준비물 지원 등으로 제안되어 있고, 중기 과제로는 고등학교 수업료 및 학교운영지원비 폐지, 적정 교원수 OECD 기준으로 추가 증원이며 장기과제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마련과 사립대학의 법정 재단 전입금 및 부담금 강화로 되어 있다.
결국 무상교육 운동은 교육여건 개선운동이나 교육재정 확보운동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본경로는 대중 투쟁이 아니라 의회를 상대로 한 로비가 될 것이다. 의회를 상대로 한 국회 회기내 투쟁으로, 예산확보 투쟁으로. 차별과 불평등의 대물림 고리를 끊어내고 교육의 평등성을 쟁취를 통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무상교육운동이 본질은 사라지고 부수적인 껍데기만 몇 조각 남겨 놓은 채 침몰해 가고 있다.
5) 사립학교법 개정
1년여 넘게 국회에 계류되었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김원기 국회의장의 수정안 제안으로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2월 9일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16대 국회에서 사립학교법이 발의된 지 5년, 1990년 사립학교법이 개악된 뒤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사학법을 개정시키기 위해 단식농성, 지구당 사무실 점거, 시위, 집회, 온나라 걷기, 삭발, 천막노숙농성, 서명 등 교육주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이번 개정은 지난 90년 사학법인연합회의 로비 등으로 사립학교법이 개악된 이래 15년 만에 민주적 개정을 이룬 것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이사의 1/4 이상을 개방형 이사로 선임해야하며, 이사장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및 그 배우자는 학교의 장이 될 수 없다. 또한 대학평의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고, 비리로 임원취임승인취소를 받은 자의 복귀시한은 기존의 2년에서 5년으로 연장되었다. 이번 개정안은 12월 27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0일 공포되며, 2006년 7월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12월 2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개정 사립학교법 공포안을 의결한 뒤 30일 공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12월 16일 ‘사립학교법시행령개정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활동에 들어갔다. 위원회는 종교계,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추천 받은 인사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한편 법안 통과 저지에 실패한 한나라당은 곧바로 장외투쟁으로 돌입해 국회 등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고, 사학 법인들은 신입생 입학 거부의사를 밝히고, 헌법 소원을 제기한 상태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사학법 개정에 동의한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자존심도 버리고 제1 야당 한나라당은 국회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길거리로 나섰다. 자칭 교육자라는 사학재단은 최소한의 교육자로서의 마지막 양심까지 버리고 학교 폐교와 신입생 모집 중지를 선언했다. 이런 협박도 모자라 그들의 전매특허인 구시대적 색깔론을 또 다시 들고 나오고 있다. 사학법은 좌경 교사들에 의한 학교 장악 음모이며 사유재산제 침해이고 자유민주주의 부정이며 시장경제체제를 위협하는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떠들어 대고 있다.
또한, 사립대학과 사립 중·고교, 종교계 학원, 사학법인 이사장 등 15명은 12월 28일 개정 사립학교법의 위헌여부를 가려달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냈다. 이들은 △개정 사학법 중 개방형 이사 △임원 취임승임 취소 및 임원집행정지 △감사 선임 △이사장, 친인척 겸직 및 임명제한 △임시이사 △대학평의원회 등 9개 조항에 대한 위헌 판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사학법인에 대해서만 개방형 이사를 강제하는 것은 학교법인에 대한 합리적 근거없는 차별로서, 배분의 정의에 입각한 상대적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립학교는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교육에서 사학의 비중이 지대하여 중학교의 23%, 고등학교의 45%, 대학의 85%가 사학이다. 나아가 중·고등학교는 운영비의 98%를 국민이 부담하고 있으며 법인전입금은 2%에 불과하고, 그나마 의료보험, 연금 등 법정부담금을 내지 못하는 학교가 93.1%에 이르고 있다.
그럼에도 사립학교의 53%가 친·인척 이사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체사학의 17.4%가 이사장의 친·인척을 학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학비리를 근절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이번 개정에 개방이사 제도 도입, 친·인척 임용 제한, 예·결산의 공개 등이 포함되어 있다.
개방이사제 도입으로 전교조에게 학교를 넘겨준다는 주장은 어처구니없다. 학운위의 교원 참여비율은 30~40%이고, 전체 교원 중 전교조 교사가 22% 수준(사립 12%)이므로 현실적으로 이사7인 중 1명도 참여하기 어렵다. 설혹, 1명의 개방이사가 참여하더라도 이사회는 다수결로 운영되므로 사학법인 운영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없다.
