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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이 백우산(895m), 그 오른쪽은 매봉(865m)
此是幽貞一種花 이것은 그윽하고 정결한 하나의 꽃
不求聞達只煙霞 알려지기 싫어서 안개 속에 숨어있구나
采樵或恐通來徑 나무꾼 오가는 길에 눈에 띌까 두려워
柢寫高山一片遮 다만 높은 산 그려 둘러쳐 주었네
――― 판교 정섭(板橋 鄭燮, 중국 청나라 문인, 1693~1765)
▶ 산행일시 : 2016년 4월 30일(토), 맑음, 미세먼지, 바람 세게 붐
▶ 산행인원 : 16명(자연, 영희언니, 스틸영, 모닥불, 악수, 대간거사, 더산, 상고대, 두루,
맑은, 해마, 도~자, 모두, 무불, 호크,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23분
▶ 산행거리 : 도상 14.2km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27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23 - 인제군 상남면 김부리 백자동, 산행시작
09 : 20 - △792.8m봉
10 : 00 - 887.4m봉
10 : 28 - 1,080.2m봉
10 : 50 - 가마봉(可馬峰, △1,189.6m)
11 : 11 - 영춘기맥 Y자 갈림길, 1,137.3m봉
11 : 36 - 1,116.5m봉
11 : 50 ~ 12 : 32 - 황병고개, 점심
12 : 50 - 1,005m봉
13 : 35 - △1,118.2m봉
14 : 25 - 소뿔산(1,107.8m)
15 : 15 - △1,074.9m봉
15 : 47 - 1,044.4m봉
16 : 27 - ┫자 갈림길 안부
16 : 46 - 홍천군 내촌면 괘석리 신흥동 신흥교, 산행종료
17 : 27 ~ 19 : 27 - 홍천, 목욕, 저녁
20 : 59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소뿔산 정상에서, 서 있는 사람 왼쪽부터 메아리 대장, 무불, 맑은, 호크, 모닥불, 두루, 모두
2. 하산, ┫자 갈림길 안부를 향하여
▶ 가마봉(可馬峰, △1,189.6m)
오늘 가마봉 산행의 들머리로 잡은 백자동(栢子洞)은 예전에 산골마을 중 대처였다. 봉남대
초등학교가 있었다. 지금은 민가 한 채를 볼 수 없을뿐더러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의 위수지
역으로 아무나 출입할 수가 없다. 경고판이 살벌하다. “이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불
법출입 및 시설물 훼손 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제24조에 의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의 관련 조항을 살펴보았다. 우리가 범법하게 될 조항은 동
법 제9조 제1항에 의한 관할부대장의 허가를 받지 아니한 채 ‘울타리 또는 출입통제표찰이
설치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에의 출입’으로 동법 제24조에 의한 벌칙은 1년 이하의 징역 또
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벌금이 2014.5.9.자로 개정, 인상되었다.
상남천 건너 굳게 닫힌 철문 옆 비탈에 무단출입한 소로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들어간다.
임도(이제는 군사작전도로) 주변은 봄이 한창이다. 차창 밖으로 바라보던 경치와는 사뭇 다
르다. 눈부시다. 조팝나무, 귀룽나무, 산벚나무 등등 꽃이 흐드러졌다. 꽃만 꽃일까? 일목일
초 이제 막 피어나는 새잎도 다 꽃이다. 전후좌우 가득한 춘경 둘러보며 산굽이굽이 돈다.
임도 저 앞에 (군부대가 있을) 개활지가 보이고 어차피 오를 산이렷다. 개울 건너 잡목 헤치
며 생사면에 붙는다. 울창한 잣나무 숲을 지나 엷은 지능선 추려내어 산을 가는 기분 낸다.
철쭉꽃이 피었다. 지난겨울 철사처럼 억세고 맵던 그 가지가지에 신비디움 같은 소담한 꽃이
피었다. 돌길을 지나고 산죽 숲을 지난다.
지능선 모아 등로가 더욱 탄탄해진다. 신록의 만고강산 유람이다. 또는 흩어져 넙데데한 사
면 누비며 오른다. △792.8m봉(영진지도에는 △803.4m이다). 삼각점은 ‘어론 423, 2009
재설’이다. 가마봉 동릉마루다. 여기 올 때 두루 님이 ‘어론’이란 지명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묻기에 ‘개울에 많은 물고기들이 뛰고 놀아 어론’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고 잘못 대답하였
다. 한국지명유래집에 의하면 동리 사람들 중에 말다툼이 많아서 ‘어론(於論)’이라 불렀다고
한다.
