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교리] 유아 세례를 꼭 받아야 하나요?
종종 일부에서 유아 세례에 대한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때 세례를 받는 것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사리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이것이 합리적인 판단이 아닐까요?” 우선 여기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호소한다. “아이에게 세례를 주었을 때 성령께서 아이에게 머무르시고 성령께서 아이로 하여금 어린시절부터 그리스도교적 가치가 자라게 하십니다. (…) 일생동안 성령께서 이들의 삶을 이끌도록 기회를 줘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세례를 베푸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2018. 4. 11. 수요 일반 알현).
더욱이 가톨릭 교회는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요한 3,5)라는 말씀에 근거해서 갓 태어난 아기를 포함하여 모든 이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구원이 필요함을 강조하며 부모가 ‘가까운 시일’에 아이를 세례로 인도하여 하느님의 은총을 받도록 가르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50 참조). 여기서 ‘가까운 시일’을 한국교회는 매우 구체적으로 이렇게 명시한다. “부모는 아기의 출생 후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세례받게 하여야 하고 100일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사목지침서」 47). 그만큼 가톨릭교회의 신학적-교리적 측면에서 (유아) 세례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입장은 단호하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유아 세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 아마도 아이의 성장과 장래를 위해 학교에 입학시키는 일을 사전에 아이에게 물어보고 결정하거나, 아니면 건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예방접종을 하는 일을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놔두고 기다리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왜, 그것은 ‘이미’ 부모 자신의 판단과 확신으로 아이에게 반드시 필요하고 소중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모에게 아이의 신앙은 어떤 의미일까. 아니 그 이전에 부모 자신에게 신앙은 과연 무엇일까?
전주교구 주보성인 중에 조화서, 조윤호 성인은 부자지간이다. 예나 지금이나 부모에게 자식이란 존재는 단 하나의 소중한 생명과도 같다. 특히나 우리나라 부모는 ‘나는 고생해도, 내 자식만큼은 고생시키지 않는다’라는 공통된 사랑의 마음을 품고 있다. 아들 조윤호 성인에 대한 아버지 조화서 성인의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아버지는 당시 천주교가 박해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세례식이 곧바로 순교의 길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아들에게 신앙을 전해주며 세례를 받게 했다. 왜, 부모는 언제나 자식에게 가장 값지고 소중한 것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생명은 받는 것, 주어진 것이다. 그러니 “아이는 부모의 아이만이 아니다. 하느님의 아이다”(안셀름 그륀). 그렇다면 다시금 물어보자 신앙은 진정 부모로서 하느님의 아이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 그 어떤 것과 비교하거나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보물’, 그리고 무엇보다 참 행복을 준 ‘선물’인가? 만약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는가!
[2023년 2월 12일(가해) 연중 제6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윤태종 토마스 신부(전주가톨릭신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