6) 대학입시제도
어느 해인들 그러지 않은 해가 없었지만 2004년과 2005년을 지나는 동안 대학입시제도와 관련된 파동은 심각했다. 2004년에는 ‘2008년 대학입시제도’ 마련 과정 중에 고교등급제 파동, 대학별고사 파문, 수능부정사건 등으로 논란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정부의 입시안이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발표가 지연되었다는 것이 그 하나요, 이 과정에 입시제도의 변화로 인한 이익의 문제가 개인이 아니라 계층 간의 갈등으로 전면화된 것이다. 하기에 입시제도 개선에 관한 논쟁도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교육부는 자신들이 2002년에 마련한 기본안을 골격으로 하여 약간의 손질만으로 개선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에 반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입시절차의 변경이 아니라 공교육정상화와 대학의 교육과 학문을 발전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정상화라는 그럴 듯한 포장을 씌운 채 사교육비 경감방안 제 1탄인 EBS 방송과외에 이어 사교육비 경감방안 제 2탄인 ‘2008년도 대학입시제도’를 강행함으로써 2005년으로 이어지는 대국민 사기극을 연출하였다.
2005년에도 역시 대학 입시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고등학생들의 촛불시위, 서울대의 전형안 파동, 통합논술고사, 그리고 수학능력시험 부정사건 등. 이 사건의 와중에 교육부는 끝도 없는 말 바꾸기로 학생들과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으며, 교묘한 거짓말로 자신들의 입시안과 대학별 본고사를 정당화 했다. 더하여 전국의 모든 수험생들을 일시에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 11월의 수학능력 시험은 국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였다.
대학입시를 둘러싼 2005년 갈등은 서울대의 전형안과 통합교과형 논술로 불붙은 것이지만 사실상 단초를 제공한 것은 교육부가 2004년 발표한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2008학년도 이후 대입개선안'(이하 ‘2008년도 대학입시제도’)이다. 돌이켜 보면 사교육비를 경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의 ‘2008년도 대학입시제도’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처음으로 민중들의 저항에 부딪혔다. 이 과정에서 고교등급제, 기여 입학제, 내신 부풀리기, 변형된 본고사 실시 등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던 차별적인 기제들이 사실상 시행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입시를 둘러싼 현재의 대립은 각 대학의 논술고사가 본고사인가 아닌가 하는 지점에서 형성되어 있지만, ‘교과통합형 논술고사’가 나온 준거가 ‘교육부방안’인 만큼 먼저 교육부방안의 실체를 파악해야 대립 지형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2008년도 대학입시제도’의 주요 내용은 내신을 상대평가 9등급으로 하고, 수학능력시험 역시 과목별 9등급으로 하고 대학의 학생선발권 강화한 것이다.
‘2008년 대학입시제도’가 적용되는 올해 고 1은 내신의 실질반영비중을 높인다는 교육부의 거짓 광고에 휩쓸려 최악의 경쟁 지옥에 빠져 들어 갔다. 이 와중에서 여러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으며, 학생들의 주도로 입시지옥의 고통을 호소하는 집회를 조직하여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이런 학생들의 호소에 대해 교육부는 학생들이 바뀐 입시제도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여 일어난 현상이라고 발표하였다.
서울대는 수능의 자격기준화, 논술형 본고사실시, 특목고 동일전형 폐지, 특기자 전형 강화, 내신반영비중 축소를 기본으로 한 ‘2008년도 전형 계획’을 언론에 흘렸으며, 이는 본고사 부활이며 신고교등급제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전형안을 6월 27일 발표하였다. 교육시민단체들은 ‘본고사부활저지 · 살인적 입시경쟁 철폐 공대위’를 구성하여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와 교육부 후문에서 농성을 벌여 나갔으며, 항의 방문 규탄 시위 등을 전개했다. ‘서울대입시안’이 발표되었을 때 교육부는 처음에는 그것이 교육부방안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다가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로 여론이 들끓고 정부 여당에서 전면전을 선포하는 등 강력하게 나오자 마지못해 태도를 바꾸었다.
