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하늘천…따지…섬마을 '새벽서당' 아이들 꿈이 초롱초?
“아비 부(父), 날 생(生), 나 아(我), 몸 신(身)….”
새벽동이 어스름 터올 무렵인 18일 오전 6시께 전남 고흥군 남양면 남양초등학교 우도분교. 5평 남짓한 교실에서 분교장 김정국(53) 교사를 따라 사자소학을 읽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새벽 댓바람에 등교한 터에 눈꺼풀이 내려앉을 법도 하지만 우도분교 아이들의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다.
전교생이 6명 뿐인 이 곳 우도분교에 ‘새벽 서당’이 문을 연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45가구 150여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인 우도는 물때가 날마다 바뀔 정도로 들쭉날쭉한 곳.
때문에 고기잡이에 생계를 걸고 있는 주민들의 출어시간도 물때에 따라 새벽이 됐다가 야밤이 되는 등 매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집에 혼자 남은 아이들이 오전 9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기 일쑤. 학교 수업이 제대로 이뤄질 리는 만무했다.
김 교사는 고민 끝에 지난 3월 학부모들에게 고기잡이 나갈 때 아이들을 깨워 등교시켜 줄 것을 부탁했고, 아침밥을 먹지 못하고 등교한 아이들에게는 직접 식사까지 챙겨주며 수업시작 전까지 한자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김 교사는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도 2명의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사물놀이 등 다양한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는 등 하루 12시간 이상을 아이들과 같이 하고 있다.
김 교사가 이처럼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쏟는 것은 지난해 3월 부임 후 받은 ‘충격’ 때문이었다. 구멍가게 하나 없는 외딴섬에서 자란 탓인지 일부 아이들이 돈에 대한 개념은 물론 문화적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학습 이해력도 떨어졌던 것.
“2학년인 한 아이가 수학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1,000원을 주고 500원짜리 과자를 사면서 거스름돈을 받아오는 것을 모르더라구요. 동전 구분도 아예 못하구요. 또 어떤 아이는 토끼가 새끼를 낳는지 알을 낳는지도 헷갈려 하더라구요.”
김 교사는 아이들이 교육적 체험이 부족하다고 판단,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사비를 털어가며 매달 2, 3차례씩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순천 등지로 나가 육교와 지하도, 백화점, 목욕탕, 경찰서, 소방서 등을 방문하는 체험학습을 시작했다. 아이들의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공부를 곁들인 것도 이때부터다.
덕분에 아이들의 이해력과 학습 수준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여전히 문화적 체험학습은 미흡한 상태다. 무엇보다 재정 문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급식비를 아끼고 교사들의 호주머니까지 털어보지만 체험학습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김 교사는 “재정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좀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섬 인근 도회지에 나가는 게 고작”이라며 “서울이나 광주 등 대도시의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고 싶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