첫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로 목 추긴다. △792.8m봉 바로 아래 마루금 따라 군사도로가 지나
간다. 동행한다. 군사도로는 낙엽송 숲 사면 돌아 웁버덩으로 가고 우리는 직등한다. 지난겨
울 눈보라 치고 상고대 눈꽃이 만발하던 능선이다. 전혀 다른 산을 간다. 887.4m봉 오르는
길. 가파른 오르막이다. 왼쪽 사면은 벌목하여 조망이 훤히 트인다. 숨차면 뒤돌아 첩첩산 둘
러본다.
미세먼지인지 원경은 뿌옇다. 능선은 887.4m봉을 일구느라 잠시 주춤하고는 가마봉까지 줄
곧 된 오르막이다. 사면 쓸어 향긋한 대물 손맛 보며 오른다. 바람이 세게 분다. 오래 쉬면 춥
다. 산죽 숲이 찬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내 눈이 어지럽다. 그런 중에도 얼레지는 곱게 피었
다. 알려지기 싫어서 산죽 숲속에 숨어 있다(不求聞達只山竹).
1,080.2m봉이 경점인데 미세먼지로 흐린 게 흠이다. 세찬 바람이 아무리 쓸어내도 소용없
다. 도리어 세찬 바람에 봄이 떤다. 얼레지와 진달래, 피나물 꽃이 움츠러든다. 우리도 움츠
러들어 종종 걸음한다. 바위 돌아 넘고, 타고 넘고, 바위 턱 올라 가마봉 정상이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몇 걸음 더 가면 바위절벽 위가 최고의 경점이다. 사방의 뭇 산들이 가마봉에 읍하
는 형세다.
3. 백자동 산행들머리, 멀리 보이는 왼쪽 봉우리가 가마봉
4. 잠시 임도 따라가며 워밍업 한다. 임도는 꽃길이었다.
5. 조팝나무
6. 조팝나무
7. 임도 옆 골짜기 주변의 춘경
8. △792.8m봉 넘고 임도 지나 다시 오르막
9. 887.4m봉 오른 길, 가파르다.
10. 887.4m봉 오르는 도중에 뒤돌아 조망 감상
11. 얼레지, 산행 내내 동무했다.
12. 가마봉 오르는 도중에 뒤돌아 조망 감상, 오른쪽이 가득봉(1,060m)
13. 앞이 가마봉
14. 가마봉 정상 공터에서, 서 있는 사람 왼쪽부터 상고대, 더산, 모두, 스틸영, 두루,
대간거사, 해마, 자연, 호크, 도~자
▶ 소뿔산(1,107.8m)
가마봉 정상에서 서진하여 영춘기맥 Y자 능선으로 내리는 길이 의외로 어렵다. 일단 슬랩을
길게 내려 북진하였다가 약간 도드라진 암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넘으려고 하지 말고 왼쪽으
로 직등하여 넘어야 한다. 오른쪽으로 돌아 넘으려다가는 그대로 북진하는 지능선을 타고 황
병골로 가기 쉽다. 지난겨울 산행 때 다수 일행이 그랬다.
진달래꽃 터널을 한 피치 쭈욱 내렸다가 약간 오르면 영춘기맥 Y자 능선 분기봉인 1,137.3m
봉이다. 산행표지기가 즐비하고 양쪽 다 길이 좋다. 소뿔산은 당연히 오른쪽으로 간다. 그런
데 여기서 근래 보기 드문 떼알바가 일어났다. 다수 일행이 왼쪽으로 갔다. 메아리 대장님과
두루 님이 외쳐 부르고 불러 뒤돌아오게 하였다.
GPS로 무장한 상고대 님의 알바 이유가 그럴 듯하다. 상고대 님이 그리로 가는데 감히 누가
토를 달까? 지난겨울에 오른쪽으로 쏟아져 내렸다가 골로 갔기에 이번에는 왼쪽 길이 맞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나는 그때도 오늘도 정도로만 갔다. 하여 애써 표정 관리한다.