교육부는 서울대의 통합논술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여름방학 중에 사전 준비라도 있었던 듯 즉각적으로 교사 논술 연수를 진행하였고, 하지 않는 일도 못하는 일도 없는 EBS 방송에 수능과 내신을 넘어 논술강의까지 맡기고 있다. 나아가 고교 2, 3학년 심화선택과목인 독서, 작문 과목 수업시간에 논술을 지도하는 방안까지 내 놓았다.
이번 입시 논란의 하나는 서울대에서 말하는 통합논술이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인가 여부에 있다. 그러나 본고사는 문제 유형을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본고사는 예비고사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대학이 학생의 선발을 위하여 절대적인 비중을 가지고 치르는 시험이다. 서울대의 논술은 내신의 실질반영률이 현재대로 유지되고 수능이 자격기준화 되어 있어서 논술만이 변별력을 가지고 있기에 사실상의 본고사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통합논술형 본고사로 지칭하는 것이 타당하다.
논술에 대해 더 생각해 보자. 논술이야말로 종합적 사고 행위이다. 논술은 지문 독해력, 문제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체계적 종합력, 그리고 기술하는 능력의 결과가 하나의 글로 나타난다. 하기에 논술에 관한 평가는 이 결과를 종합하여 가부를 판정하는 것은 가능하나, 세부 구성요소로 분할하여 서열화하는 것은 논술의 본질에 위배된다. 도대체 세계 어느 대학에서 학생 선발을 위해 대학이 자체 출제한 문제, 그것도 논술로 시험을 치르는 사례가 있는가. 게다가 2만 4천명의 1등급 학생 중에서 3천명을 가려 뽑기 위해 논술로 서열화를 시키겠다는 나라가 있는가? 논술시험으로 학생을 3천 등과 3천 1등을 가려내겠다는 상상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교육인적자원부는 8월 30일 대학별 논술고사에 대한 심의계획 및 논술심의위원회 구성계획과 더불어 논술고사 기준을 발표했다. 이 보도 자료를 통해 논술 고사의 개념을 “제시된 주제에 관하여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이라고 정의하고, 기준을 포괄적으로 제시한 후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서는 사후심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심의 결과를 축적함으로써 제시된 기준들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교육부의 발표로 서울대가 실시하고자 하는 통합논술본고사는 추인되었으며, 교육부의 의도대로 논술이냐 본고사냐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7) 그 외
(1) 맞춤형 복지 도입
개인의 선호에 따라 복지 예산을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복지제도가 7월부터 교육공무원에게도 도입됐다. 생명·상해보험과 의료비 보장 보험은 필수로 가입하고 경력이나 가족수 등에 따라 개인별로 연간 30~90만원까지 도서구입이나 학원수강 등 13개 항목을 자율 선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이 관련 예산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교육부가 밝힌 만큼 충분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문제점이 불거졌다. 맞춤형복지비가 지방예산으로 편성되다 보니 시·도마다 개인에게 지급할 수 있는 예산이 최대 44만원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 것이다. 교육부는 “첫 해여서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여전히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 2006년에도 지역간 편차 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2) 방과후 교실 법제화
교육부는 기존의 특기적성교육, 수준별 보충학습, 방과 후 교실 등을 포괄하는 ‘방과 후 학교’를 2006년부터 학교 자율로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방과 후 학교 법안은 학원 측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국회 통과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학원연합회는 “대규모 학습지회사들이 비영리기관을 설립해 방과 후 학교에 진입할 것”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도 ‘대형 학습지회사들 네트워크 구축, 방과 후 학교 시행으로 학습지회사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회는 11월말 방과 후 학교 관련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법사위 통과를 보류했다.
사실 학력중심 사회현실을 그대로 두고 방과후학교 운영으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EBS수능과외처럼 당장 열이 나니까 임시방편으로 해열제를 처방하는 것일 뿐, 교육문제의 근본적 처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철폐를 위해 매진해야 할 교육부가, 그리고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기껏 내놓은 정책이란 게, 결국 학교 안에서 학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과외를 시켜주겠다는 것이니 실망을 넘어 절망스러울 따름이다.
