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보육도우미로 안정적 일자리 확보”
‘지적장애인 어린이집 보육도우미’…자아감·장애인식개선에 효과
가족해체, 고령화, 저출산 등 다변화되고 있는 사회현상 속에서 이에 대응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프로그램 설계는 세부사항에 대한 분석과 주의를 필요로 하는 활동으로 각 지역의 특성과 사회변화를 적절하게 반영해 보다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전문적인 자료가 많지 않다. 이에 따라 본지는 2010 연중기획으로 종합사회복지관을 비롯해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등의 명품 프로그램을 소개함으로써 다른 기관의 롤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2008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취업률과 실업률은 각각 37.7%, 8.3%였다. 같은 시점의 전체 취업률이 58.4%, 실업률 3.3%인 것과 비교하면 장애인들의 고용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애인의 무고용제를 도입, 50인 이상 기업은 전체 근로자의 2%, 국가·지자체는 3%를 장애인으로 고용토록 하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키는 기관은 극히 드물다. 2008년을 기준으로 민간기업의 고용률은 1.72%로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고용률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고, 중증장애인의 취업률은 17.8%에 불과해 여전히 경증장애인이 우선 취업되고 있으며, 특히 공공기관의 중증장애인 고용비율은 11.1%로 민간기업의 18.2%보다 낮은 수준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구직을 원하는 장애인들이 취업 알선조차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장애인고용 공단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공단을 찾아 구직등록을 한 장애인 중 65.0%가 취업알선을 받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취업을 위해 고용공단을 찾은 장애인 10명 중 7명가량이 취업은커녕 취업 알선조차도 받지 못한 것.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생존권을 해결하기 위해, 그리고 자아성취를 위해 취업을 원하고 있지만 사실상 취업을 위해 그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은 드물다는 뜻이다. 지적장애인, 직업영역 확대 효과 이처럼 장애인의 열악한 고용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이들의 취업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은 지적장애인들의 어린이집 보육도우미로의 취업문을 활짝 열어주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 동작구의 협조를 받아 시작된 ‘지적장애인 어린이집 보육도우미 프로그램’은 실시 5개월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적장애인들의 신규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역내 네트워크 구축, 장애인들의 자아감 형성,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
▲ 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 어린이집 보육도우미 사업을 위해 지역구와 네트워크를 형성, 지적장애인들의 취업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지적장애인복지관 송현정 복지사는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득을 보장해 경제적인 지원을 통한 안정적인 삶에 기여하기 위해 시작한 이 사업은 동작구의 협조를 통해 지적장애인 보육도우미 직종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장애인의 직업영역을 확대하는 효과도 가져왔다”고 밝혔다.
사실 지적장애인복지관의 ‘어린이집 보육도우미 사업’은 지난 2001년부터 몇 차례 진행돼 왔다. 그간에는 관의 협조 없이 오로지 복지관이 취할 수 있는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다보니 한계가 있었던 것. 그래서 지난 7월 사업부터는 구청의 협력을 얻어 장애인고용인건비는 물론 관내 구립어린이집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송현미 복지사는 “금전적인부분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이 사업은 어린이집의 협조받기가 가장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어린이집에서도 인력 채용에 대한 인건비 부담도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장애인이라는 편견 등으로 인해 사업의 원활히 수행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복지관은 동작구에서 인건비를 보조받고, 구립어린 이집에 협조를 얻어 현재 7개 어린이집에서 7명의 지적장애인이 보육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4개 어린이집은 장애·비장애 통합어린이집이다.
현장에서 보육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는 지적장애인들은 현장 투입에 앞서 2회에 걸쳐 사전 훈련을 받게 된다. 출퇴근 교통수 단 이용지도는 물론, 직장 내 기본규칙 지도와 직장생활을 위한 일상생활 관리 지도, 대인관계 및 직장 적응 지도, 작업태도 지도 등 직장생활에 있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한 교육이 주를 이룬다.
간식배급·낮잠재우기 등
이후 사전 현장실습을 진행해 보육도우미의 주요 업무인 ▲간식배급 도우미 ▲자유선택활동 도우미 ▲낮잠 재우기 ▲견학활동 도우미 ▲보육시설 환경정리 ▲보육업무 도우미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복지관은 업무 전반에 관한 방문지도를 통해 채용 어린이집의 요구에 따른 적응지원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채용 어린이집의 경우에도 사전 교육이 필수적이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교육부터 지적장애인 보육도우미의 수행가능 업무 안내, 지적장애인 보육도우미 채용사례 등을 통해 이들의 업무를 이해하는 작업을 거친 후, 지적장애인 보육도우미를 채용하게 된다.
송선미 복지사는 “통합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아동 부모의 경우, 보육도우미를 통해 ‘우리 아이도 이렇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는 사람들도 있다”며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장애인 본인들의 만족도도 높다”며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며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을 하고, 어린이집 입장에서도 인력이 보조되니 보육에 집중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평가가 많다”고 덧붙였다.
조미숙 팀장은 “이 사업은 지역구의 지원이 필수적이다”며 “관의 지원이 많아지면 사업도 많아지며 더욱 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이런 관심과 지원이 다른 지역에도 확대되어 지적장애인들의 취업문이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출처 복지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