하얗게 말라 죽어가는 산죽 숲을 간다. 산죽이 개화병이 아니고도 말라 죽는다. 이제 등로는
산죽 숲이다. 사면 들려 살필 일이 없어 막 간다. 1,116.5m봉이 바위틈 진달래꽃이 곱고 발
아래 조망이 좋은 암봉이다. 선두(대간거사 님과 모닥불 님)가 이렇게 빼버렸나 줄달음하여
쫓으며 불러보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둘러 앉아 점심 먹기 명당인 초원의 안부를 다 놓아두
고 간다.
황병고개(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항병고개’라고 표시하고 있는데 ‘황병고개’의 오기 같
다)에서 라면 끓이고 있을까? 962.3m봉 내려 황병고개에 다다랐으나 대간거사 님과 모닥불
님은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우리끼리만 황병고개 왕버들나무(?) 아래에서 점심자리
편다. 별일이다. 점심을 거의 마칠 무렵 그 둘이 962.3m봉을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번 산행기의 제목처럼 정하기 어려운 적은 없었다. 여러 악우님들의 강력하고도 간곡
한 주문이 있었다. ‘사랑의 도피행각’으로 하라고. 그 둘의 알바는 우리들의 상상 밖이었다.
‘사랑의 도피행각’이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둘은 생각 없이 갔다고 한다. 대간
거사 님이 앞장서서 내달으니 뒤쫓기 바쁜 모닥불 님으로서는 진행방향의 당부를 따져볼 겨
를이 없었다. 임도가 지나는 안부까지 갔더란다.
거기서 일행들과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바람 막은 자리를 물색하다가 경광등을 단 지프차를
몰며 순검하는 산불감시원을 만났다. 그 산불감시원으로부터 경방기간의 산행에 대한 교육
을 받고 문답하던 중 “어디를 가시려느냐?”라는 물음에 “소뿔산이요”라고 대답하자 산불감시
원이 고개를 갸웃하기에 불현듯 어쩌면 자기가 잘못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의심이 들더
라나. 그 의심은 적중했다.
어이없는 일. 처음에는 산허리 도는 임도를 따라가서 주등로로 가는 일행을 앞질러버릴까를
생각하였으나 두루 님이 밥을 굶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어 고스란히 온 길을 뒤돌아왔다
고 한다. 두루 님은 라면 4개에 버너를 가지고 왔고, 코펠은 대간거사 님에게 있었다. 그 얘
기를 들은 우리는 대간거사 님의 지극한 악우애에 감동하고 눈물이 앞을 가려 라면발이 설었
는지 익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고, 목이 메어 라면발이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점심을 마치고, 황병고개에서 왼쪽 산자락 도는 임도를 따라갈까 하는 유혹이 없지 않았지만
오지산행의 명성에 누가될까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1,005m봉을 꼬박 오른다. 이때만큼
은 한여름이다. 비지땀을 줄줄 흘린다. 1,005m봉 정상에서 왼쪽으로 직각방향 틀어 한차례
우르르 쏟아져 내리면 임도가 지나는 안부다.
15. 가마봉에서 조망, 가운데 멀리가 소뿔산
16. 가마봉, 가마봉 내리다가 뒤돌아봄
17. 산죽 숲 등로
18. 산죽 숲 등로
19. 산죽 숲 등로
20. 피나물, 찬바람에 대개는 움츠렸다.
21. 맨 뒤가 소뿔산
22. 황병고개
23. 황병고개에서 점심을 마치고
24. 곰취가 이만큼이나 자랐다.
25. 홀아비꽃대
26. 소뿔산 가기 전 △1,118.2m봉
소뿔산 가는 길. 새로이 산을 간다. 영춘기맥 추억의 길이다. 봉봉이 첨봉이다. 아울러 봉봉
오르고 내리는 굴곡이 매우 심하다. 등로는 가도 가도 산죽 숲이다. 사면을 들릴 일이 없으니
심심하다. △1,118.2m봉. 정상은 조망 좋은 너른 헬기장이고 그 옆에 군 시설인 통신중계탑
이 있다. 헬기장은 민들레가 장악했다. 삼각점은 ‘어론 430, 2005 재설’이다. 오래 휴식한다.