(3) 주5일 수업 2006년 확대
3월 26일, 넷째 주 토요일인 이 날 전국의 모든 초·중·고에서 처음으로 토요 휴무를 실시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는 주5일 수업을 2006년 3월부터 월2회로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교육과정평가원은 공청회를 통해 “주5일 수업이 월2회로 확대될 경우, 연간 수업일수는 현행 220일에서 205일로 15일 줄이고 수업시간은 주당 1시간씩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2006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월2회 주5일 수업을 1년 연장하거나 2007년부터 완전 주5일 수업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4) 등록금 1천만원 시대
대학 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도래했다. 작년 평균 7.7% 인상에 이어 올해에도 사립대학 등록금이 5~9% 가량 인상되었다. 매년 누적돼온 탓에 학생들이 내는 금액은 6~7백만원에 달하며 의·치대의 경우 1천만원이 넘는 대학이 생겨났다. 반면, 지방대 중 일부는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등록금을 동결했다.
학생들은 과도한 등록금 인상에 대해 반대하며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고, 단국대, 중앙대, 동아대, 인천대, 경기대, 경희대 등 많은 대학들이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교육대책위, 국립대투쟁본부 등의 학생연대단체들도 지속적으로 항의 시위 등을 통해 등록금 인상에 반대했다.
4. 신자유주의 대학 재편
2005년 4월 6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하는 대외경제위원회는 선진통상국가 개념정립과 추진과제가 논의했다. 개방친화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글로벌 표준화에 맞는 기업지배구조 및 노사관계를 확립하고,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보건의료, 교육, 금융, 법률, 회계 등 10개 서비스업종에 대한 종합개방계획을 하반기에 마련하겠다고 한다. 진척속도가 더딘 WTO 협상에 구애받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공서비스의 상품화를 앞당기겠다는 의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교육의 시장화 · 상품화 공세는 전면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익창출을 위한 학문재편전략을 정점으로, 학교의 기업화, 교원구조조정, 노동력 유연화가 추진되고 있다. 전경련에서 발표한 전문대학 영리법인화 방안,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외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산학협동 등 주무부처인 교육부 외에도 경제관련 부처에서 교육의 시장화 · 상품화 정책이 노골적으로 출몰하였다.
1) 국립대 법인화
최근 김진표 장관은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공무원 연금 혜택이 지속되도록 하는 한편,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교수 정원이나 예산배정 등 행·재정 지원에서 차등을 둘 방침“이라며 법인화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러한 내용의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안'을 정기국회에 법제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국고지원도 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직원도 일정기간만 공무원신분을 유지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교육부가 아무리 아니라고 강변해도 명백한 '민영화’이다. 즉 신자유주의 공세 속에서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는 점, 특히 국립대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 법인격을 부여하여 경쟁과 효율성의 원리에 따른 재편을 꾀한다는 점, 교육과 학문의 상업화, 대학자치의 말살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명백히 국립대학 ‘사영(私營)화’라고 할 수 있다.
국립대 법인화는 정부의 재정부담과 책임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지 대학의 자치와 자율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의 본질은 대학 경영자(총장이나 이사회)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 주체들(교직원, 학생)의 자치와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립대학의 법인화는 단지 법적 지위가 국가기관에서 법인으로 변화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총장에 의한 책임경영 강화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출방식 변화,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학문의 자유와 공공성 침해, 교직원 구조조정 등을 수반하는 거대한 민영화 프로젝트이다. 따라서 국립대 법인화는 대학교육을 황폐화시키고 공교육을 붕괴시킬 것이며 교직원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므로 법인화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2) 대학의 서열체제 강화
대학의 서열체제는 국공립대와 사립대간에 존재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지방 소재 대학간에 더욱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하기에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지방의 대학 육성책이 시급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방향은 현실에 드러나는 차이를 특성화라는 명목으로 고착화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으로 집중 지원하고 지방대 및 전문대학은 기능인력 교육을 위한 기관으로의 재편이다.
이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강제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 지원이 평가와 연계되어 교육부가 제시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수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각 대학은 산학협력 강화, 정원감축 등 자발적 구조조정의 길을 걷고 있다. 평가와 연계한 재정지원은 다양화·특성화를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특수목적지원사업비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 2004년 고등교육부문 예산 1조 6595억 원에서 특수목적 지원 예산이 8,582억 원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치, 법학 전문대학원은 수도권 일부 대학과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설립인가를 내주려는 등 수도권 대학을 위시로 한 가파른 대학서열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 한다.
