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당뇨병은 아는데 '이상지질혈증'은 뭐죠?
심뇌혈관질환 위험 인자임에도 불구, 인지도 낮아 치료율 저조
심장 및 뇌 혈관의 건강을 지키려면 이상지질혈증 발생을 막거나 조기에 관리해야 한다.
국내 사망 원인 2위는 심장질환, 4위는 뇌혈관질환이다. 심뇌혈관질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숨지는 주요 원인이지만, 이를 촉발하는 선행질환인 '이상지질혈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상지질혈증은 성인 인구의 48.2%에게 발생하는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하지만 이를 심각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지 않아 실제 치료를 받는 비율은 낮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6일 학회 간담회에서 "이상지질혈증은 심뇌혈관질환 위험 인자 중 가장 중요하지만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책적으로도 고혈압, 당뇨병 등 다른 만성질환과 달리 '패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혈중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증가했거나 HDL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이 감소한 상태를 의미하는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예방하거나 조기에 잘 관리하면 심뇌혈관질환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혈압, 당뇨병과 달리 인지도가 매우 떨어진다. 이는 국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국가건강검진에서 이상지질혈증 검진 대상은 25세 이상 남성과 40세 이상 여성으로, 4년에 한 번 검사한다.
"2021~2025년 '3차 국가건강검진 종합계획'을 통해 검사 연령과 주기의 타당성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언제 반영될지는 알 수 없다"며 "2년에 한 번은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진 통보 방식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검진 결과 통보서를 보면 '고혈압/당뇨병 질환 의심'과 '일반 질환 의심'으로 구분돼 있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 당뇨처럼 별도의 항목이 아닌 일반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그는 "별도 항목인 고혈압, 당뇨 등은 의심 판정을 받으면 무료로 2차 재진단을 받을 수 있지만 이상지질혈증은 확진 검사 안내 대상이 아니다"면서 "생활습관을 조심하라는 조언만 있어 일반인이 '별거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려면 고혈압, 당뇨뿐 아니라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조치가 매우 중요하지만, 질병에 대한 국가 지원에 있어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
"이상지질혈증은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 여러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는 동맥경화의 핵심 위험인자다.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을 계속 좁히고 체내 피의 흐름을 막아 결국에는 급성 심장 돌연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지도가 낮아,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대국민 인식 개선과 국가적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돌연사 위험 큰 이상지질혈증, 국내 성인 유병률 48% 달해
지질·동맥경화학회 "질환 인식도 46% 불과"
이상지질혈증 유병률 (한국지질·동맥경화 2022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이상지질혈증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킬 위험한 질환이지만 일반인의 절반 이상이 질환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2022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를 16일 공개했다.
이상지질혈증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등의 지질 성분이 혈관에 과다하게 함유된 상태를 말한다.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심근경색과 협심증, 뇌졸중 등 여러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다.
학회는 새롭게 이상지질혈증 진단 기준을 마련했다.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인 혈중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160㎎/dL 이상, 중성지방 200㎎/dL 이상, '좋은 콜레스테롤'인 혈중 고밀도(HDL) 40㎎/dL 미만(여성은 50㎎/dL) 중 1가지 이상인 경우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국내 20세 이상 성인의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48%로 집계됐다. 성인 절반 가까이가 앓는 셈이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식습관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학회 분석이다.
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이상지질혈증 유병자에게는 금연·금주를 권고하는데도 흡연율(남성 40%, 여성 6%)과 음주율(남성 72%, 여성 32%)이 아직도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학회가 최근 일반 성인 28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으면 어떤 위험이 발생하는지 알고 있다"고 71%가 답했으나 "이상지질혈증이 어떤 질환인지 알고 있다"는 답변은 46%에 머물러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지질혈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혈관을 계속 좁히고 피의 흐름을 막아 결국에는 돌연사 등으로 이어질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런 위험에도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보다 인지도가 떨어져 치료 적기를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대국민 인식 개선과 국가적인 정책 개선을 위해 학회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유병자 중 신체활동 부족, 흡연 및 음주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