소뿔산이 아직 눈으로도 발로도 멀다. 첨봉인 1,077.7m봉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완만한 능
선, 산죽 숲에 숨어 있는 얼레지 아는 채하여 눈 맞춤하며 간다. 소뿔산 정상. 산죽 숲에 참나
무 숲이 빙 둘렀다. 예나 다름없이 아무 조망이 없다. 당초 하산은 소뿔산 북릉을 내려 신수
리로 갈 계획이었으나 열 걸음이 멀다하고 걸어놓은 군부대 경고가 꺼림칙하고 또한 너무 일
러 일당(산행 8시간)이 빠지지 않는다.
더 간다. (작은)가마봉 넘고 거니고개까지도 고려한다. 소뿔산을 뚝 떨어져 내린 안부는 왼
쪽으로 범의터 가는 ┫자 갈림길이 나 있다. △1,074.9m봉 전위봉인 암봉을 오를까 말까 고
민한다. 아무도 오르지 않았기를 (산죽 숲길이 뚫리지 않았기를) 은근히 기대하며 다가간다.
왼쪽 사면 도는 우회로 말고도 오른쪽으로도 길이 잘 났다. 굵은 밧줄까지 달려 있다.
이런 데야 외면할 수는 없다. 반대편 내리막이 블라인드 코너는 아닐 것. 간다. 한 피치 바짝
올라 조망 좋은 암봉이다. 교대로 관망한다. 내리막에도 밧줄이 달려 있다. 다시 가파른 오르
막 그 끝이 △1,074.9m봉이다.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어론 24, 1989 재설. 이에 걸맞은
경점이다. 온 길 갈 길을 살필 수 있고 북으로 대바위산이 남으로 백우산이 정겹다.
등로는 봄의 정수만을 뽑아다 놓았다. 이런 길을 어디서 또 만날까? 두고 가는 춘경이 아깝
고 앞의 춘경이 궁금하여 ‘뷔리당의 당나귀’ 짝이 난다. 다가가서 나뭇가지 들여다보면 하세
가와 소세이(長谷川素逝, 1907~1946)의 포착이 적확하다.
싹이 트는
고요함이여
가지 끝
이호우(李鎬雨, 1912~1970)의 절창인「개화(開花)」도 그러하다.
(…)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그만 눈을 감네
거니고개도 (작은)가마봉도 그만 놓아준다. 일당은 넉넉하다. 1,044.4m봉을 길게 내리고 바
닥 친 안부에 ┫자 갈림길이 나 있다. 하산! 낙엽 헤치며 내린다. 등로는 이내 골로 빠지고 너
덜 지나다 왼쪽 산자락 돌고 도는 소로를 찾아낸다. 잡목 뚫고 머리 내미니 괘석리 신흥동 신
흥교 앞이다. 오늘도 무사한 산행과 즐거운 춘유를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힘차게 나눈다.
27. 저만치 피어 있는 진달래
28. 가마봉, 오른쪽 뚝 떨어진 안부까지 대간거사 님과 모닥불 님이 잘못 갔다.
29. 소뿔산 가기 전 △1,118.2m봉에서 남서쪽 조망
30. 소뿔산 가는 길
31. 얼레지
32. 멀리 가운데가 백우산, 매봉(오른쪽)
33. 소뿔산 넘은 등로
34. 뒤돌아본 소뿔산
35. 멀리가 백우산과 매봉(오른쪽)
36. 지나온 능선, 소뿔산
37. 적송 숲
38. 하산, 갈림길 안부를 향하여
39. 날머리인 신흥동
첫댓글 첫사진부터 예사롭지않은 것 같더니, 끝날 때 까지 시선을 끄네요.
곰취가 벌써 나왔네요....
ㅋㅋ 모닥불, 우리 사랑 영원히 변치 말자구 우우우~.
위기상황 속에서 아이의 두뇌가 활발히 작용한다는데..어른의 뇌도 마찬가지이기를 ..ㅋ,ㅋ
와,알바할 때마다 정신이 화~왈짝~
총대장님!
저 데리고 두루 님 점심 먹이려고 ..되돌아오는 길
천근만근된 맘..수고하셨습니다.
잊지못할 추억하나!
과거엔 가리산 만 가면 알바를 했는데 이젠 가마봉 만 가면 알바를 하니

도 안보여요

차라리 안 보이는 게 헛것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괜한 수고를 안 하니까.
나는 헛것이 보이는 통에 애만 쓰네요.ㅋㅋ
@악수
정답이내요
떼 알바한 덕에 얘기거리를 제공해 준
님들 고맙습니다...찬란한 봄의 향연을 
긴 하루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