3) 산학협동을 중심으로 한 학문의 상품화
이제 대학은 산업체와의 계약에 의한 학과나 학부(계약학과)를 설립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개발에도 산업체가 참여할 수 있게 되며 기업과 손을 잡고 상품을 생산,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이미 2003년 하반기에 개정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공립대학에도 법인격을 갖는 산학협력단의 설립이 가능해졌으며, 학교기업의 수익금으로 산학협력단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는 NURI 사업이나 수도권 특성화 지원 사업, 학교기업육성 지원 사업 등 국고지원사업의 대부분이 산학협력단의 자격으로만 신청이 가능하게 하여, 재정지원을 빌미로 산학협력단의 설치를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4년제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막론하고 모든 국공립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며 사립대학의 설치율도 80%가 넘는다. 일원화된 대학회계제도의 도입과 산학협력단·학교기업의 설치는 대학의 ‘자율성’을 내세우며 대학 스스로가 효율적인 경영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알아서 돈을 벌어야 하고, 학생들은 배운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수익자부담’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국가의 재정투자와 지원을 방기하는 것을 합리화시키며 대학이 기업의 논리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대학과 교육의 본질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있다.
4) 권력 획득을 위한 로스쿨 및 전문대학원 제도
2008년부터 시행되는 로스쿨 제도는 전국에서 10여 개의 학교를 선정, 총 1000명 정원의 규모로 설립하게 될 예정이다. 이렇게 정원을 제한하게 됨으로써 수도권 상위대학과 지방의 국립대를 중심으로 선정이 될 것은 뻔하다. 따라서 로스쿨이 세워지더라도 대학서열의 상위권에 해당하는 대학에 집중됨에 따라 고시낭인 대신 로스쿨 입학경쟁이 치열해지고 대학서열은 더욱 심화될 것이 분명하다. 대학의 입장에선 로스쿨 선정이 안되면 기존의 법학과는 문을 닫게 될 판이므로 죽기 살기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몇몇 대학의 경우 설립요건을 갖추기 위해 타과의 정원을 줄여가며 법대의 정원을 늘리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고, 집중적인 재정투여로 건물확보와 교수확충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그나마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기초학문이며, 일부 지방대학 교수들의 경우 로스쿨 설립이 유력한 수도권 대학으로 몰려들어 지방대학의 위기까지 초래하고 있다. 이는 지방대 구조조정을 빠르게 촉진시켜 인기학문을 중심으로 한 왜곡된 형태의 대학 획일화를 낳을 것이다.
5) 대학 구조조정
노무현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대학구조조정(대학간 통폐합, 정원감축)을 하고자 준비해왔고, 급기야 올해 초 김진표를 전격 기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구조조정 계획 시행 반년가까이 지난 지금 그 결과는 처참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교육부가 작년 말 대학구조개혁안을 발표할 당시 2009년까지 국립대는 15개를 없애고, 입학정원은 총 95,000명(국립 12,000, 사립 83,000)을 줄이겠다고 했었으나 지난 6월말 마감한 대학구조개혁지원사업(올해 800억원 지원) 신청현황을 보면 국립대통폐합을 신청한 곳은 4쌍(강원대-삼척대, 전남대-여수대, 부산대-밀양대, 충주대-청주과학대), 정원감축을 신청한 곳은 국립대 17, 사립대 13, 전문대 8(수도권 10, 지방 28)개로 저조한 상황이다.
그나마 통폐합을 신청한 대학들은 신청서를 낸 이후에도 대학본부와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통폐합이 수월하게 추진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오히려 현재 각 대학들은 통폐합과 대규모의 정원감축보다는 신입생 유치에 혈안이 되어 별 연관성 없는 학과들을 묶어 비인기학과를 자연스레 도태시키거나 일부 학부를 해체하여 인기학과를 독립시키거나 하는 등 조령모개식으로 모집단위를 바꾸고 있다. 즉 각 대학들은 얼마 되지도 않는 교육부 지원금을 받고 정원감축이나 전임교원을 확보하여 수입이 대폭 줄어드는 손해 보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니라 원칙 없이 모집단위만을 바꾸면서 ‘생색내기’에 급급한 것이다.
결국 교육부의 무책임 하에 현재와 같이 대학이 무분별하게 팽창되어 교육부가 구조조정을 유도한 것인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대학구조개혁사업’은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나 갈수록 태산이라고 대학구조조정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정부는 원활하고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국립대는 특수법인화를, 사립대는 영리법인화하여 경쟁과 효율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이번 정기국회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립대 운영체제에 관한 특별법안' ’대학구조개혁특별법’ ‘대학정보공시제’ 등을 법제화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