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거주하는 1세대 다주택자인 나고민(52세) 씨는 요즘 주택 때문에 고민이 많다. 본인의 자산 중 대부분이 부동산, 특히 주택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동안에는 많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부담하고 처분할 때도 더 많은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예전에는 주택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으나 지금은 주택을 여러 채 보유했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세금을 더 많이 부담한다. 물론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완화 조치(이하 ‘특례기간’이라 한다)가 있지만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되지 않는 절반의 완화일 뿐이다. 이를 보완한 다주택자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 허용을 골자로 하는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지만 국회 통과 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나고민 씨는 현행 세법상으로 다주택자 중과를 피하기 위해 주택을 급매로 내놓았지만 거래가 성사되지도 않는다. 만약 올해 양도되지 않고 세법개정(안)도 통과되지 않는다면 나고민 씨의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될까?
매각 순서에 따라 세금의 크기는 달라진다
다주택자의 불이익을 피할 수 없다면 매각 순서를 잘 선택하자. 나고민 씨가 매매 차익이 적은 주택부터 양도한다면 적은 매매차익에 세율을 곱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적은 세액만 납부해도 된다. 그리고 매매 차익이 가장 큰 주택은 1세대 1주택 상황에서 양도한다면 다주택 상황에서 매각해 세액을 내는 경우보다 더 적은 세액을 납부할 것이다. 또 중과세를 피할 수 있는 주택도 있다. 1세대 2주택은 수도권에서 벗어난 지역의 주택이라면 양도 당시의 기준 시가가 3억원 이하일 때는 중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법개정(안)을 감안해 임대사업을 고려해보자
다주택자 중과가 계속 부담된다면 8월 18일 발표된 전·월세 안정 대책 방안을 살펴보자. 이번 방안에서 임대사업에 대한 세제 지원이 대폭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수도권의 경우 3호 이상을 임대해야 양도소득세 중과배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수도권도 지방과 마찬가지로 1호 이상만 임대해도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거기다 임대주택 사업자가 임대주택 외의 본인 주거용 주택을 1채만 보유한 경우 ‘3년 이상 보유, 2년 이상 거주’요건을 만족하면 양도소득세 비과세가 가능해졌다. 임대사업을 하는 사업자에게 여러 세제 지원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다. 세법개정(안)이 통과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중과배제와 비과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뒤 양도 계획을 세우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배우자 증여를 활용해보자
나고민 씨는 배우자에게 증여해 향후 양도소득세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보유한 주택 중 오래 보유한 주택 가운데 매매 차익이 큰 주택을 증여하는 것이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동산의 취득가액을 증여자가 취득할 당시의 취득가액이 아닌 증여 당시의 시가만큼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취득가액이 높아진다면 매매 차익이 감소해 양도소득세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이런 혜택을 볼 수 있다. 첫째 배우자 간 증여재산공제액인 6억원 이내에서 증여해야 한다. 증여재산가액이 6억원을 초과하면 추가로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둘째로 증여한 후 반드시 5년이 경과한 후 매각해야 한다. 증여 후 5년 내 매각할 때는 부동산의 취득가액이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가 원래 취득한 가액으로 매매 차익을 계산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에게 증여 후 상속으로 다시 취득하자
나고민 씨가 자녀나 배우자에게 증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부모님에게 증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부모님에게 증여한 주택을 상속으로 취득할 때는 세무상 혜택이 많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상속개시일부터 소급해 10년 이상 계속 동거한 주택을 상속받을 때는 주택 가액의 40%(5억원 한도)를 공제한다. 다만 피상속인이 1세대 1주택자여야 하고, 주택을 상속받는 상속인이 무주택자여야 한다는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또 주택을 상속받을 때 상속주택(1채에 한함)은 5년 동안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으며, 상속으로 2주택이 되더라도 기존 주택을 먼저 매각하면 비과세가 가능하다.
건물가액이 낮은 주택은 철거 후 매각하자
건물가액은 낮고 토지가액은 높은 주택 건물을 철거하고 토지로 양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건물을 멸실하고 멸실 등기를 하면 더 이상 주택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1세대 2주택자는 건물가액이 낮은 주택을 철거함으로써 중과세를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세대 1주택 비과세도 가능하다. 건물가액이 낮은 주택을 먼저 양도할 때도 철거 후 나대지 상태로 양도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택 상태로 양도한다면 중과되지만 주택을 멸실하고 나대지 상태로 양도하면 멸실 후 2년간은 세법상 사업용으로 인정되어 기본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건물을 멸실할 때는 건물 취득가액을 추후 양도소득세 계산 시 필요경비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건물가액이 높은 건물을 멸실할 때는 필요경비로 인정되지 않는 건물의 취득가액과 중과되지 않고, 일반세율을 적용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을 비교해보아야 할 것이다.
양도하기 전 주민등록등본 정리를 잘하자
나고민 씨의 경우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양도하기 전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주택 양도 시 주택 수를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이 아니라 동일한 주소 또는 거소에서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인 ‘1세대’로 판단한다. 현실적으로 연말정산이나 건강보험료로 인해 부모님과 주민등록이 같이 되어 있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1세대 1주택 판단, 다주택자 중과 판단 등에서 어느 순간 세무서에서 날아오는 과세를 예고하는 통지서는 엄청난 혼란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부모님과 본인이 주민등록상에 함께 있지만, 같이 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하면 양도소득세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입증한다는 게 쉽지 않다. 전기요금 영수증, 전화가입자 성명, 도시가스 가입자 성명, 인근에서 교통카드 사용 내역 등 객관적인 자료로 소명해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양도하기 전 등본 정리만으로 끝날 수 있는 사항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어야겠다. 이렇게 무거운 양도소득세를 절세하는 방법은 많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 나고민 씨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할까?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가장 절세가 될까? 이런 방법들에는 왕도가 없다. 세무 전문가와 함께 본인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양도소득세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법률을 검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태일 KB국민은행 WM사업부 세무사 taeil104@kbstar.co.kr
출처 : KB국민은행 사외보 GOLD&WISE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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